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가장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한 기업은 어디일까? 지금은 애플의 적 구글에 모바일 분야가 인수되어버린 모토로라일 것이다. 최초 매킨토시의 CPU는 모토로라의 68000이다. 대형 컴퓨터의 처리기판을 작게 줄여서 만든 이것은 체계적이고도 좋은 칩이었다. 같은 시기 인텔이 전자계산기의 칩에서 발전한 8086을 출시했지만 애플의 선택은 모토로라였다.



이후 매킨토시 라인업에서는 줄곧 모토로라의 68시리즈가 쓰였다. 인텔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긴밀한 결합을 하며 ‘윈텔’이란 말을 만들어내는 동안, 애플은 모토로라와의 연합을 견고히 다졌다. 그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파워PC란 새로운 칩을 만들어 대항하는 데 이르렀다. 애플이 쓴다는 것만으로도 모토로라는 인텔과 함께 양대 CPU회사로 인지되기에 이르렀다. AMD가 오히려 마이너회사로 인식될 정도였다.

이런 끈끈한 관계도 결국은 파국을 맞았다. 애플은 맥의 성능향상에 모토로라의 칩이 맞춰주지 못하자 과감하게도 인텔칩을 채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모토로라 칩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인텔칩을 깎아내리던 마케팅 전략도 확 바뀌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인텔칩을 채용한 맥은 부트캠프를 이용해서 윈도우도 구동하기에 이르렀다. 인텔은 애플을 위해 맥북에어의 칩을 독점공급해주거나 설계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과의 관계도 오래 가기 힘들 것 같다. 애플은 지금 인텔칩이 가진 좋은 생산성과 높은 성능에는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칩이 가진 단점인 높은 전력소비와 발열, 비싼 가격에는 다소 불만이다. 특히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 ARM계열 칩을 채택한 기기로 더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불만이 생기는 모양이다. 결국 애플은 인텔에 대해 모종의 위협을 하기에 이르렀다. (출처)

인텔 임원 그렉 웰치는 애플이 ARM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CNet에게 말했다. 2주 전에 그는 애플이 실제로 인텔 칩들을 버리겠다고 위협했지만, 인텔이 향후 수년 내로 보다 더 전력 효율적인 칩들을 출시한다는 로드맵을 애플에게 제시해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월 스트릿 저널에게 말했다.

애플은 이미 iPad과 iPhone에 ARM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고, 만일 자사 노트북들에 ARM 프로세서들을 채용한다면, 이는 큰 사건이 될 것이다. 애플은 6년 전에 PowerPC 아키텍처로부터 인텔 프로세서들로 전환한 바 있다.
 

애플이 왜 인텔에게 불만일까? 다른 PC제조업체들이 별 불만없이 잘 쓰고 있는 칩인데 말이다. 결정적 이유는 인텔칩이 저전력에 약하기 때문이다. 인텔칩은 마치 미국제 자동차 마냥 엄청난 파워를 내주는 대신, 에너지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파워가 필요한 렌더링 작업, 3D 그래픽, 고속연산에는 적합하지만 평범한 인터넷 서핑이나 오피스 작업같이 파워가 필요없는 작업에서도 에너지는 펑펑 소모한다. 

가정용PC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요새 주류가 되고 있는 휴대용 기기에서 배터리를 아낄 수가 없다. 장기적으로 아이패드와 맥북에어를 통합한 저전력 컴퓨팅 기기를 만들려는 애플의 계획에 있어 인텔칩은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인텔에도 아톰이란 저전력 칩이 있다. 그러나 아톰의 저전력은 ARM의 저전력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인텔의 설계방식 자체가 저전력에 특화되지 않다보니 전혀 제조업체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넷북의 성능은 우리 모두 알다시피 기대할 게 못된다.

 애플과 인텔, 결별한다면 무엇때문일까?

이 뉴스는 애플이 인텔에게 보낸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적어도 모바일 기기에서 좋은 저전력칩을 내놓지 못한다면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신호다. 그리고 유력한 대체 후보로 AMD와 ARM 등을 준비하고 있다. 단지 엄포가 아니다. 이미 애플은 차세대 맥을 준비중이다. (출처)

Macotakara에 의하면, 애플은 새로운 제품 라인 이름과 함께 "완전히 다른 맥"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상세 사항은 여전히 비밀이다. 
최근 루머들에 의하면, 애플은 맥북 에어 외에 더 얇은 맥북과 ARM 기반의 맥북 에어를 테스트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실제로 제품을 발표할 때까지는 아무 것도 확실한 게 없는 애플이다. 하지만 이렇듯 인텔이 딱딱하게 나올 경우를 대비한 모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솔직히 인텔은 이때까지 저전력에 대해 나름 방심했다. 윈텔이라 불릴 만큼 윈도우와 사이가 좋았던 시대에는 아무도 저전력에 관심이 없었다. 에너지는 얼마든지 있고 그저 성능만 올려준다면 상관없다는 시대였다. 인텔은 에너지를 마구 먹고 그만큼 힘을 내는 과소비 칩을 만들었다. 또한 윈도우 역시 연산능력이란 시간이 지나고 돈만 약간 들이면 무한정으로 제공되는 걸로 알고 컴퓨팅 파워를 마구 낭비했다. 그 결과 벤치마크 숫자상으로는 엄청난 성능향상이 있지만 막상 핵심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속도와 처리능력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현상이 되풀이 되었다.

애플이 인텔에게 요구하는 저전력은 바로 이런 차원의 문제다. 이에 대해 인텔은 이미 준비하고 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마도 아톰부터 발전하는 초저전력칩을 듀얼코어 쿼드코어로 만들면서 속도를 올려가는 과정을 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인텔이 이 로드맵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수율이 낮아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그럴 때 애플이 참을성을 가지고 인텔을 기다려주지는 않을 듯 싶다. 애플은 이미 ARM이란 대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윈도우8은 ARM용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그렇다면 인텔의 입지는 더욱 줄어든다. 즉 애플은 인텔이 저전력 소비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라도 결별할 것이다.

애플의 이런 행위는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느슨했던 인텔을 채찍질해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업계를 이끌게 될 것이다. 보다 적은 전기만 소모하고도 빠르게 동작하고, 오래 작동되는 컴퓨터를 우리 모두 바란다. 인텔의 분발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