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



6년 전, 기자는 취재차 LG전자의 가전매장을 방문했다. LG전자가 갓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상용화시키고 있던 때였다. OLED TV의 색재현력과 명암비 등 우수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느낌은 또 달랐다. 단순한 말보다 훨씬 와 닿는 압도적인 화질 앞에서 기존 TV는 한없이 작아보였다.

함께 취재한 기자 가운데서도 적당한 가격만 되면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렇지만 가격을 묻는 순간 취재를 돕던 직원의 말끝이 약간 흐려졌다. '이게 아직 좀 가격이 나갑니다' 라면서 그가 대충 제시한 가격은 1천만원이 좀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금까지 구매욕에 들떠있던 분위기는 그 가격을 듣는 순간 차갑게 식어버렸다. 아무래도 그 정도 가격을 주고 가정용 TV를 구매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서민층에서는 별로 없을 것이다.

가전제품 구매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가격과 성능이다. 사용자는 성능이 뛰어날 수록 높은 가격을 감수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일정가격을 넘는 순간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구입하지는 못하겠다는 한계가 있다. 가정용 가전제품은 자동차나 주택과는 가격저항선이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다음 달 양산형 가정용 마이크로 LED 신제품 출시를 확정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제품은 첫 양산형 제품이며 크기는 110인치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전까지 주문 제작형태로 판매했던 마이크로 LED TV가 이제 양산형을 내놓을 만큼 생산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 단가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는 삼성전자의 야심작이다. 경쟁사인 LG전자가 OLED방식을 통해 전세계 고급 TV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가운데 같은 방식을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내부 결정에 따라 더욱 발전된 형식으로 내세운 디스플레이 제품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소형 LED를 이용해 백라이트와 컬러필터 없이 자체 소자가 광원이 되는 자발광TV다. 번인이 없고 소자 하나 하나가 빛을 내는 방식이기에 같은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OLED를 이길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넘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바로 가격이다. 기존에는 기업 고객이 구입했기에 비교적 비싼 가격을 책정해도 구매수요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정용으로 만들어 일반 개인 고객이 대상이다. 제품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억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용이라기에는 극소수의 소비자만 구매할 수 있을 가격이다.

양산을 해서 가격을 낮추고 있음에도 이런 높은 가격은 여전히 마이크로 LED TV가 제작원가가 매우 비싼 미래기술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6년전 천만원에 육박하던 OLED TV는 지금 300만원~2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마이크로 LED TV도 급속도로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1억원이 넘는다는 현재 판매 가격은 성공을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전제품에 있어 성공이란 보다 많은 사용자가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주력 TV와 같은 수준까지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삼성이 내세우는 마이크로 LED TV는 언제까지나 미래제품의 꼬리표를 떼지 못할 것이다. 과연 마이크로 LED TV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걸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