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에 있어 절대적으로 옳고 부작용이 없는 제도란 없다. 또한 어떤 선택을 하든 장단점은 항상 따른다. 그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가 증명해주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세상이 조금씩 진보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역사의 교훈을 통해 스스로가 절대적으로 옳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고 심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희극적으로는 수영복 입은 늘씬한 미녀들을 모아놓고 객관적으로 누가 더 예쁘냐는 미인대회 심사부터, 비극적으로는 과연 이 사람에게 죽음을 선고해야 하느냐는 사형수 재판의 재판관까지 모두가 그런 한계에 놓여있다. 그래도 우리 모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런 문제들을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미스 USA 선발대회에 나온 한 명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발언으로 인해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두가 좀 길고도 묵직했다. 오늘 내가 다뤄보려는 내용이 좀 무겁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애플의 앱스토어 심의권에 대해서 다시 문제점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쉽게 누가 옳고 그르냐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애플이 궁지에 몰렸다.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반(反) 동성애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삭제 요청을 해오면서 애플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반(反) 동성애 선교 단체인 엑소더스 인터내셔널(Exodus International)은 웹사이트를 통해 "동성애로부터 회복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아이폰용 앱을 출시했다고 알렸다. 이 앱은 애플 측에서 4+ 승인 등급을 받아 앱스토어에 등록됐다. 4+ 등급은 애플이 반대할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성애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이 앱에 대해 즉각 퇴출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불쾌한 콘텐츠가 없다고? 우리는 다름에 대한 권리를 구걸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며 온라인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 호소했다.

애플은 지난 해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핑크뉴스(Pink News)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독교 단체가 만든 반(反) 게이 앱인 '맨하탄 선언'이 등장하자 이 앱을 삭제해달라는 청원에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결국 애플은 이용자들의 항의에 손들고 '맨하탄 선언'을 삭제했다. 당시 애플은 이 앱이 "많은 사람들에게 모욕을 줬기 때문에" 개발자 가이드를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 삭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 간단히 "애플이 잘못했네. 왜 그런 앱을 허락해줬어?" 라고 말하기는 아주 쉽다. 혹은 "애플이 반 동성애 관련 앱을 올리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보기 싫으면 다운 안받으면 그만이지." 라고 개인주의 태도를 취하기도 쉽다. 그러나 이 문제의 근본 문제점은 그런 얄팍한 대응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인류의 지혜로도 선악을 명쾌히 구분하기 어려운 논점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로마 교황청은 낙태를 금지한다. 이혼도 금지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낙태와 이혼은 종종 막다른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나는 물론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그것이 악이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것은 그냥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현재 애플의 앱스토어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돈 혹은 명예를 노린 많은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앱을 자유롭게 선보이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애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애플은 음란물, 혹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피하기 위해 심의권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나도 애플의 입장을 대폭 이해한다.

애플의 앱스토어, 심의권에 얽힌 문제점.

하지만 문제는 무엇일까? 전부터 강조했듯이 그 심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심사를 하는 사람들의 구성과 투명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개인회사가 무슨 법관 배치하듯이 할 필요야 없겠지만 최소한 이런 앱 심사에 있어서 민감한 사안 정도는 사외이사진을 구성하고 발표하듯 그 면면을 공개하고 투명성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보다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가 이런 부작용이다. 특정인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애플의 누군가가 거부한 앱이 얼마후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그러면 애플은 슬그머니 그 앱을 허가해준다. 반대로 신중해야 할 반 동성애 앱을 이렇게 올려도 누군가 허가했다가 다시 문제가 되면 슬그머니 취소한다. 이 과정에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어떤 과정도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니 매번 문제가 반복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커지고 앱스토어 방식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현재 애플은 자체기준으로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도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절차가 보다 단순하다. 기준으로만 따지면 애플이 가장 강하다. 잡스가 '포르노를 원하면 안드로이드로 가라.' 라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닌텐도를 비롯한 일본 게임기 회사들도 물론 공개되지 않는 사전심의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껏 온라인으로 유통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대상이 그저 게임 하나였다. 그러나 애플을 포함한 스마트폰 업계가 다루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앱은 컴퓨터와 시장의 거의 전부에 해당될 수도 있다. 또한 동영상, 방송과 전자책까지 합치면 거의 모든 영역이다 .


사전심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안해도 다른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보다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심의를 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애플을 예로 들었지만 굳이 애플의 문제만이 아니다. 모든 모바일 앱과 미디어를 사전심의하려는 기업에 해당되는 문제다. 도덕성과 사회성이 잘 보장된 가운데 대부분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심의를 하기 위한 장치를 지금부터 고민해주기 바란다. 그럼으로서 앞으로 닥쳐올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