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속 골프, 현실로 다가온 최경주.
2011. 10.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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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보는 창문(이벤트)
골프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내 경우에 처음 골프라고 하면 그건 실체가 없는 놀이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골프를 그저 비디오 게임으로 처음 접했으니까 말이다. 돈은 없고 꿈은 많으며 호기심 왕성한 어렸을 적에 내가 본 골프장이란 그저 검은 색 브라운관 너머에 그래픽으로 그려진 풍경이었다. 5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할 수 있는 오락실 속에 펼쳐진 골프장 말이다.
철이 들면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락실에 가지 않게 된 대신 다루게 된 컴퓨터 게임 속에서만 골프는 존재했다. 잭니콜라우스나 아놀드 파머의 이름을 딴 골프게임은 그저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해서 공을 쳐서 넘기고 구멍에 넣는 오락에 불과했다. 스포츠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큼 현실감이 없었던 것이다.
박세리가 LPGA투어에서 우승하고 유명해지고나서 조금은 의식이 달라졌다. 이제는 막연한 게임이 아니라 골프가 실제로 누군가 사람이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셀위를 비롯한 여자골퍼들이 앞장 선 가운데 최경주가 PGA에서도 우승하자 한국의 골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나 역시 슬슬 비디오 게임이 아닌 현실 스포츠로서 골프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골퍼들이 공을 치는 모습을 잠시 티비에서 보는 것만으로 그 느낌은 한계가 있었다. 내가 직접 공을 쳐보지 못하고, 그린을 밟아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골퍼들의 신기에 가까운 퍼팅이나 샷을 아무리 봐도 여전히 영화나 드라마 같았다. 음습하게 정치인들이 골프치며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장면이나, 재벌총수들이 한담을 나누는 수단으로서의 골프만 떠올랐다.
이런 데는 골프가 역시 돈이 드는 운동이란 점이 크다. 그렇다고 스크린 골프장에서 저렴하게 체험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게임속에서 골프는 많이 해봤던 터에 또다른 스크린 게임은 취미가 아니다. 하다못해 플레이는 안해도 직접 필드와 그린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기회가 닿았다. 바로 최경주 CJ인비테이션널 골프대회에 초청받은 것이다.
해슬리 나인홀 골프장이란 곳은 본래 프라이빗한 회원제 골프장으로 일반 공개가 엄격히 통제된 곳이었다. 그러나 최경주 선수가 직접 기부를 하고 선수들을 초청해서 여는 이번 ‘최경주 인비테이션 골프대회’를 통해 일반인의 취재를 허용하면서 개방하기로 했다.
비디오 게임에서 대충 해봤지만 사실 나는 규칙도 잘 모르고 있었다. 18개의 홀을 총 72타로 넣어야 하는 기본룰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적게 치면 언더파, 많이 치면 오버파인 것이다. 제법 먼 거리의 이 코스들을 돌면서 며칠에 걸쳐 치르는 대회가 바로 정식 골프대회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달려서 도착한 해슬리 골프장은 전체적으로 야외축제 분위기라고 할까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편의를 위해 마련된 정식건물은 매우 예술적이었고 고급스러웠다. 또한 그린은 잘 정돈되어 깎여 있었으며 주위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한국에도 이런 좋은 경치가 있었나하고 감탄할 정도였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든다. 따라서 스폰서가 필수적인데 대회에 관련된 스폰서 기업으로는 CJ 그룹이 대표적이다. 계열사 가운데 세개가 협찬할 정도로 크게 후원한 CJ는 이 대회를 통해 최경주 선수를 본격 후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종 후원사들이 텐트를 치고는 찾아온 갤러리와 취재진에게 자사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원칙상 주요언론 취재기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똑같은 VIP명찰을 받고는 경기를 나란히 취재했다. 골프는 민감하기에 직접 공을 치는 그 순간은 매우 정숙해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이 시간에는 함부로 사진조차 찍지 못한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플레이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내가 간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시합을 주최한 최경주 선수는 3위 정도로 밀려나있었다. 사실 이 대회의 주최 자체가 최경주인데 단순히 대회 우승이 목표는 아니었다. 초청선수들과 함께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해 자선행사를 하고, 어린이들을 초청해서 잠시 골프를 가르치고 논다든가 하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골프는 어쨌든 한국에서는 아직 돈이 있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땅이 넓은 미국등과 달리 한국은 골프장 사용료 자체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경주 선수같은 좋은 선수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부자들의 스포츠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따라서 최경주 선수는 골프교실도 열고 이렇게 꿈나무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이미 2억원에 달하는 기부금도 냈다. 자기 개인의 부와 명예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판 전체를 보는 이런 마음은 존경할만 하다. 때로는 철없는 아이들의 악의없는 말에도 부드럽게 응대하는 것이 더욱 그렇게 보였다.
이날 행사도 있었고 타수도 뒤져있었기에 사실 결과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 최경주는 달랐다. 끝내 최경주는 이 대회에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출처)
'탱크' 최경주(41ㆍSK텔레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설한 대회에서 '초대 챔프'에 등극했다.
최경주는 10월 23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ㆍ7229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총상금 75만 달러) 최종일 5언더파를 몰아쳐 역전우승(17언더파 271타)에 성공했다. 2008년 SK텔레콤오픈과 신한동해오픈 이후 3년 만의 국내 대회 우승이다. 우승상금이 11만8000달러다.
최경주는 "나만의 경기 스타일이 잘 풀렸다"면서 "우승상금 전액을 (최경주)재단에 기부해 불우 이웃을 돕는 일에 쓰겠다"고 했다. 이어 호스트로서 부담이 컸는데 모든 게 다 잘됐다"고 만족하면서 "내년에는 PGA투어 선수 2, 3명을 더 데려와 대회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비디오 게임속 골프, 현실로 다가온 최경주.
내가 평생 처음 체험해본 골프장 관람을 통해 얻은 것은 매우 컸다. 무엇보다 골프가 정말로 사람들이 집중해서 한타씩 쳐가며 펼지는 스포츠라는 점을 실감했다. 비디오 게임 속에서 단지 그림처럼 펼쳐있던 골프장과 실제의 골프장은 달랐다. 살아있으며 사람이 그 안에서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느낌과도 달랐다.
무엇보다 현실로서 내가 그 유명한 최경주 선수를 가까이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단지 그가 스포츠 스타여서가 아니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직접 골프를 가르쳐주며, 조금이라도 사회와 골프 전체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땀과 노력을 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에 불과한 비디오 게임과 현실의 차이이며 골프게임과 실제 골프의 차이다.
골프에 대한 비판이나 골프장을 둘러싼 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골프를 통해 꿈을 이루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역시 다른 점이다. 이날 나는 비디오 게임 속 골프에서 벗어나 현실로 다가온 최경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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