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애플>이란 브랜드를 매우 자주 접하게 된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애플은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다. 가지고는 싶지만 구할 길도 막막하고 엄청난 가격 때문에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구름 위의 존재 말이다. 구찌 가방이나 베르사체 의상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기에 대부분은 그냥 포기했다. 아주 선택받은 소수 사람만 애플 브랜드의 컴퓨터를 썼다.

2000년대에 와서 애플이란 브랜드는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한다. 출판쪽에서 아이맥이나 맥북 등을 아주 가끔 볼 수 있다가 점점 손 안에 있는 하얀 색 MP3플레이어-아이팟과 하얀 이어폰 줄이 애플을 대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09년과 2010년 애플은 이제 아이폰이란 생활속에 밀접한 휴대폰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이전까진 아무리 잘 보급되어봐야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나 쓰는 물건이었고, 아이팟 조차 다소 불편하고 이질적인 mp3 플레이어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폰에 와서는 쓰기도 쉽고 디자인도 매력적이어서 유행의 첨단을 걷는 브랜드로 각인되었다.

특히 젊은 여성과 기업인, 예술계열 사람에게 애플은 뭔가 섹시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로 기억되면서 문화현상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런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이미 충분히 높아졌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정작 본고장인 미국과 그 안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란 브랜드 가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하야시 노부유키가 쓴 <스티브 잡스의 명언50> 속에 관련 부분이 있어 인용해본다.

1998년, 잡스가 애플의 사외 이사로 새로 선출한 오라클사의 CEO 래리 앨리슨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애플은 컴퓨터 업계에서 유일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며,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이에 잡스는 이렇게 답했다.

전문가에게 그 방면에서 세계 톱클래스의 브랜드를 다섯개만 들어달라고 부탁한다는 가정을 해 봅시다.
'나이키'는 모두의 리스트에 들어있을 것입니다.
'코카콜라'도 모두의 리스트에 들어있을 것입니다.
'디즈니'도 모두의 리스트에 들어있겠지요.
그리고 '애플'도 모두의 리스트에 들어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그 사실을 무시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확실히 자신감 넘치고도 대담한 발언이다. 잡스는 애플이 최고의 컴퓨터 브랜드라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거기에는 MS나 IBM, HP는 브랜드로서 애플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문화현상을 이끄는 건 애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는가? 눈치 빠른 사람은 위에서 다섯 개를 들어달라고 했는데 왜 네 개 밖에 없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진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숨김으로서 사실을 왜곡하는 잡스의 특기다. 과연 어떤 회사일까? 그 회사를 언급하면 잡스의 저 말의 논지 일부가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답은 잡스가 다른 강연에서 한 말에 있다.

컴퓨터 업계에서 애플과 맞먹는 영향력의 브랜드는 없습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는 인지도 면에서도, 고객의 충성도 면에서도 '디즈니' 나 '소니' , '나이키', 같은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브랜드 가운데 언급되지 않았던 건 바로 일본의 '소니'다. 지금이면 몰라도 1998년 당시의 소니는 매우 대단한 위세를 지녀서 사실은 막 회복되려는 애플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였다. 또한 잡스는 대놓고 소니를 본받고 싶다고도 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잡스는 애플을 유일한 컴퓨터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놓기 위해 소니를 의도적으로 언급에서 뺐다. 다섯개 가운데 들어있는 데도 말이다.

소니는 소니 스타일이란 말을 만들 정도로 대표적인 라이프 스타일 가전기업이다. 워크맨을 처음 만든 기업이기도 하다. 애플의 영역과도 겹치는 이 회사를 언급하면 저 위에서 강조하려는 애플의 장점이 흐트러지므로 뺀 것이다.

잡스가 본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최고?


어쨌든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이 정도이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인 나이키와 디즈니, 코카콜라와 대등한 정도이다. 누구나 마시고 싶고 가지고 싶으며, 일상 속에서 당연히 쓰게 되는 브랜드와 가치가 같다. 1998년 다분히 이것은 잡스의 목표에 가까웠지만 2010년 지금은 현실에 가까워졌다. 폭발적인 아이폰4의 인기, 아이패드의 보급을 보면 분명 그렇다.

잡스가 본 애플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그리고 최고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앞으로 애플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될 것이다. 향후 애플의 브랜드를 주의 깊게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