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폰4와 새로 발표된 아이팟터치 4세대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흔히 그로인해 아이패드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없어서 못 팔던 아이패드는 점점 물량이 확보되고 있다. 한사람 앞에 두개만 살 수 있던 것이 이제는 애플 스토어에서 원하는 대로 사가라고 말한다. 주문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이 배송되기도 한다. 지난 9월 17일에는 중국시장에서도 와이파이 버전이 발매됐다. 이제 살 사람은 거의 샀고 열풍은 사그라들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아이패드는 실제 많은 통계숫자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의도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일 수도 있는 의미들이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다. 먼저 테크 포춘의 기사를 보자. 아이패드가 넷북시장이 아닌, 메인스트림 피시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는 분석 보도다. <PC Pain is Apple's Gain>

여기서 증권조사기관인 제프리 파이퍼의 분석을 보자. "지금 당장 아이패드가 피씨 시장을 위협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아이패드를 구매한 사용자들이 피씨 업그레이드와 재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 눈여겨 보아야 한다."
또한 컴퓨터월드의 조니 에반스기자는 애플 iOS 기기가 현재 한달 6백만대 판매를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아이패드 한가지 기기가 내년 한해 2천8백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원래 애플과 잡스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는 다분히 다른 회사에 관한 보도와 다르게 냉정을 잃은 호들갑스러운 보도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쳐도 대단한 성과다. 아이패드를 산 사람들이 노트북이나 PC를 사지 않게 된다는 것 말이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이런 원리가 있는 것 같다. 종래에는 간단한 인터넷 서핑이나 플래시 게임, MP3음악과 동영상 감상 등을 하고 싶어도 별도로 살만한 가볍고 싼 컴퓨터가 없었다. 때문에 이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전문가들도 쓸 수 있는 노트북과 PC를 구입하는 과소비(?>를 했다. 잠시 넷북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넷북은 운영체제가 너무 무거워 쾌적함을 주지 못했기에 아이패드가 등장함에 따라 이 계층이 대거 아이패드를 사서 눌러 앉아버렸다. 결과적으로 아이패드가 타블렛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 뿐 아니라 진입 불가능하게 보였던 노트북과 pc시장을 잠식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패드의 이런 눈부신 시장잠식과 성장세에 아무런 장애도 없는 건 아니다. 다음 기사를 보자. (출처: MK 뉴스)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가 비즈니스 용도로 유용하긴 하겠지만 기존 노트북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아이패드 관련 보고서에서 "길고 복잡한 문서 작성이 필요하거나 엑셀 같이 대용량의 수식, 수치 문서를 사용하기에는 아이패드 기능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노트북을 대체하기 위해선 중앙처리장치의 능력이 대용량 문서나 데이터베이스(DB), 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많은 글자를 입력할 수 있도록 키보드도 지원해야 하며 터치스크린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편리한 문서 프린팅 기능과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도 갖춰야 한다.

아이패드가 이런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게 가트너의 분석이다. 아이패드에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휴대성이 떨어진다. 마우스도 지원하지 않으며 현재까진 멀티태스킹도 할 수 없다. 아이패드에서 본 문서를 프린팅하는 기능도 없다. 대신 가트너는 많은 문서를 편집할 필요가 없는 기업 임원이나 마케팅, 영업직, 현장 인력은 아이패드를 노트북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분석은 미국에서 아이패드 등 태블릿PC 열풍이 노트북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나와 특히 주목된다.


이 기사는 얼핏 아이패드에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기사로 보기 쉽다. 그러나 행간을 잘 들여다보면 오히려 아이패드의 가능성을 매우 호의적으로 보는 기사다.

아이패드가 기존 노트북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원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하며 거실용 인터넷, 동영상, 전자책 독서기기 로 발표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아이패드가 노트북 컴퓨터를 일단 부분적으로는 대체할 수 있다고 인정하며 들어간다. 완전히는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완전히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은 어떤가? 소프트웨어적이나 약간의 하드웨어 추가, 기능개선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잡스와 애플이 마음만 먹으면 이 부분을 고쳐 언제든 완전한 대체재로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이 기사는 친절하게 앞으로 아이패드가 더 성공할 길까지 일러주는 기사인 것이다.

아이패드가 노트북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곧 내년 상반기에 아이패드 2세대가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자질구레한 위의 지적보다도 중요한 요소가 있다. 아이패드가 노트북을 이기기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스티브 잡스의 결단이다. 현재 아이패드는 자사 제품인 맥북의 최하위 기종인 999달러짜리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지 않기 위해 애써 그 가능성을 죽이고 있다. 어차피 다 같은 잡스와 애플의 자식인데 맥을 살리기 위해 아이패드의 가능성을 일정부분 제약하고 죽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약은 오히려 소비자의 요구나 IT의 발전에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잡스와 애플이 용도를 제한한다고 해서 우리가 꼭 그 제한된 용도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요구할 수 있다.



아이패드로 노트북을 대체하도록 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내년에 나올 제품에 그 결단이 담기기만 한다면 일은 더 쉽게 풀릴 것이다. 아이패드는 여러가지 면을 보완해 더 값지고 강력한 제품이 되어 나올 것이고 우리는 그걸 사기만 하면 된다.
 
만일 애플이나 잡스가 그걸 막고 여전히 제품군 차별을 위해 제약을 고집한다면? 그때는 잠시 기다리면 된다. 경쟁업체 역시 시간의 차이일뿐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애플과 잡스가 변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그들을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곧 아이패드가 못하는 역할을 할 제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패드의 변화된 모습을 더 보고 싶다. 그것이 보다 더 빠른 발전을 가져올 것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