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볼 때 한국은 엄연한 선진공업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고, 첨단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세계를 호령한다. 조선업은 세계 최고이며, 포항제철로 대표되는 공업단지는 엄청난 규모의 중화학시설을 자랑하며 보는 이를 압도한다. 더구나 이제는 문화에서 당당히 한류를 수출하고, 전세계가 한국 온라인 게임을 본받으려 애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국민의식, 그 가운데서도 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권의식이나 문화적 성찰이란 면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간에 급성장한 후유증이라고만 보기에는 너무도 안타깝게도 거의 성장을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이든 너무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이른바 한국 부모들의 넘치는 자식에 대한 교육열은 종종 '치맛바람'으로 대표되는 과열을 낳았다. 자식을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수단이 너무도 지나친 나머지 나중에는 목적을 완전히 상실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지금 한국에서 추진되는 게임셧다운제가 바로 그 대표적 예라고 생각한다.

한때 '농담이겠지. 설마 정말 하기야 하겠어.' 라던 게임셧다운제가 입법화되고 시행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부작용과 각종 권리침해 때문에 미뤄놓은 것처럼 보였던 세부적 유보조항마저 하나씩 죄이는 올가미처럼 청소년과 게임을 목표로 조여들고 있다. 마침내 잠시 유보되었던 스마트폰마저 규제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출처)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쿨링오프제' 입법으로 삼중규제가 현실화됐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까지 규제대상으로 포함해 향후 거센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2월 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보환 의원 등 10인 발의로 '초·중등학생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 및 해소에 관한 특별법안'이 임시국회에 제출된 것이 확인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인터넷게임 쿨링오프제 도입이다. 인터넷게임을 현행 게임법대로 해석하면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폰 게임기나 콘솔, PC게임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돼 연속 2시간, 하루 4시간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추진하던 당시에도 '인터넷게임물'로 규제 대상이 명시되면서 여성부와 문화부는 극심한 줄다리기를 벌인 바 있다.

박보환 의원은 “초·중등학생 게임중독 해소 및 수면보호를 위해 하루에 게임을 할 수 있는 총 시간을 정하고,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을 위한 상담·치료를 지원하고자 법안을 발의했다”면서 “게임산업 규제가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의 게임과몰입 현상 근절 등 철저히 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마트폰 게임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규제가 현실화되면 애플이나 구글 등에서 국내 게임 카테고리를 폐쇄하거나 성장 중인 산업 전반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현재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스마트폰 게임도 (쿨링오프제) 규제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 오픈마켓 법안 통과로 숨통을 트였던 스마트폰 게임에 규제를 하는 것은 산업 전반의 역동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지엽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니 청소년의 게임중독이니, 사회적 비용이니 하는 것도 그저 핑계다. 언젠가 어떤 블로거가 여성부 장관에게 게임셧다운제에 대해 물었을 때 그 대답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다른 게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제도는 학부모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건 결국 자식을 둔 학부모들의 의식이 문제다. 그들은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인이다.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는 힘있는 존재인데다가 자식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논리든 행동이든 나타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자녀 공부에 방해된다고 판단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게임이든 만화든 상관없다. 무협이나 판타지소설도, 대중가요도 얼마든지 걸려들 수 있다.



게임이 왜 목적이 되었냐하는 건 자명하다. 가장 만만하고도 성황리에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동네 오락실과 만화방이 유해시설로 지정되었다. 오락실과 만화방이 거의 사라진 지금은 동네 놀이터에조차 아이들이 없다. 그나마 친구를 사귀려면 부모들이 정해준 코스인 학교-학원을 다녀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외로움에 못이겨 친구를 만들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말하면, 공부하는 시설로 드디어 아이를 밀어넣는 데 성공했다고 여기며 기뻐한다. 기왕 친구를 만들려면 차라리 스포츠클럽이나 댄스클럽 같은 게 났지만 그런 곳은 공부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파티문화도 없고, 놀이문화도 전멸한 아이들이 혼자서 간편하게 게임을 즐기게 되는 건 당연하다. 공부만 하라고 다른 시설과 문화를 다 파괴해버린 학부모들이 토끼를 몰아넣듯 그렇게 해서 학원과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토끼가 사냥꾼의 그물에만 순순히 들어가겠는가? 무엇보다 그렇게 자녀를 몰아붙이는 부모 스스로가 어릴 적에 과연 얼마나 부모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을까? 

게임셧다운제, 결국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탈출구가 게임이 되어 게임중독에 걸린 아이를 보고 학부모는 자기들이 얼마나 황폐한 청소년 문화를 만들었나를 반성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게임을 만든 업체를 증오할 뿐이다. 그들은 과연 정부에서 알콜중독을 없애기 위해 술을 판매금지하거나 제한하고,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해서 없애버리면 얌전하게 콜라나 마시고 금연초나 피울까? 자기 자녀들에게 게임이 바로 그 성인이 힘들어서 마시고 피우는 술이나 담배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걸 이해하기나 할까?

어쨌든 이 대결의 결말은 뻔하다. 학부모는 어른이라서 투표권이 있으며 경제력도 있다. 반대로 그 보호하에 있는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고 경제력도 없다. 자녀들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권리를 박탈하고 유흥을 완전히 규제하고 싶은 학부모들은 아마도 24시간 자녀를 공부만 시키는 수용소가 있다면 기꺼이 그곳에 밀어넣을 것이다. 인권? 그런 게 무슨 상관인가? 옛적에 만들어졌어야 할 학생 인권조례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게임셧다운제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자녀사랑과 무감각한 인권의식이 낳은 결합체의 아주 작은 부분 말이다.


게임셧다운제가 노리는 것은 자녀의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절대로 이게 끝이 아니다. 만일 자녀들이 게임을 못하게 되서 공부는 안하고 하루종일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대화만 한다면 그들은 언제든 카카오톡도 인증제로 바꾸거나 차단시키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셧다운제를 열렬히 지지하는 분들에게 제안 하나만 하겠다. 그냥 자녀들을 책만 쥐어주고 전기도 안들어오는 절에 보내라. 공부 외에 아무 것도 못하도록 말이다. 만일 반항하면 감옥에 보내라. 역시 교과서와 참고서만 넣어줘라. 농담하냐고? 바로 당신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적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