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가운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미국에서 문화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패러디한 내용이다. 우선 시즌 20의 에피소드 7 한 장면을 보자.

백화점에 두입 베어문 사과로고의 거대한 매플 스토어가 생긴다. 그곳에 들어간 여자아이 리사 심슨은 마이팟과 마이폰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겨우 이어폰 하나를 사는데도 돈이 모자란다. 애플 제품이 비싸다는 것을 꼬집는 뜻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거대 스크린에 나타난 사장 스티브 맙스에게 열광한다. <그는 마치 우리가 뭘 원하는 지 다 아는 신 같아!> 하고 말이다. 자신만만하게 나타난 맙스는 자기가 모두의 삶에 대한 관점을 바꿀 것이라 선언한다. 듣는 청중들은 저마다 지갑 속에서 현금을 꺼내 들고는 연설에 집중한다.
하지만 남자아이 바트의 장난으로 인해 맙스는 대중을 농락하는 독재자로 변하고 갑자기 뛰어든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해머를 던져 맙스의 스크린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린다. <배신자! 너의 마음은 네가 입고 있는 스웨터보다 시커멀 것이다!> 장난을 들킨 바트는 매플 추종자들로부터 도망가면서 한마디 한다. <멍청한 미친 무리들.>


이건 결코 애플을 시기하는 무리들의 거짓말이 아니고 무슨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오래전에 제작되어 정식으로 방영되는 심슨 가족의 최근 시리즈 방영분일 뿐이다. 비록 재미를 위해 만든 패러디지만, 이 속에 들어있는 시니컬한 비유는 막상 미국회사인 애플에 열광하는 미국인 조차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알려준다.

내가 요즘 느끼고 있는 모순점은 간단하다. 세상의 그 어떤 것이라도 애플이 한다고 하면 갑자기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선의에 가득찬 일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가 애플을 비판하거나 애플 제품과 이익을 침해할 경우 그것은 더없이 악의에 차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어 버린다. 모든 것의 판단기준이 오로지 애플이냐, 아니냐일 뿐이다. 마치 얼마전 CF인 <캐논이냐, 캐논이 아니냐.>를 보는 듯 하다.

여기 우선 한가지 뉴스를 소개한다. (출처)

인가젯에 의하면 해커들이 이번에 새로 나온 애플TV를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 720 P 영화/오디오 부분에서 상당히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였고 아직 Airplay지원이 안되고 있다고 한다. iOS 4.2에서나  정식 지원될 것이라고 한다.


이전 포스팅을 통해서 나는 애플TV가 해킹되면 오히려 여러가지 가능성이 생겨서 소비자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IT생활로 가져갈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새 애플TV속에 숨겨진 엄청난 가능성은?>

일부 애플 사용자들은 여전히 애플 제품에 대한 탈옥이 불법이며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 법원(정확히는 도서관)이 해킹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라고 명백히 판결을 내렸음에도 말이다.

적어도 해커들은 이런 탈옥(해킹)툴로 돈을 벌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 싶다. 해커들은 순수한 호기심 내지는 애플 사용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을 내보인바 있다. 그렇다. 이것은 해커의 로맨스다. 자기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이용해서 지배자의 부당한 간섭과 억압을 뚫고 세상을 보다 이롭게 하겠다. 해커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다. 비록 그 로맨스가 애플측이나 일부 옹호자에게는 불륜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건 어떨까? 애플이 진행하는 어떤 일에 대한 주장이다. (출처: 포커스) , 번역 : 애플포럼의 casaubon님.


한편 애플의 특허 출원 번호 20100207721번은 정말일까? 이 특허서류는 "전자기기에 대해, 승인받지 않은 사용자를 식별해주는 시스템과 방법"을 다루고 있다. 누군가 아이폰을 보려 한다거나, 맞지 않은 암호를 누르려 하는 경우 아이폰이 스파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아이폰이 독립적으로 이 사용자의 사진을 찍고 소리와 심장박동을 녹음한 다음, 이를 검증한다. 만약 데이터가 소유주와 같지 않다면, 아이폰은 경찰이나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비판자들은 이 특허를 "iSpy"라 이름 붙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시민권 조직인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는 애플이 소비자들을 정찰하려 하고 있으며, 애플 제품의 사용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 주장하였다.

본지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농식품소비자부(BMELV)도 비판에 나섰다. 인지되지 못한 사진 촬영과 녹화는 독일법 하에서 불법이기 때문이다. "애플이라 하더라도 민감한 개인 데이터의 취합은 관계자의 동의 없이 허용받을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이번에는 아마도 입장이 반대가 될 것 같다.
애플은 이 기능이 정당한 아이폰 사용자를 보호해주고, 불법적인 아이폰 사용자를 적발해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다. 이건 애플의 로맨스다. 다만 그런 일은 애플이 아니라 각국 경찰이나 정보기관에서 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의 한 회사인 애플이 각국의 법과 경찰력을 무시하고 이런 일을 벌일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다. 그러니 예로 든 독일정부와 해커를 포함한 어떤 소비자들에게는 불륜일 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은 이렇게 하이테크 세계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것 같다. 애플의 목적이 얼마나 선한 지는 모르겠지만 해커의 목적도 분명 선할 것이며 둘 다 저 기능으로 무슨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닌 건 맞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애플은 돈과 힘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반대편에 선 해커는 내가 알기론 억만장자도 아니고, 히어로 아이언맨도 아니다. 누가 더 로맨틱한 걸까?

심슨 이야기를 한번 더 해보자. 시즌 18의 에피소드 7을 보면 마지막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먼 미래의 모습이 나오며 미래인 한 명이 말한다. <만약 우리가 아이팟이 다양한 인간들과 엔터테인먼트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뒤엎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러나 그런 멋진 말을 하는 아래쪽에서는 로봇처럼 말하고 걸어다니는 거대한 아이팟이 목에 쇠사슬로 묶인  사람들을 하얀색 이어폰줄로 마구 채찍질하고 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라고 맞는 사람이 묻지만 <아무 것도 안 원해. 그냥 채찍질이 좋아.> 라면서  때리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힘을 가진 자를 편들기 좋아한다. 반면에 힘을 가지지 못한 자를 동정하기도 한다. 이제 그럼 한번 생각해보자.

애플과 해커 가운데 과연 누가 더 로맨틱한가? 심슨에서 패러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굳이 내가 생각한 것을 정답이라고 제시하지는 않겠다. 우리 한번 각자 답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