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복잡한 문제라고 해도 어떻게 보면 그 해결책은 매우 간단한 경우가 있다.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가 유명한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려서 풀었다는 옛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얼핏 보면 무리한 것 같지만 때로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정확하다.



지금 한국 출판계는 위기와 기회를 함께 맞고 있다. 어차피 늘 '단군이래 최대의 불황'이라 말하는 거야 해마다 되풀이 되는 소리다. 그렇게만 보면 한국의 출판계 사람이 '요즘 책이 참 잘팔려서 행복합니다.' 라고 말하던 때는 단군이래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과 함께 대표적 거짓말에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엄살을 감안하더라도 위기인 것이, 지금 세계 출판계도 전체가 대변혁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인해 위태로워지는 것은 늘 시간차를 두고 되풀이 되는 일이다. 식자공과 활자 고르기로 시작되던 출판이 컴퓨터로 탁상 위에서 행해지는 것도 그렇고, 필름으로 찍고 암실에서 현상하던 사진이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는 것도 그렇다. 레코드와 카세트가 사라진 자리를 MP3 음원이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젠 전통적인 책이란 매체조차도 전자매체인 태블릿과 전자잉크 단말기가 대신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출판계의 변혁이다.


문제를 한국 출판계로 국한시켜 생각해보자.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한국 출판계는 시장이 작다. 한글을 사용하는 인구가 기껏해야 4천만을 겨우 넘는 정도이다. 또한 유통구조나 제작구조가 폐쇄적이며 자금력이 영세한 편이다. 그에 비해 인터넷을 통한 컨텐츠 복제수단은 탁월하기에 수익이 나기에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출판계는 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상당히 영세한 시장 규모를 가지고, 중소기업 수준의 출판사들이 난립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도 좀 비슷하지만 일본은 일단 1억2천만이란 인구에, 공공도서관의 수요, 높은 국민소득과 지적소유권 보호구조란 장점으로 인해 출판업이 발달해있다.

한국 출판계는 그러니까 전세계적으로 볼 때도 매우 특이한 구조다. 그때문인지 선진국에서 성공한 수익모델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실패하거나 일정부분 변형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 출판도 마찬가지로서 지금 성공하고 있는 아마존이나 아이북스 조차도 그 수익모델을 고스란히 가지고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도 성공할 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 출판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단하나의 궁극적인 의문이 그것이다. 전자책이 분명 무엇인가를 많이 바꿀 듯 한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없다. 대충 여러개의 답은 있지만 무엇하나 시원하게 고민을 해결할 듯한 정답이 없다.

한국 전자책, 가장 알맞는 수익모델은?

결국 핵심은 바로 이것 하나다. 어떻게 하면 바뀌는 전자책 시대에도 돈을 벌 수 있겠느냐? 기존 방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을 건 분명한데 그렇다면 새로운 방식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출판 기획자와 편집자, 출판사 사장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질문이다.

우선 생산한 책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책의 수익모델이란 별게 아니다. 출판사가 책을 소비자에게 어떤 형태로 주면서 돈을 받을 것인가 그 문제다.

1) 실물판매가 있다. 이건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완성된 책 하나를 소비자에게 완전히 소유권을 넘긴다. 그러면서 소유권의 가치를 돈으로 받는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 책을 사는 순간 기본적으로 그 책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건 구입자의 자유다.

2) 대여가 있다. 도서대여점이나 도서관에서 하듯 일정기간 책을 빌려주고 읽게 하는 것이다. 대여는 반납을 조건으로 정가보다 싸게 그 안의 내용을 읽을 권리와 시간을 제공한다. 책 자체의 소유권은 양도한 것이 아니다.


일단 전자책도 이 두가지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서점 등에서 다운로드 번호가 담긴 쿠폰을 주는 방법도 있고, 직접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대여는 일정기간 후 자동 삭제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행해질 수 있다.

3) 책 내용, 혹은 일정 부분에 광고를 삽입하고 그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책을 판매, 혹은 대여할 수 있다. 구글의 수익모델과도 일정부분 일치하는 데 이 경우는 소비자가 내야 할 돈을 대신 광고주가 내는 것이다.

이것은 전자책만의 독특한 수익모델이다.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컨텐츠이기에 쓸 수 있는 방식인데 소비자와 출판사, 광고주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미 스마트폰 앱의 일부에서는 이런 방법이 성공하고 있다.

4) 무료로 책의 일정부분을 배포한 다음, 나머지를 읽으려면 돈을 내야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무료로 책을 읽지만 마음에 들면 일정액을 기부할 수 있는 쉐어웨어 형태의 배포도 가능하다.

이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수익모델이다. 실험적인 성격의 책이나 사회성이 강한 책의 경우는 이런 방식도 좋을 듯 싶다. 더 진보적인 방법도 있다.


5) 마치 온라인 게임같은 부분 유료화도 가능하다. 책의 기본적 골격을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심화된 내용이나 갈라지는 분기점 가운데 일부를 추가로 읽으려면 돈을 내야 하는 방식이다. 게임 속에서 아이템을 구입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이건 단지 내가 생각해본 몇가지 예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전자책은 단순히 종이책이 아닌 많은 다양하고 창의적 수익모델이 가능하다.

앞에서 말했듯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내 출판계의 문제도 결국은 수익모델만 하나 잘 찾으면 다 해결될 일이다. 많은 출판인들의 도전과 창의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