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창업이 유행이 되고 있다. 마치 벤처기업과 닷컴기업이 붐을 이뤘던 그 어떤 때처럼 사람들은 모두가 창업을 하고 회사를 키우고 세계적 기업이 되는 꿈을 이야기한다. 물론 작은 변화는 있다. 벤처란 말이 스타트업이란 말로 바뀌고, 소프트웨어란 말이 앱으로 바뀌었다. 내용물이란 한국말보다 컨텐츠란 말이 고상한 개념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성공에 대한 사람들의 강한 욕망이다. 아무것도 없이 모든 것이 부족한 환경에서 맨주먹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성공한 CEO에 대한 주목은 그래서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원한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해서 저렇게 성공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사업을 진행했는가? 이런 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훈에 있다. 개별적인 성공의 이야기에서 무엇인가 공통되는 지혜와 지식을 발굴해서 얻는다면 미래의 나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장 강렬한 이유다. 더구나 변화가 빠른 첨단 IT 소프트웨어 산업속 비결이라면 마치 마법의 약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앱스토리 - 벤처캐피털이 먼저 찾는 스타앱 CEO 6인에게 듣는다. 라는 제목의 책은 이런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책이다. 현재 월간 웹의 편집장인 저자 김관식은 2000년 신문기자로 언론계에 입사하여 한국표준협회미디어, 매경바이어스가이드 기자를 거치면 IT업계를 두루 취재한 인물이다. 따라서 성공한 앱 CEO의 스토리를 듣고 이것을 잘 소화해서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데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앱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앱 이야기다.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이 만든 앱 하나가 어떤 동기로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했으며, 앞으로 어떤 비젼을 가지고 있는지를 풀어낸다. 직접 인터뷰를 통해 들은 스토리가 주된 소재이지만 글 자체는 인터뷰 형식이 아니다. 편안하고도 정돈된 서술 형태이다. 재미있는 문장과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인다.

한국에서 성공한 대표적 앱이 어떤 것이 있을까? 카카오톡을 비롯해서 하철이  등등 많은 앱이 있다. 그 가운데 무엇인가 나도 해보면 될 것 같은 현실적인 목표가 될 만한 앱은 무엇일까? 앱스토리는 그런 앱을 대상으로 한다. 전혀 손에 닿지 않을 듯 이미 성공한 앱이 아니라 아직도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있는 앱 말이다.



글 안에서 첫번째로 소개된 '배달의민족'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왜 '배달의 민족'인가?

요리하기 귀찮거나 출출할 때마다 생각나는 배달음식의 유혹. 그 유혹은 현관문이나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은 소위 말하는 배달음식 '찌라시'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스마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이상 찌라시를 살펴보며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게 해준 고마운 앱, '배달의 민족'이 있다. 

요지는 제공하는 정보만큼 사용자가 재미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없으면 개나 줘버릴 기세다. 그래야 입소문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신규 가입가의 20퍼센트가, 매일 6000여명이 이 앱을 새로 내려받는다. 



배달의 민족 앱은 분명히 성공했다.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많은 소비자에게 보급되었다.  그렇지만 카카오톡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뒀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아직은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벤처 투자를 받은 상태에서 탄탄한 수익모델을 구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앱을 둘러싼 이야기는 모두가 긴박감 넘치고 재미있다. 갓 성공가도를 걷기 시작한 회사가 가진 넘치는 활기와 매력이 넘친다.

읽는 사람들은 어떤 착상을 가지고 이 앱이 개발되었는가 하는 것과, 사업 진행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가 하는 부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런 간접적인 경험과 시행착오는 앞으로 독자가 펼치게 될 사업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 지도 모른다.

위치검색과 증강현실을 결합한 앱인 오브제에 대한 '앱스토리' 를 보자.



무엇보다 오브제는 사용자의 '습관'을 파악해 서비스에 도입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때문에 다른 앱보다 체류시간이 길다. 카카오톡에 이어 단일 앱으로 1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는 점도 업게이슈였다.

창업 2개월 후인 2009년 10월, 서비스가 출시되기도 전 엔젤펀드 투자를 받았다.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3억원이라는 큰 금액이었다. 

다만 담당자는 아이폰용 오브제 출시는 조금 늦춰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신대표도 SK측에 몇가지 사안을 제안했다. 사용자에게 돈을 받지 말 것, 일정기간 동안 유예기간을 갖는 대신 그 후에 다른 통신사에도 개방할 것, 오브제의 해외진출을 도와줄 것 등 세 가지였다.
 
이런 스토리를 읽어나가면서 독자들은 이 앱에 대해 어떤 탄생의 전설을 듣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저 밋밋하게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 받아 손으로 몇 번 쓰는 것뿐일 앱다. 그런데 스토리를 알고 나면 좀더 친밀해진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어쩐지 나도 이런 앱을 만들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군데군데 인터뷰 내용만이 아닌 저자 김관식의 해석이 섞인 듯한 대목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오브제의 후반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앱 시장은 냉정하다. 사용자가 한번 고개를 돌리면 어지간해서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시장성이 확실하다면, 긍정적인 마인드로 투자자를 설득할 각오도 해야 하고, 스스로 마케팅도 해야한다. 유료 앱이라고 하여 반드시 수익보장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글은 이 책이 단순히 성공한 사람의 인터뷰를 녹취한 수준의 이야기책이 아님을 말해준다. 인터뷰를 통해 나온 스토리가 하나의 법칙이나 교훈이 되어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교훈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또한 독자의 자유지만 말이다.



앱스토리, 성공한 앱에는 이야기가 있다.

앱스토리는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좋은 책이다. 나라를 제대로 경영하려면 역사책을 많이 읽어야 하듯이, 창업으로 성공하려면 창업의 성공담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 속에서 성공과 실패의 비결을 찾아 스스로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신의 폭이 제한된 대기업을 뛰쳐나와 창업을 통해 자아성취와 부를 동시에 얻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귀중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 말미의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해 본다.

여섯 명의 창업자들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대신 인생에 모험을 걸었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했다. 그리고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본서에 담은 현재가 끝은 아니다. 결과는 끝을 가봐야 알 수 있다.

누구나 성공의 좌표와 기준, 선택은 다르다.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알록달록하다. 그 알록달록함에 자신의 색을 입힐 수만 있다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