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동시에 매우 공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바로 요즘 한국의 IT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다. IT업계가 아니라 그 IT를 다루는 블로거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란 뜻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런 다른 생각이 결과적으로 선량한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모두를 파괴하는 양상으로 나아갈 때 한 마디 정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 역시 내가 가진 개성이니까 다양성의 하나로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그럼 이렇게 매우 거창한 서두를 꺼내놓고는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IT블로그를 새로 열려고 하거나, 본격적인 IT블로거가 되려는 분들에게 당부하려는 메시지다. 우선 내가 한겨레신문의 ‘오피니언훅’에 기고한 컬럼을 하나 소개한다. (출처)



요즘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관심을 가진다. 새로운 소통의 창이자,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여기저기서 말한다. 때문에 대학생부터 직장인, 아이를 가진 주부 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한다. 또한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이름을 얻고 활약하는 파워블로거를 부러워하며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문제가 있다. 그 노력의 목표가 어떤 의도이냐는 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말하기도 좀 꺼려지는 씁쓸한 선택이 현재 대한민국에 많다. 예를 들어 수많은 똑똑한 대학생들이 다투어 선택하는 의대와 한의대를 보자. 심지어 공대에서 전환하기도 하는 의대생 가운데 과연 어느 정도가 의사란 직업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선택했을까? 당장 숨이 넘어가는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위험하고도 소중한 직업이란 자각은 충분히 한 것일까.


나는 사석에서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다는 어떤 대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 아주 간절하게 ‘되고 싶다.’ 는 대답이 나왔다. ‘왜요?’ 라고 묻는 내 질문에 그들은 ‘파워블로거가 되면 이곳 저곳에서 불러 대접을 해주고 협찬품 많이 받을 수 있잖아요.’ 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사석이기에 정말 아무것도 경계하지 않고 본심을 말했을 것이다.


아, 하긴 그렇죠. 라고 대답하며 웃었지만 마음속이 찌릿하게 아팠다.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익이 있으니 이익을 쫓아가겠다는 천진한 사람에게 뭘 말해줄 수 있을까? 더구나 나는 이미 ‘파워블로거’ 라는 딱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파워블로거라는 것이 무슨 신성한 역할이나 직업은 아니다. 하지만 물건을 쉽게 얻거나 식사 공짜로 먹는 체험인과 동일한 의미도 아닐 것이다. 그런 이익은 단지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다. 파워블로거란 결국 읽어주는 독자에게 영향력을 가진 블로거를 뜻한다. 그 영향력 때문에 주어지는 이익이 그 본질은 아니다란 뜻이다.


파워블로거가 되면 혜택이 많으니까 되고 싶다는 사람을 선뜻 내가 반기며 환영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다. 적어도 나 같은 경우는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보아준다는 자체가 좋았다. 금전적 이익이나 각종 혜택은 그 다음 문제였다. 있으면 물론 좋지만 최악의 경우에 없다고 해서 블로그가 가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요즘 내가 만나는 다수의 파워블로거 지망생들의 생각은 다른 듯 싶다. 그들은 직선적으로 말한다. 심지어 대학생들은 파워블로거가 되면 취업과 스펙에 도움이 되니까 한다는 말도 했다. 파워블로거가 그냥 토익시험이나 전산처리 기능사 1급자격증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위해 인생을 걸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다른 것을 위함 통과과정이다.


사람의 생각과 인생은 전부 다르다. 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싶다. 그러기에 ‘안된다!’ 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범죄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어떤 생각으로 행동하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래도 한 마디는 하고 싶다. ‘당신은 왜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은가?’ 물건이나 혜택이 아닌 다른 목적 하나 정도는 진지하게 생각해 줬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개인과 블로거란 부류 모두가 불행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요즘 점점 블로그를 비롯한 SNS의 힘이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베비로즈의 사건을 비롯해 많은 불미스러운 일도 터지고 있다. 힘이 없을 때는 물의를 일으킬 능력도 없지만 힘이 생기면 보다 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굳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소송을 다루는 판사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게 아니다. 파워블로거 역시 그 영향력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 글은 작년 12월에 쓴 글이다. 예전 글이란 소리다. 그리고나서 얼마전 형사고소까지 간 파워블로거의 사건의 터졌다. 당시 심한 독감으로 누워있던 나는 새삼 힘이 빠졌다. 아무리 나혼자 이렇게 정론을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엄습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다음뷰에서조차 이렇게 파워블로거의 횡포와 함께 심지어 글쓰는 이에게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글을 대필해준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IT블로거,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


근래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 베비로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른바 ‘와이프로거’들의 수입원이 많이 감소했다. 기업들이 파워블로거를 이용한 주부 마케팅에 신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수입이 급감한 주부 블로거들이 IT블로거 행사에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IT블로그는 상대적으로 전문지식이 많이 필요하고, 다년간 취미로 몰두하던 블로거들이 많다. 그래서 그나마 이미지가 좋고 기업들의 프로모션도 활발한 편이다. 돈이 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그동안 전혀 IT에 대해서는 무지하던 블로거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 대거 물려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걱정된다.


나는 굳이 그 분들이 IT블로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원칙적으로 IT블로거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이 있다. 필요한 공부를 하면서 진정으로 IT블로거가 될 각오를 하고 오라는 것이다.  


물론 본심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 IT 지식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정말로 원하는 건 그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제품이나 돈, 식사대접 같은 것일수도 있다. 개인마다 양심의 자유가 있으니 그런 생각도 막을 수야 없다. 




하지만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하고, 앞으로 배우려는 진지한 각오도 없이 들어오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IT블로거 가운데서도 제 2의 베비로즈 사태가 터지는 건 시간문제다. 권력을 가진 자가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순수한 목적 하나 없이 돈을 위해 움직일 때 비극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 혼자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 블로거의 피해와 공멸로 다가온다.


그런 일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간단하다. IT블로거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오히려 적극 환영한다. 다만 이제부터라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공부하고 업계흐름을 이해하고 공부하라.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채 차별성을 물으면 ‘전 그냥 보통사람의 눈높이에서 보려고요.‘ 라는 허무한 대답은 하지 마라. 




보통사람의 눈높이가 필요하면 그냥 보통사람을 데려다 글을 쓰게 하면 된다. 왜 당신이 필요한 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와 전체 블로거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열려있는 길이지만 고속도로를 지나가기 위해서는 통행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