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을 장악하는 자가 권력을 얻는다. 내가 예전에 들었던 말이다.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흘려들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이 말은 점차 진리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꾼다면 플랫폼을 장악하는 자가 권력을 얻는다는 뜻도 될 것이다.



결국 최종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쪽이 이긴다. 누가 서비스나 제품을 생산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주는 자는 공급가격을 결정하고, 공급시간을 조절하며, 공급품질을 통제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브랜드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통합형 시스템으로 애플 스토어까지 운영하고 있는 애플의 예를 들 것까지도 없다. 한국의 유통권력이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할인점에게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닌가?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 나쁜 의미는 아니다. 횡포를 부린다면 몰라도, 통합형 유통과 다양한 결합서비스가 대세인 요즘, 소비자는 오히려 유통이 통일되길 바란다. 한군데서 가장 편안하게 모든 서비스를 편하게 누리길 바란다. 예를 들면 케이블 티비를 보면서 그 안에서도 간단하게 채널만 돌리면 지상파 모든 채널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는 왕이다. 따라서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그간 벌여왔던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의 치열한 계산과 분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얼만큼의 가치를 제공해주는가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흥미있는 관심사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와 태블릿, 스마트폰에서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 티빙(tving)이 지상파 모든 방송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출처)

케이블TV방송사(SO) CJ헬로비전의 N스크린 방송 서비스 티빙이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방송을 제공한다. 티빙은 스마트폰·태블릿PC·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실시간 방송·주문형비디오(VOD)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모바일 방송서비스 중 지상파DMB 외 지상파 3사의 실시간 방송을 모두 제공하는 것은 티빙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티빙은 다른 N스크린 방송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CJ헬로비전은 지상파 3사는 지난 17일 케이블TV 재송신 협상에서 티빙 실시간 방송권까지 일괄 계약했다고 21일 전했다. 지난 20일부터 3사의 방송을 제공했다.

CJ헬로비전 티빙은 KBS·SBS 방송을 제공해왔으며 MBC와는 계약하지 못했다. SBS는 지난 2011년 12월 계약 만료로 제공을 중단했다. CJ헬로비전은 지상파 3사와 지난 17일 케이블TV의 재송신 계약을 하면서 티빙 실시간 방송권까지 협상 완료했다.


얼핏 흘려넘기기 쉬운 소식이다. 사실 케이블티비를 이미 가정에서 수신하고 있거나 아예 케이블 방송을 보지 않던 사람에게는 '그래? 그게 어쨌는데?' 같은 반문밖에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티빙을 일종의 N스크린 서비스이자, 컨텐츠 유통사로 본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슈퍼스타K란 방송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오디션 열풍을 몰고온 주범(?)이다. 다른 지상파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 - 위대한 탄생이나 KPOP스타, 심지어 나는 가수다까지도 여기에 자극받아서 만들어진 파생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보이스코리아가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슈퍼스타K는 유명하지만 동시에 Mnet이란 케이블 채널에서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했다. 가입을 해야만 볼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하나를 보기위해 일부러 케이블티비를 가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티빙 서비스는 이런 방송을 PC,태블릿,스마트폰에서 간단히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렇듯 중요한 것은 컨텐츠일 뿐 수단은 얼마든지 기술로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을 얻은 티빙, 거대 플랫폼이 될까?

그동안 이런 티빙에서는 지상파가 제한적으로만 방송되었다. 이것은 유통을 장악해서 권력을 쥔 플랫폼 업체가 출현하는 것을 경계해서다. 분명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꺼릴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는 불편해져야 했다. 그런데 위의 뉴스에 따르면 드디어 합의에 이르러 티빙이 지상파까지 아우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티빙이란 플랫폼 하나에 한국의 방송 컨텐츠 거의 전부가 몰린 셈이다.



즉 우리는 단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서 모든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벽까지 허물고 실시간방송으로 모든 동시간 대의 경쟁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금요일 저녁에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위대한 탄생을 보다가 단숨에 슈퍼스타K로 채널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러다가 잠시 KPOP스타가 궁금해지면 60초동안 잠깐 보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단지 티빙이란 플랫폼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해외에 사는 시청자들에게는 축복이다. 한국 방송을 보는 데 매우 편하고 저렴한 방법이 생긴 셈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티빙 서비스는 기본 서비스에 월 5천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한다. 이것이 대가치고는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PC와 태블릿, 스마트폰을 통합해서 한국의 모든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가로서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티빙은 매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플랫폼이 되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계약으로 엄청난 이점을 얻은 티빙은 앞으로 전송화질과 유저 인터페이스 강화, 보다 제한없이 완벽한 지상파 전송등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예를 들어 한국 지상파 DMB를 지원하지 않는 애플 아이폰 같은 경우, 가지고 다니며 지상파를 보기 위해서는 별도 하드웨어를 구입해 장착해야 했다. 하지만 티빙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이폰에서 거추장스러운 하드웨어 없이도 지상파와 케이블방송까지 수신할 수 있다. 케이블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도 따라온다.


아쉬움도 있다. 티빙은 실시간 방송 위주 플랫폼이다. 아직은 지상파방송 다시보기가 지원되지 않고 컨텐츠 다운로드는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는 작은 아쉬움이며 추후 계약에 따라 지원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확고한 플랫폼이 된 티빙의 향후 행보다. 티빙이 소비자에게 있어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하고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