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나도는 말 가운데 '애플이 만들면 어떨까?'는 대사가 있다. 김성모가 그린 어떤 만화에서 '그렇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란 대사가 유행어처럼 되어 퍼져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그렇지만 김성모의 만화대사는 주로 우스갯소리나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데 애플관련 대사에서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대사로 쓰인다.  





사실 애플이 무슨 구세주도 아닌데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애플이 접시를 만들거나 탁자를 만들 리도 없고 밥솥이나 세탁기를 만드는 모습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디자인과 실용성에서 정체된 채로 발전이 없는 분야를 볼 때마다 애플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마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막힌 그 분야의 혁신을 일으켜달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공유기를 보자. 유무선공유기로 불리는 이 제품은 편리한 인터넷 생활에 있어 필수 제품이다. 가정용으로 들어온 인터넷 회선은 유무선공유기를 연결해야만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한때 인터넷 회사에서 이 공유기 사용에 제한을 걸거나 별도 요금을 매긴다고 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발전되는 기술은 이미 1가구 1공유기 시대를 열었다.





현재 유무선 공유기는 기본적으로 그다지 발전이 없다. 분명히 소비자용 제품이지만 마치 기업용 대규모 공급 제품과도 비슷한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를 위한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한 기능, 혁신적인 기능 제공은 거의 없다. 오히려 너무 일상재가 되어서는 비슷한 기능과 적절한 성능을 유지하며 가격경쟁만 할 뿐이다. 당장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공유기를 보면 디자인과 가격대가 참으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애플이 만들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유무선 공유기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바로 그 이름도 뭔가 있어보이는  '에어포트 익스트림'이란 이름이다. 마침 잠시 사용해볼 기회가 있어 새 제품을 개봉해서 써 볼 수 있었다.



2013년형 에어포트 익스트림은 간단히 말해서 최신기술이 적용된 애플의 유무선공유기다. 802.11ac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적용되었다. 802.11ac는 이전 기술인 802.11n에 비해 소비 전력이 6배 적고 40% 이상 먼 거리까지 신호가 도달한다. 그리고 속도 역시 최대 세 배나 빠르다.  건담시리즈의 붉은 혜성을 생각하면 적절하다. 최대전송속도는 1.3Gbps로 초당162MB이다.


2013년형 맥북에어에서 802.11ac 기술을 지원한다. 따라서 에어포트 익스트림과 딱 궁합이 맞는데 이 정도면 거의 유선 인터넷보다 빠른 속도다. 어쨌든 국내 인터넷 회선이 100Mbps로 초당 12.5MB에 머물고 있기에 이런 전송속도는 일반적인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는 맛볼 수 없다. 기껏해야 공유기를 통한 기기 사이의 파일 전송 같은 작업에서 맛볼 수 있을 뿐이다.


어쨌든 에어포트 익스트림은 바로 '애플이 만든 공유기는 어떨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2013년형 에어포트 익스트림의 주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매끈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포장.

2. 아낌없는 고급부품과 많은 안테나 갯수로 인한 전파성능의 우수성.

3. 하드디스크 등과 연결해서 네트워크 저장장치(NAS)로 사용가능

4. 타워형 디자인으로 안쪽에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수납하는 공간 마련

5. 애플 기기간의 쉽고 매끄러운 연결 제공.

6. 국내회사 동급 공유기와 차원이 다른 높은 가격(약 8배?)






이 모든 요소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애플이 가진 제품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애플은 고급부품을 사용하고 성능을 잘 내주며 사용자가 잘 보지 않는 내부까지 신경써서 만든다. 미래를 고려해서 단순한 공유기가 아닌 네트워크 저장장치의 기능을 아주 쉽게 만들어준다. 내부에 하드디스크 공간을 만든 것도 애플 답다. 어쩌면 이것도 다른 경쟁회사 공유기에도 도입될 지 모른다. 


또한 이것은 다른 가능성도 제기하게 만든다. 애플의 백업장치인 타임캡슐의 기능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을 중시하는 애플의 특성상 에어포트 익스트림과 타임캡슐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묶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편리한 제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그런 부가가치의 대가로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어포트 익스트림을 잠시 써본 경험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이런 제품이 하나쯤은 있어야 시장에 있는 다른 경쟁자들이 자극을 받고 더욱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그런 면에서 늘 사람들을 제품으로 기대하게 하고 가격으로 안타깝게 만들며 돈을 모아서 사는 기쁨을 준다. 에어포트 익스트림은 '애플다움'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알려주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