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아는 사람이 요즘의 소니를 어떻게 말할까. 길게 말하자면 한이 없지만 줄이면 이렇다. ‘찬란한 영광을 가졌던 왕자, 그러나 지금은 노쇄하고 있다.’ 대체로 이 의견에는 그다지 이론이 없다. 나 역시 소니를 좋아하던 팬이었다. 나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전설의 PDA 클리에를 너무도 좋아했다. 소니의 회장이 발표회장에서 양복윗주머니에 있는 은색 마그네슘의 클리에NX-70v를 꺼내던 사진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던 때와도 비견될 만 했다.



지금 소니가 그나마 예전의 아우라를 남기고 있는 분야는 게임기와 카메라 정도다. 중소규모의 기업이라면 이 정도만으로도 세계적인 칭송을 받을 수 있겠지만 소니는 다르다. 소니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턱없이 모자라다. 한때 소니는 지금의 애플과도 비슷한 특별한 포스를 풍겼다.

소니가 다시 도전에 나섰다. 휴대용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의 차세대 기기를 발매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의해 모바일 게임시장 자체가 잠식된 지금, 소니의 행보는 상당한 주목을 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기사 하나가 내 눈을 끌어당긴다.(출처)  


소니(Sony Corp.)가 7년만에 내놓는 휴대용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layStation Vita)’가 토요일(12/17) 출시될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저렴하고, 때로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과연 소비자들이 게임 전용기기를 원할지를 판단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수년간 비디오게임업계는 ‘유효성이 증명된’ 패턴을 따라왔다. 제조사는 새 게임기기를 만들고 소프트웨어업체는 그 기기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며 게임이 팔릴 때마다 작은 금액을 플랫폼 제조사에 지불하는 패턴이다.

하지만 이제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고 게임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소위 ‘프리미엄(freemium: 유료+무료)’ 게임이 이 공식을 바꾸고 있다.

이런 게임들은 모든 종류의 휴대용 기기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에서 할 수 있다. 동시에 음악업계에서 불었던 변화와 유사하게 비디오게임도 디지털 분배 쪽으로 가고 있으며 소매점에서 팔리는 제품은 온라인 다운로드로 대체되고 있다.



비타는 소니 사 전체 연 수익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사업에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지난 3월 마감한 회계연도에 비디오게임 부문은 플레이스테이션3의 선방에 힘입어 4년간의 손실 이후 순익을 기록했다. 플레이스테이션3은 5천5백만대 이상이 팔려나갔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360’과 닌텐도의 ‘Wii’에는 여전히 뒤지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대표 앤드류 하우스는 말했다.


외국의 컬럼식 기사답게 단순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날카롭고도 분명한 의견이 인상적이다. 과연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기사다. 이 기사의 전문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니의 PS VITA, 도전은 성공할까?

그럼 이 시점에서 이 게임기의 성공여부를 한번 논해보자. 결과가 나온 뒤에야 아무나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 미리 전망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이 게임기가 노리는 바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단지 소니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줄 제품? 아니면 이미 하드웨어가 낡아버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의 개량판? 하드코어한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에게 제시하는 또하나의 선택지?

위의 기사 속에서 앤드류 하우스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선택지를 넓혀주겠다는 것인데 이건 나름 겸손한 표현인 듯 싶다. 서양 사람이 동양적 겸손을 가진 것이 이럴 때는 좀 아쉽다. 스티브 잡스가 없어진 지금, 어디서도 ‘이 제품이 여러분의 생활을 바꿀 겁니다!’ 라고 큰 소리치는 모습은 볼 수 없을 듯 싶다.


1 . 플레이스테이션 비타가 노리는 건 넘버원으로서 소니의 이미지 업이다. 소니는 이제 세계에서 우리가 최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기가 거의 없어졌다. 카메라는 니콘과 캐논 다음이고, 콘솔게임기도 엑스박스360이나 닌텐도 위를 능가한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나마 휴대용 게임기에서 이제 간신히 닌텐도DS와 차별화된 고성능 게임기로서 넘버원이이었다. 따라서 이번 비타는 이런 왕좌를 확실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

2 . 비타는 최고급 스펙과 하드웨어 사양에 비하면 매우 싼 가격으로 인해 소니제품으로의 진입을 유도하는 기기가 될 수 있다. 쿼드코어에 그래픽 칩셋도 매우 좋고, 배터리도 안정적인 이런 제품이 40만원도 안된다. 전용메모리가 다소 비싸긴 해도 스마트폰에 비하면 정말 저렴하다. 따라서 이 기기의 커다란 가능성은 가격이 바로 뒷받침 해준다.

3 . 문제는 그럼에도 비타는 발달된 4G 통신기능이 없다. 복사방지를 너무 신경쓴 나머지 성능을 다소 희생한 설계구조 등의 약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게임기의 특성상 아직 타이틀이 몇 개 안될 때는 활용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과연 소비자들이 이 기기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별도로 하나 사려고 할 것인가? 그것이 소니가 맞이해야될 현실이다.


결론을 내려보자. 결국 게임의 차별성이 바로 성패를 좌우한다. 새로운 하드웨어에 맞춰 ‘이거다!‘ 라는 대작 게임이 나오게 된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부한 내용과 즐거움, 경쾌한 조작감을 제공한다면 비타는 성공할 것이다. 

반대로 이것이 불충분해서 스마트폰에 비해 나은 점을 제시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이미지업은 물론이고 소니제품으로의 유도 역시 이뤄지지 못한다.  소니의 이번 도전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