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있는 언론이나 기업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상대를 공격할 아주 작은 실마리를 하나 잡는다. 그리고는 그것을 고소하거나 언론에 공표하면서 크게 떠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 여배우 XXX 임신!' 이라고 우선 1면에 크게 보도한다. 그리고는 나중에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오보였다고 3면이나 4면에 작게 사과와 정정 보도를 싣는다. 정정을 해도 그 비중이 다르고 이미 대중의 뇌리에는 첫번째 보도만 깊이 각인된 후이기에 효과는 확실하다.


애플이 삼성에 대해 취한 초기 전략이 바로 그러하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었다. 대중이 삼성을 카피캣이라고 인식할 수만 있으면 된다. 나중에 법정에서 어떻게 규명되든 애플은 대대적으로 삼성이 애플 제품을 카피했다고 외치며 고소했다. 초기 독일의 뒤셀도르프 법정에서는 가처분에서 승소까지 했다.

그런데 적어도 갤럭시탭에 한해서는 이런 움직임에 결정적인 제동이 하나 걸렸다. 영국법정의 본안 심사에서 영국법원이 애플에게 아주 불리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출처, 번역: 클리앙)



애플이 영국 법원에서 항소심에 패소함에 따라, 삼성이 자사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공고를 웹사이트와 주요 잡지사에 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기사에 따르면 법원은 공고에 대해 기준을 지시했다.
 
애플 영국 웹사이트의 전면 페이지에 삼성이 자신들의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원문 판결 링크와 함께 Arial 14pt보다 큰 폰트로 기재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영국에서 발행되는 Financial Times, the Daily Mail, the Guardian, Mobile Magazine, T3 Magazine에 6페이지 이전에 동일한 내용을 낼 것을 명령했다.
 
사실 삼성제품이 애플 아이패드를 여러모로 참조했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태블릿 분야의 리더제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오리지날 요소를 거의 넣지 않은 단순카피인가? 실질적으로 갤럭시탭과 아이패드가 소비자에게 혼동될 여지가 많은 제품인가? 아이패드 역시 그 전의 다른 어떤 제품을 참고하지 않았는가 라는 부분이 이슈였다. 디자인 특허라는 건 옛날 애플의 '룩앤필 소송' 처럼 모호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재판이 어떻게 결론나든 애플에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런 고소와 잇다른 목소리를 통해 삼성이 카피캣이란  인상을 확실히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이 이후에 이기면 좋겠지만 져도 별 상관은 없었다. 약간의 벌금이나 변호사비를 내는 정도라면 상대를 재판 결과 이전에 욕보이는 데 성공한 효과에 비하면 싼 대가니까 말이다.

영국법원이 애플에게 굴욕판결을 내린 이유는?

만일 이번 판결이 그저 '삼성 갤럭시탭은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 이상!' 이었다면 애플도 그다지 많은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불만이라고 하겠지만 이미 실속은 다 차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국법원이 이런 애플의 계산을 모를 리 없다. 사실 이것은 이미 수백년, 수천년 전부터 써오던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국법원은 애플의 패소결정과 함께 이례적인 홈페이지 사과 명령을 내렸다. 더구나 그 방법까지 자세히 지정함으로서 애플이 일체의 편법을 쓸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삼성제품은 우리 애플 제품을 베끼지 않았습니다!' 라고 자사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고객을 상대로 크게 광고를 해야할 판인 애플에게는 크나큰 굴욕이다.

따라서 이전부터 애플이 어떤 편법으로 이 위기를 모면할 지에 대해 농담이 많았다. '인정합니다! 갤럭시탭은 우리 아이패드만큼 쿨하지 않아요!' 라고 크게 쓰는 방법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재판 결과가 나왔으니, 애플이 대대적인 행동으로 이미 망쳐놓은 대중의 삼성 이미지를 회복시켜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국법원이 이렇게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판결을 내린 이유다. 애플에게 있어서는 굴욕일 뿐이지만 영국법원에 있어서는 하나의 판례를 남긴 셈이다. 즉 어떤 기업이 경쟁기업을 미리  공격할 경우, 패하면 더한 굴욕을 각오하고 들어오라는 경고이다. 


현재 애플은 혁신기업,  업계의 리더라는 좋은 이미지 외에도 다른 기업을 향해 카피캣, 열핵전쟁, 도착즉시사망(DOA)란 극단적인 언사를 쓰는 싸움닭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그런 격한 언사를 쓰고도 법정에서 이길 경우는 상관없지만, 패할 경우 상대 기업의 이미지훼손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위험을 지고 있는 셈이다. 영국법원의 이 경고를 애플이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 지 흥미가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