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 애플의 제품전략은 무엇인가?
가전업체에게는 단지 디자인만 바꾸거나 심지어 색깔만 바꾼 채 나머지를 변함없이 만든 제품을 들고 나오는 것도 허용된다. 이미 시장의 혁신이나 큰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탁기가 1년마다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냉장고의 기본 요구사항은 몇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똑같은 행동이 IT회사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숨가쁘게 기술발전과 변화가 생겨나는 시장이다. 생각없이 내놓는 제품은 없다. 어떤 제품이든 그것이 몰고 올 영향과 시장변화를 염두에 두고 변화시켜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긴장속에서도 간혹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제품이 나오곤 한다. 그것이 패배자의 체념이든, 승자의 오만이든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각각 다르다. 어쨌든 그런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는 건 인간이 어리석음과 현명함을 동시에 가진 생명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10월 23일, 애플이 새로운 이벤트를 통해 대거 신제품을 발표했다. 아이패드 미니와 맥미니, 새로운 레티나 맥북과 아이맥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이다. 우선 가장 화제가 집중된 아이패드 미니를 먼저 알아보자.(출처)
애플이 23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의 캘리포니아 극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7인치대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를 공개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화면 크기가 기존 아이패드(9.7인치)보다 줄어든 7.9인치이며, 해상도는 아이패드2와 같은 1024×768이다. 화면 밀도는 162ppi(인치당 화소 수)가 됐다.
해상도는 아이패드2와 똑같고, 화면 비율은 3세대 뉴아이패드와도 같으면서 크기는 작아진 것이다. 또 화면 테두리(bezel) 두께가 상하좌우 일정했던 기존의 아이패드와 달리 좌우로는 얇고 상하는 더 두껍다.
프로세서로는 아이패드2에 사용했던 A5를 장착했으며 두께는 7.2㎜, 무게는 308g(0.68파운드)이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최대 10시간이다.
영상통화(페이스타임)를 위한 전면 HD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뒷면 카메라는 500만 화소다.
와이파이(Wi-Fi, 무선랜) 전용 아이패드 미니는 16GB(기가바이트)와 32GB, 64GB 모델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각각 329, 429, 529달러로 책정됐다. 3세대(3G)와 LTE(롱텀에볼루션)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모델의 가격은 저장장치 용량에 따라 459~659달러다.
이는 경쟁 제품인 아마존의 킨들파이어HD와 구글의 넥서스7의 가격 199달러보다는 비싸고, 발표 이전에 업계와 일부 외신이 예상했던 가격인 249달러보다도 다소 높다.
아이패드 미니(와이파이 전용)는 26일부터 예약판매하며 11월2일 출시된다. 한국도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30여개국과 함께 아이패드 미니의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상당히 짧은 기간에 나온 새로운 아이패드지만 애플에서 내놓는 만큼 사람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나도 이미 유출된 정보를 듣고도 그래도 애플이니 무엇인가 있을 거란 일말의 기대를 지녔다. 하지만 막상 나온 아이패드 미니는 예상대로였다.
아이패드 미니의 하드웨어 성능은 몇 달전에 나온 뉴아이패드에 비해 떨어진다. 무엇보다 해상도가 레티나급 해상도가 아니다. 또한 램용량이라든가 하는 곳에서 오히려 적어져서 보다 진보된 기기라기 보다는 개량한 특정용도의 기기 정도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는 애플팬들이 미리 유출된 정보를 보면 대부분 알 수 있다. 오히려 놀라웠던 건 예상보다 비싸진 가격 정도였다.
예상보다 더 비싼 가격 때문일까. 이례적으로 부사장 필 실러는 해명까지 했다. (출처)
로이터는 애플 수석 부사장 필 실러가 iPad 미니의 가격이 경쟁제품들에 비해 비싼 것에 대해 변호했다고 전했다. 구글 넥서스 7과 아마존 킨들 파이어 HD는 $199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iPad 미니의 가격은 $329부터 시작한다.
필 실러는 iPad이 태블릿들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고, 애플이 만든 가장 싼 제품이 $399이었고, 사람들은 그런 제품들 중에서 이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이 훌륭한 새로운 종류의 iPad을 더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고객들이 이에 대해 아주 흥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업체들은 태블릿들을 iPad보다 더 작게 만들고, 그들은 초라할 정도로 실패했다고 이벤트 중에 말했다. 그는 이런 태블릿들이 훌륭한 경험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이패드 미니의 문제점은 바로 이 해명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아이패드는 신제품이 나와도 가격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성능은 높아져도 가격은 그대로였다. 숫자상 더 싸지지는 않아도 하드웨어 사양이 올라가는 것에 비해 고정된 가격은 팬들에게 나름의 만족감을 주었다.
그런데 아이패드 미니는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의 진보한 하드웨어라고 말하기 어렵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경쟁 태블릿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 이것을 필 실러는 아이패드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리더 하드웨어니까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나는 한 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패드 미니는 대체 애플에게 어떤 전략을 가진 기기인가?
아이패드 미니, 애플의 제품 전략은 무엇인가?
1. 단지 아이패드를 쓰려다가 화면 사이즈가 너무 크다고 구입하지 않은 소비자를 위한 또하나의 옵션일까? 그렇다면 작더라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넣어야만 뉴아이패드 사용자와 똑같은 멋진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디스플레이 선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셈이다.
2. 아이패드를 이미 쓰고 있지만 서브용으로 약간 더 작은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를 위한 보조기기인가? 그렇다면 이 329달러란 가격은 서브용으로 지나친 부담이다. 차라리 사양을 더 떨어뜨리고, 디스플레이 사이즈를 더 줄이고 램을 적게 넣더라도 함께 구입하기 쉬운 가격을 택했어야 했다.
3. 시중에 나와있는 킨들 파이어나 넥서스7을 의식한 견제용 기기? 만일 그렇다면 하드웨어만 달랑 들고 나와서 어쩌자는 것일까? 애플 생태계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하드웨어가 나올 때 항상 새로운 기기에서 가장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앱, 솔루션의 제공이 아니었던가?
9인치로는 힘들지만 7인치로는 즐거운, 그리고 안드로이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 어떤 솔루션을 내놓지 않고 단지 아이북스 업그레이드 하나만 내놓은 애플은 심각한 준비부족이 되는 것이다.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은 선택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애플은 이 새로운 제품에 어떤 전략도 의미도 담아내지 못했다. 단지 '내놓았다' 말고는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 전략을 정하지 못하고 내놓은 제품. 이것은 아이패드 미니가 앞으로 잘팔리든 안팔리든 상관없이 따라다닐 나쁜 선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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