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상당히 복잡하다.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하는 일도 점점 복잡해진다. 게다가 창의적으로 어떤 것을 만들거나 구성하는 것이라면 더욱 많은 생각이 필요해진다. 따라서 미디어 컨텐츠라는 어려운 단어를 보고 독자들은 무엇인가 복잡하고도 심오한 내용이 잔뜩 담겨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단언코 말하건대 이 글은 철학관련 글이 아니다. 또한 대학교수의 논문도 아니다. 그러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편안하게 읽어주기 바란다.


좋은 미디어 컨텐츠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는 상당히 범위를 한정한다. 그것은 마치 재미있는 액션영화란 무엇인가? 란 주제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명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액션영화가 무엇인가를 알아야한다. 또한 그 이전에 대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니까 컨텐츠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학술적 정의가 있지만 아주 쉽게 말해보자. 컨텐츠란 ‘내용물’이다. 그러니까 컨텐츠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이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보통 통조림을 사면 우리는 그 안의 내용물을 이용하기 위해 산 것이다. 양철 깡통이 필요해서 통조림을 산 경우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통조림을 평가하고 애용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내용물의 품질에 달렸다.


기본적으로 오늘날의 플랫폼-컨텐츠의 구조 역시 똑같다. 이른바 플랫폼이라고 칭하는 PC, 윈도우, 포털,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시스템은 그저 양철깡통이다. 그것은 내용물을 보다 안전하게 담고 편리하게 유통시킬 수는 있지만 내용물 그 자체가 되지는 못한다. 우리는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플랫폼을 이용한다. 따라서 그것이 양질이 되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미디어컨텐츠라는 것은 내용물을 분류하는 하나의 기준이다. 컨텐츠의 종류는 사실상 너무도 방대하다. 음악, 영화, 글, 애니메이션, 게임 등등 한없이 많다. 그 가운데 미디어컨텐츠란 결국 생선통조림이나 옥수수통조림 같은 분류법에 따른 기준이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가공해서 대중에서 확산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대체로 미디어컨텐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그것은 SNS인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를 포함해서 동영상과 사진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이렇듯 미디어컨텐츠가 무엇인가를 정의내리기는 상당히 쉽다. 그렇지만 오히려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양질’이라는 부분이다. ‘좋은’ 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부분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것이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좋다고는 볼 수 없다. 대부분의 한국사람에게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장면이 좋은 컨텐츠일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관심없는 영상일 뿐이다.

오히려 양질이라는 말 대신 ‘잘 팔리는’ 이라는 말을 넣으면 기준은 매우 명확해지고 간단해진다. 시장에서 팔리고 팔리지 않고는 수치에 의해 적확히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좋고 나쁘다는 것을 떠나서 단지 잘 팔려서 돈을 벌거나 최소한 인기를 끌어 주목받기를 원한다. 열심히 만든 컨텐츠가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누구나 싫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사실 이 글도 그저 얄팍하게 쓴다면 ‘잘 팔리는 컨텐츠’를 만드는 법이라 이름 붙이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 지 모른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이게 무슨 무슨 쓸데없는 말이야! 나는 돈을 벌기를 원해! 그러니까 당장 잘 팔릴 컨텐츠 만드는 기술이나 보여달라고!’ 말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딱딱한 교회목사님의 설교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히 말한다. 컨텐츠를 만들때 단지 상업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헛된 노력과 실망을 하기 쉽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모두가 불행해질 수도 있다. 어떤 기술을 배우기 전에 그 기술의 의미와 목적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권도장에 가면 사범은 태권도의 정신과 건강한 마음가짐을 먼저 가르친다. ‘어차피 정신 따위 필요없어요. 격투기는 사람 때리는 기술이지요. 그러니 닥치고 어떻게 하면 잘 막고 상대를 잘 때릴 수 있는지 배워봅시다!’ 라고 한다면 그건 이미 태권도가 아닐 뿐더러 올바른 무술을 배울 수 있는 길도 아니다.



좋은 컨텐츠란 무엇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 보다 단순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컨텐츠의 원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앞서서 내가 의미없다고 말했던 플랫폼에 있다. 플랫폼이 발명되고 나서야 그 안에 들어가는 컨텐츠가 생긴다.

당연하지만 확고한 사실이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최초로 우리는 그 안에서 녹음된 소리라는 컨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바늘구멍과 사진건판으로 최초의 카메라가 발명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빛을 기록한 사진이라는 컨텐츠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컨텐츠란 결국 플랫폼의 영향을 받는다. 카메라가 소리를 기록할 수는 없고, 축음기가 사진을 찍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컨텐츠란 이런 플랫폼의 특성을 거스르지 않고 보다 잘 활용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양질의 컨텐츠란 말을 원점에서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다. 플랫폼의 특성을 잘 활용한 컨텐츠가 좋은 컨텐츠이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또다른 문제가 나왔다. 플랫폼이란 또 무엇일까? 플랫폼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문제가 나왔다. 모든 플랫폼을 전부 서두에서 설명하기는 조금 벅차다.

일단 필요한 부분으로 범위를 좁혀보자. 지금 우리가 원하는 컨텐츠를 담기 위한 양철깡통의 종류는 한정되어 있다. 그것은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를 담기 위한 플랫폼이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블로그, 전자책, 페이스북, 팟케스트, 유투브, 등을 말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 플랫폼들의 개별 특성을 개괄적으로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