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게 유행한 드라마 가운데 ‘도깨비’가 있다. 주연을 맡은 김고은의 상큼한 연기와 공유의 달콤한 행동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많은 시청자가 몰입한 것은 저승사자의 등장과 그로 인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환생 이야기 때문이었다. 


치열한 삶을 살다보면 성공보다 많이 겪게 되는 것이 실패와 좌절이다. 그러다보면 차라리 이번 생을 끝내고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자기 처지를 비관하는 가운데 삶에 희망을 점점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새로운 희망을 주는 이야기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치유를 얻게 된다.




희망 충전 뮤지컬이란 타이틀을 건 뮤지컬 <죽일테면 죽여봐>를 관람하게 된 것은 이런 가운데 상당히 좋은 기회였다. 봄을 맞아 대한민국 청춘들의 인생 리셋 프로젝트를 보여주겠다는 문구는 그만큼 기대를 증폭시켰다.


뮤지컬 <죽일테면 죽여봐>는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3년 봄, 서울대 경영대 연극회 정기공연에서 첫 공연되었던 작품인데 서울대 총연극회, 서울대 민요동아리 아리랑, 한양대 연극동아리, 서울대 의대 연극회 등이 함께 만들어낸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기존 명작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가운데 ’운명과 선택, 도전'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유머를 섞어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이후 24년이 지난 2017년의 봄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 것이 이 작품이다.




주최측의 초청을 받고 5월 21일 소월아트홀에 방문했다. 안쪽에는 관람객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화사한 부스에는 주연배우의 사진과 프로필도 있어 추억을 남기기 좋다. 그 앞에는 LED조명도 준비되어 셀카 촬영시에 얼굴을 더 잘 나오게 해준다. 필자는 일요일 오후 4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느낀 것은 상당히 화려한 영상기술과 현란한 음향이 동원된 점이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음악과 댄스는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작품에 몰입하게 해준다.


스토리는 죽어서 저승에 온 사람들의 소란부터 시작된다. 외모와 능력을 전부 갖춘 이광수가 사랑하는 연인 명하에게 프로포즈를 하러 가던 중에 교통사고로 죽는다. 저승사자가 관리하는 정산소에 온 이들은 이번 삶의 업보를 결산하고 다음 환생을 준비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광수는 시스템 오류에 의해 70대 노인 대신 잘못 오게 된 것이었다. 즉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인데 정산소의 저승사자들은 이 실수를 감추기 위해 그에게 ‘욕망전차 게임’을 제안한다. 이승에 내려가 주어진 시간 안에 누군가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이승에 남지 못하고 다음 생은 짐승으로 태어나는 규칙을 가진 게임이다. 




비관적인 성격으로 자살을 일삼던 자학은 정산원인 저승사자와 결탁해 이광수를 부추겨 이 게임에 뛰어들게 한다. 이광수는 다시 한번 명하를 보고는 못다한 사랑을 이뤄보려고 하지만 3개월 후 죽을 예정인 실업자 박승호의 몸으로 태어난다. 바뀐 몸과 이승에서 이미 지나버린 1년의 시간을 만회하려는 이광수는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끝까지 나쁜 유혹을 이기고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관람하는 동안 필자는 스토리 자체에서 보인 창의력에 감탄했다. 저승사자를 정산원으로, 환생 시스템을 정산소로 묘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죽음을 대하는 각 캐릭터는 다양한 이 시대 캐릭터를 대변한다. 밤무대 여가수, 대기업 부장, 가수 지망생 등이 저마다 늘어놓는 삶의 애환은 세대, 성별에 따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여기서 시니컬한 남자 역할을 맡은 자학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홍경인이 돋보인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으로 익숙한 얼굴인데다가 연기력에서도 관중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연은 이광수이지만 조연으로서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음악과 춤으로 풀어내는 이 뮤지컬의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향해 다시 도전하는 이광수의 열정과 죽은 연인을 계속 기다리는 명하의 멜로디는 좋은 화음을 이룬다. 월세를 밀리는 명하를 향해 툴툴대면서도 유머를 잊지 않는 건물주의 연기는 유쾌한 웃음을 주었다. 북카페의 공연을 척척해내는 알바생은 자칫 지나치기 쉬운 역할임에도 충분히 시선을 머물게 했다.




뮤지컬이 클라이막스에 올라 감동적인 결말이 나면서 점점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삶에 지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인생의 의미와 사랑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는 면에서 이 뮤지컬은 치유라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그 안에서 다시 도전하는 사람을 보면 모든 관람객의 마음도 힐링이 되지 않았을까?



작품정보


블로그: http://blog.naver.com/killmeifucan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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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간 : 2017년 5월 18일(목) ~ 6월 25일(일) 

공연시간 : 화-금 오후8시 / 토 오후3시, 7시 / 공휴일·일 오후4시

공연장소 : 소월아트홀 (서울 성동구 행당동)

예매문의 : 02-3443-2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