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경우, 그 상처는 매우 크다. 사랑하던 연인이 다른 남자와 약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경, 그 상처는 너무도 커서 고통이 되어 버린다. 우리 개인의 삶이란 아주 작은 수준에서 볼 때도 이렇다. 그리고 기업간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알고 있다. 그래. 누구나 알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모든 사랑에는 결국 결혼 아니면 이별이란 두 가지 결론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항상 당황하고 슬퍼한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소프트웨어에만 전념해서 안드로이드란 운영체제를 무료로 나눠주던 구글이란 기업이 있었다. 개방과 공유를 설파하며 늘 미소짓고 다니는 이 회사는 어쩌면 그래서 애플이나 MS를 제외한 모든 기업에게 마치 성모 마리아나 지장보살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하면서, 동시에 누구도 편애하지 않는 그런 초월적 존재 말이다.

하지만 극심해지는 기업간 경쟁과 환경변화를 맞이해서 이런 희망조차도 영원히 유지될 수 없는  것이었을까? 마침내 구글이란 ‘성모’ 가 ‘모토로라’란 아이를 입양해서 아들로 키우기로 했을 때, 들판에 버려진 다른 아이들은 극심한 상실감을 느끼고 말았다. 이제까지는 누구도 그녀의 아들이 아니었기에 은혜가 공평했지만, 이제부터는 분명히 자기 아들을 더욱 위해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건 아무리 본인이 아니라고 말해도 할 수 없는 진실이다.




평생 만인의 어머니일 것 같던 구글의 변신에 실망한 아이들은 이제부터 다시 거친 벌판에서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삼성, 엘지, HTC,  소니 에릭슨이란 이름의 아이들이 특히 그렇다.

특히 그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효자이던 삼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 삼성은 어떻게 보면 구글과도 거의 대등한 관계였다. 최초에 별 힘이 없던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강력한 하드웨어와 마케팅으로 뒷받침해서 아이폰을 능가하는 점유율을 가지게 해준 공로가 삼성에 있다. 그렇지만 그 삼성이 지금 가장 곤란에 빠졌다. 믿고 너무 의지해왔던 것도 그렇고 이제부터 취할 수 있는 대안도 마땅치 않다.

일단 삼성 내부에서는 별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대책도 세 가지나 마련해냈다. (출처)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글이 모토롤라를 13조5000억원(약 125억달러)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8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최 부회장은 "삼성은 자체 운영체제(OS)를 가지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폰 사업이 단순히 OS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며 스마트폰과 셋톱박스, IT솔루션 부문에서 직접 경쟁자 위치로 올라섬에 따라 향후 삼성 전략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최 사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향후 전략은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바다 OS`를 전략적으로 키우는 방향이다. 신 사장도 "삼성 OS인 바다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바다 OS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 2분기 점유율 1.9%로 윈도폰(1.6%)을 제치고 5위 OS로 올라서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둘째, 구글에 대한 `역의존도(Reverse Google Dependency)`를 높이는 전략이다. 삼성이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등에 업고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글도 삼성 없이는 안드로이드 발전이 힘들다는 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삼성도 인수ㆍ합병(M&A)과 제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하나를 내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가 중요한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자체 OS(블랙베리OS, QNX)를 2개나 보유한 림(RIM)과 팜(Palm) 인수를 통해 웹 OS를 가져가게 된 HP가 삼성 측 제휴 상대로 꼽힌다.

그러나 세 가지나 제시한 가운데 정작 대책다운 건 마지막 부분 뿐이다. 다른 두 개는 실상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삼성, 경쟁자가 된 구글에 맞설 미래 전략은?

삼성은 이제부터 그야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간 사람처럼 정신이라도 차려야 살 수 있지, 그렇지 않고 삐끗하면 죽음에 가까운 몰락을 경험할 수 있다. 기업 역사에서 어떤 기업도 고비를 맞는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런 고비의 순간이다.

정답은 삼성도 알고 나도 아는 지극히 평범한 데 있다. 바로 ‘독자적이고 강력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확보’ 이다. 저 위에선 블랙베리나 팜의 운영체제 인수를 들고 있다. 그러나 확장성이 부족해 지금 망해가는 블랙베리나, 가능성이 있지만 예전에 이미 망해버린 웹OS를 인수하거나 공급받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어차피 단기적으로 삼성은 계속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삼성이상의 생산력이나 제품성능을 가진 기업이 거의 없다.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인데 내가 내놓는 해결책은 바로 ‘자유소프트웨어 연합’과의 제휴다.



리누스 토발스가 만든 ‘리눅스 커널’을 바탕으로 각종 PC운영체제와 어플을 만드는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은 현재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맥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OS X를 만드는 데도 참여했으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제작에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오라클이 자바를 가지고 고소를 남발하고, 애플이 과도한 소송을 걸어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데 질려있다. 게다가 구글마저 특정 하드웨어를 인수했으니 이들의 정신이자 이념인 ‘소프트웨어의 자유’ 가 위기에 처했다.

삼성은 장기적으로 이 진영을 후원하고 지지하면서 운영체제 역량을 키워야 한다. 리눅스를 가지고 소비자용으로서 거의 맥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놓는 ‘우분투 리눅스’의 제조사 캐노니컬사를 참고로 해도 좋다. 애플이 걸었던 길처럼 아예 PC운영체제부터 기반을 쌓아가면서 앱을 확보하고 그걸 축약해서 스마트폰에 넣으면 어떨까? 아마도 삼성의 자금력과 추진력이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삼성에도 미래를 보다 넓게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런 생각을 충분히 할 것이다. 앞으로 삼성이 구글이나 MS에 얽매이지 않는 당당한 운영체제까지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