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워치



웨어러블 기기는 이제 모든 스마트폰 업체들의 생명선이 되었다. 어서 차세대 기기로 넘어가야만 기술력을 적용해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고 중국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또한 웨어러블이란 새로운 플랫폼에서 관련 앱 산업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갤럭시 기어 시리즈를 내놓으며 시장형성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의 반응은 별로 없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애플의 아이워치 발표가 임박했다는 루머도 들리고 있다. 애플 역시 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해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기에 나름 절박하다. 사용자들은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로 대성공을 거둔 애플답게 모바일 기기에서 혁신적인 어떤 것을 제시할 거라 기대한다.


여기에 구글이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웨어러블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웨어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협력사의 하드웨어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최근 G3의 성공으로 순풍을 타고 있는 LG전자가 내놓은 G워치를 사용해보았다.


G워치는 단순하지만 기능적인 사각형 디자인에 고급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메탈 테두리를 썼다. 시계라는 제품이 패션소품으로서의 요소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설계다. 차갑고 단단한 느낌의 메탈은 오래 쓰더라도 쉽게 형태변화나 흠집이 나오지 않기에 G워치의 내구성을 올려준다.


다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시계줄이 밋밋한 디자인의 폴리우레탄 재질이라는 점은 아쉽다. 쉽게 교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지만 정가 20만원이 넘는 시계인데 기본으로 가죽 시계줄을 채택하는 건 어땠을까.



G워치



G워치는 스마트폰 연동 기기다. 스마트폰과 데이터 연동이 끊어지면 쓸 수 있는 기능이라고는 시간 확인과 만보계 정도가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해야만 정상적으로 기능을 쓸 수 있다. G워치를 개봉해서 전원을 켜거나 초기화를 한 뒤에는 안드로이드웨어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이 단계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없으면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기에 정상적인 사용을 할 수 없다. 철저하게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염두에 두고 만든 안드로이드웨어 운영체제의 특성이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G워치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화, 문자 메시지, 날씨, 이메일, SNS에 떠오르는 이벤트 등 각종 정보를 바로 나에게 알려준다. 스마트폰은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G워치만 손목에 차고 있으면 급한 정보를 모두 체크할 수 있다. 구글 검색을 비롯한 구글 서비스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사용자인터페이스는 간결하고도 실용적이다. 화면 중앙을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시간표시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현대적인 디지털 시계, 고전적인 아날로그 시계부터 무지개색 무늬가 있는 시계까지 다양한 스킨이 갖춰져 있다. 스마트워치에 걸맞는 기능으로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차고 다닐 수 있게 해 준다.


위에서 아래로 화면을 쓸어내리면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면서 진동 등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화면 중앙을 살짝 터치하면 지금 말하기란 메시지가 나오며 음성명령을 기다린다. 시계 상태에서 "오케이, 구글" 이라고 말해도 똑같은 기능을 한다. 여기서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거나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릴 수 있다. 화면을 쓸어올리면 기능을 쓰는 방법을 안내하는 메뉴와 함께 G워치 밝기조절과 초기화를 위한 설정메뉴가 나온다.


메시지가 표시될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이어서 볼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나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초기화면으로 이동한다. 약간만 써보면 쉽게 적응되어 능숙하게 쓸 수 있다. 손으로 화면 전체를 가리면 화면이 어두워지며 대기모드로 돌아가는 기능은 LG에서 구글에 제안해서 만든 기능인데 상당히 쓸만하다. 


G워치


LG전자는 광고 영상을 통해 실제 이 제품을 쓰고 쓰지 않았을 때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설명했다. 피트니스를 즐기는 백인여성이 G워치가 없을 때와 있을 때로 나뉘어 전혀 다른 경험을 겪게 된다. 우리가 시간을 체크하듯 G워치를 통해 스마트폰을 통해 오는 중요한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하고, G워치를 이용해 길찾기와 통역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면 더 환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광고영상에 담긴 기능 가운데 몇 가지를 써보았다. 음성명령은 인식률이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빠르게 말하거나 중간에 말을 더듬게 되면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천천히 확실한 발음으로 말한다면 사용하는 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경복궁이나 명동성당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면 바로 인식하고 경로탐색을 통해 길안내를 해준다.


G워치



즉석 통역도 할 수 있다. "몇시에 돌아가십니까?, 일본어, 번역" 같은 순서로 말하면 곧바로 화면에 일본어로 해당하는 대화가 표시된다. 해외 여행 등에서 물건을 살 때나 기차표 등을 예매할 때 사용하면 유용하다. 마찬가지로 "안녕하세요? 중국어, 번역", 이나 "감사합니다, 독일어, 번역" 등도 가능하다.


기능만으로 놓고 본다면 스마트폰과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손목에 차고 조작한다는 편리함은 분명히 다르다. 각종 메시지가 오면  바로 진동으로 알려준다. 화면에 뜬 정보를 확인하고 음성으로 대답하면 문자로 변환해서 보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하지만 거기서 더이상 나아가지는 못한다. 이메일 답장이나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려면 다시 스마트폰으로 건드려야 한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은 운영체제의 경량화, 하드웨어의 간략화, 배터리 시간 확보를 위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독립성이 없는 연동기능은 결국 조금만 복잡한 조작을 하려면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서 조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중요한 건 사용자가 편하다고 느끼는 경험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G워치를 포함한 안드로이드웨어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G워치

G워치는 외형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안드로이드웨어 기기의 기본 기능에만 충실하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독특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강하고, 좋은 사용자경험을 위해 더욱 개량한다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계라는 작고 가벼운 하드웨어에 패션소품으로서의 고급스러움, 스마트기기로서의 정보처리능력을 전부 집어넣는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도전해서 혁신을 만들 수 있으며, 차세대 IT 산업을 이끌어나갈 분야로서 전망이 밝다. LG가 G워치를 통해 보여주는 건 바로 그런 미래를 향한 첫발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