지난 글에서는 스마트폰 사운드의 혁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런 사운드 기능을 만들어가는 혁신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사실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 이런 예상을 할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 사운드 기능은 이미 혁신적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스마트폰 사운드가 미래를 향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난점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사운드



1. 사운드를 충분히 받쳐줄 출력제품이 없다.


무손실 압축포맷으로 된 고용량 음원을 스마트폰에 넣어서 고급 오디오 칩셋과 디코더를 통해 복원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고작해봐야 디지털 처리부분일 뿐이다. 최종적으로 복원된 소리를 우리 귀에 들려주는 것은 전선을 통해 연결된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이다. 이들은 모두 왜곡되지 쉬운 진동판의 떨림을 통해서 데이터를 소리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우리 귀는 고막을 통해서만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결국 아무리 스마트폰이 사운드 칩셋을 통해서 고품질 음악을 내보내도 막상 이것을 재생해주는 이어폰과 헤드폰의 성능이 따라주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몇 만원 짜리 출력제품에 기대할 수 있는 소리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이어폰이 아닌 헤드폰을 통하면 나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이파이 스피커를 통하면 더 훌륭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가진 이동성과 편리함은 포기해야 한다. 고품질 음원을 받쳐줄 좋은 이어폰은 별로 없다.


입체음향도 마찬가지다. 입체음향의 기본은 결국 효율적이고도 넓은 공간과 많은 스피커이다. 녹음한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각도를 통해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야 우리 귀가 그것을 현장의 원음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통해서는 5.1 채널 같은 소리를 낼 수 없다. 부분적으로 헤드폰을 통해 입체음향을 들려준다는 제품이 있긴 하지만 비싼데다가 만족스러울 정도의 입체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아스텔앤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인가 차원이 다른 음원을 재생하긴 하지만 흔히 널려있는 몇만원짜리 이어폰으로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무리해서 비싼 이어폰을 구입해도 가격에 비해 그 성능이 획기적인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 사운드



2. 고품질 사운드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말이 있다. 장애요소가 있더라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제품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면 문제없다.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결국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게 마련이다. 혁신적인 제품은 간혹 수요 자체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잠재적인 수요가 이미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제품을 통해 수요를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


더 깨끗하고 더 세련된 사운드를 듣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다. 하지만 사람의 귀는 눈에 비해 상당히 둔감한 편이다. 좋지 않은 사운드와 좋은 사운드는 구별해내더라도 정말 좋은 사운드와 적당히 좋은 사운드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느정도 상향평준화만 이뤄진다면 그 이상의 고급화 경쟁은 의미가 떨어진다.


스마트폰 사운드는 결국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화면에 대한 욕구는 많아도 소리에 대한 욕구는 그다지 나타내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는 만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면 점점 차이를 느끼는 사람이 나타난다. 나중에는 더 많은 돈을 치르더라도 당장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용자가 대량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진정으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스마트폰을 먼저 만들어서 들려주는 것이 최고의 장애극복 방법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 사운드



3. 단말기 제조회사의 견제가 있다.


흔히 지금을 플랫폼의 시대라고 한다. 예전에는 운영체제, 혹은 공인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중립성을 지키면서 틀 자체만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최근의 플랫폼 사업자는 스스로가 만든 플랫폼 안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서 수익을 추구한다. 때로는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스스로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도 쓴다.


현재 아스테앤컨을 만들고 있는 아이리버를 예로 들어보자. 소니가 워크맨을 통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처럼, MP3플레이어를 통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 회사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과정에서는 성공담과 실패담이 교차한다. IT업계에서 한순간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증명해주기도 한다.


아이리버는 비록 MP3플레이어에서 실패했지만 망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은 새롭고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을 하다보면 실패와 성공은 동전의 양면이다. 나는 과감하고도 좋은 발상을 하는 이 기업의 행보를 늘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리버가 요즘 갑자기 의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운드


아이리버는 음악으로 시작해서 성공한 기억이 있다. 지금 스마트폰은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쿼드비트와 이어팟을 비롯한 사운드쪽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이럴 때 사운드쪽으로 특화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란 개념은 어떨까? 아스텔애컨은 소비자가 7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시중에 없는 카테고리의 고품질 음원 플레이어란 장르를 개척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품질 음원시장을 대중화시키면서 아이리버를 다시 도약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스켈앤컨의 사용자경험을 축약한 하나의 하드웨어가 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완제품인 스마트폰이 된다면 진입하기 어렵다. 오히려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가리지 않고 안에 별도로 장착해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 형태가 바람직하다. 퀄컴 같은 전문기술 기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자기기의 최고 장점은 기술에 따라 모든 번잡한 하드웨어를 줄여서 단 하나의 칩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칩컴퓨터라는 것도 있다. 초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 같은 경우도 이런 사실을 증명해준다. 아이리버가 다시 한번 고품질 음원칩을 통한 새로운 소리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면 애플이나 구글 같은 세계의 거인들과 맞설 수 있다. 어느 스마트폰에나 들어갈 수 있는 사운드칩을 제공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운드


하지만 아이리버가 이런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애플이나 삼성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사운드칩을 사주어야 한다. 우수성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이들 회사는 이미 독자적인 플랫폼 업체로서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위주로 구성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월등하고 독점적인 기술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외면당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들 회사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아예 사운드쪽의 혁신기술이 나왔다고 해도 그것을 무시할 가능성까지 있다. 이런 견제가 스마트폰 사운드 기술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IT제품이 나왔지만 이들이 이용한 사람의 감각은 크게 보아서 단 두개이다. 시각 아니면 청각이다. 스마트폰에서 시각쪽의 진보가 한계에 다다른다면 청각쪽의 진보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것이 분명하다. 스마트폰 사운드 기술은 그런 면에서 보다 진보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이 우리 귀에 더욱 즐거운 사용자경험을 가져다줄 날을 기대해보자.




* 이 글은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 기고한 원고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