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점점 둥글어진다고 한다.
젊은이가 패기로서 옳고 그른 것을 중시한다면, 연륜이 있는 사람은 어떤 것이 보다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 무장조직이 준동해서 민간인들 괴롭힌다면 젊은이는 당장 군대를 보내 그 무장조직을 토벌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노련한 사람들은 무장조직이 출현하는 이유를 밝혀내서 그것이 만일 이권이나 특정 빈부격차에 있다면 그 원인을 해소하는 것에 주력한다.


이번에 애플이 모바일 정책- iOS 관련 개발자 약관을 전면 수정했다. 이미 저번에 나는  <애플과 어도비의 화해? 플래시는 허용될까?> 란 포스팅을 통해 중요한 부분을 먼저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약관 수정이 미치는 범위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애플이 업계와 만들었던 주요 마찰 부분은 상당부분 해소한 획기적인 결정이 많았다. (출처 : 슬래쉬 기어)


이에 대해 외국 블러거인 존 그루버는 상세한 분석을 올렸다. X86osx.com 에 올라온 번역문을 소개한다.

1. 애플 iOS 개발 가이드라인과 광고 정책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섹션 3.3.1 / 3.3.2 / 3.3.9  그리고 앱스토어 리뷰 보드(Review Board) 관련입니다.

1-1: 섹션 3.3.1은 개발 툴과 랭귀지 관련한 조항입니다. iOS개발 언어가 반드시 "오브젝트 C, C, C++," 또는 "iOS 웹키트에서 제공하는 자바스크립," 으로 만들어져야한다고 했던 내용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원래 오리지널 개발 언어와 프로그램사이에 중간자적 레이어나 트랜스레이션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헌데 이 부분을 제거했다는 의미는 CS5에 포함된 플래쉬 툴을 이용해 개발자들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다양한 오에스에 포팅할 수 있는게 가능하다입니다. 결국 플래쉬를 사용하도록 허가했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애플의 명확한 설명을 기둘리고 있다고 합니다.

1-2: 섹션 3.3.2는 Interperter관련 입니다. 오리지널 문구를 대폭 축소하고 좀더 확실한 설명으로 대체했습니다. 예를 들어 "LUA 인터프리터를 포함한 게임들은 OK, 하지만 LUA 인터프리터를 이용해 추가적인 다운로드/인스톨은 안된다"는 것인데 개발자들에게 좀더 확실한 설명으로 다가올것이라고 합니다.

1-3: 섹션 3.3.9: Privacy & Analytics: 역시 복잡한 문장을 깨끗하게 정리했다는 해석입니다. 사실 이부분은 구글 AdMob에 숨통을 틔워준것입니다. iAD를 런칭하면서 스마트폰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광고툴을 갖고 iOS로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고 했었습니다. 가령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등이 광고 Analytic툴을 iOS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였지만 이를 완화해서 이제 모든 광고 에이전시를 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구글에선 벌써 애플측에 "대환영"이라며 "감사하다"는 반응까지 보였습니다.

마지막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의 변경인데 이는 앱스토어에 프로그램을 올렸다가 퇴출된 프로그램회사가 재검을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앱스토어 정책의 투명성 및 개방성 재고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문용어가 많아 좀 어려우니 간략하게 요약해서 핵심만 추려보겠다.


1-1. 아이폰, 아이패드 용 앱을 개발하려면 애플에서 지정한 개발툴과 언어만 써야한다는 기존 조항이 삭제되었다. 이제는 원칙적으로 플래시를 포함한 어떤 툴이든 애플 제품에서 실행만 보장되면 써도 된다.

1-2. 실시간으로 프로그램을 번역해주는 번역기 프로그램를 써도 된다. 단 처음에 인스톨한 것만 가지고 해야된다. 복잡하고 번잡하게 사용자와 기기에 무리를 시켜서는 안된다.

1-3. 애플이 자사 플랫폼에 구글 등이 광고를 하는 걸 막았던 제한을 해제했다. 이전 포스팅 <애플에게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지 마라.>  에서 다뤘던 개정약관의 취소를 의미한다. 이제는 누구든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광고사업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앱스토어를 애플 자의적으로만 심사하는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에 대해 마치 재판처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공식절차를 열어주었다.

이런 정책변화는 정말 획기적이다. 애플과 잡스의 이제까지 행보로 보았을 때 기적에 가깝다. 어째서일까? 요즘 너무도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애플이 배부른 사자가 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애플의 모바일 정책 전면수정, 무엇때문인가?

테크포춘에서는 결정적인 이유로 점점 격렬해지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견제와 타블렛 시장에 대한 노림수를 들고 있다. 또한 플래쉬 방지로 물 먹었던 어도비사에서 미공정거래위원회(FTC)에 애플을 상대로 제소를 했다. 이에 따른 전략적 포석이란 설명도 있다. 하지만 플래시 전면 허용의 뜻은 아니며 단지 개발자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 해석했다. (출처: 테크 포춘)


나도 처음에는 정확히 진의가 무엇인지 헛갈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기세당당했으며 무서울 것이 없어보였다. 법적인 분쟁이나 업계의 비난, 개발자의 호소 같은건 싹 무시하고 자기 갈 길만 가겠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이런 방향수정은 그 기세와는 자뭇 거리가 있다. 어째서일까.


이것은 애플이 안드로이드와 윈도폰7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신호다.

애플의 역사를 보자. 애플은 항상 먼저 어떤 분야를 개척해서 초기 수익을 많이 가져간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되고 점점 레드오션이 되면 고가시장으로 물러서거나 자기 플랫폼 안에 갇혀 폐쇄성을 더 확대시켜버린다. 마치 지금의 매킨토시처럼 말이다. 좋다는 건 다 인정하지만 불편함이 많이 따르니 쓰는 사람은 한정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규모의 경제에 맞추지 못하고, 하드웨어로서는 도저히 업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다르다. 1년에 한번 신제품을 발표하고 수시로 운영체제 버전업을 하면서 애플은 하드웨어조차도 업계를 따라가거나 앞서 가고 있다.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면승부다. 개인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가 무섭게 따라오고 거인 MS의 윈도폰7은  오피스를 앞세워 기업용 시장을 파고들 게 뻔하다. 거기서 밀리지 않으려면 개방은 필수적이다. 어도비나 구글과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익이 된다면 뭐든지 해야될 판이다.
 

애플은 예전의 뼈아픈 패배를 되풀이 하지 않을 작정이다. 우수한 하드웨어와 혁신적 운영체제를 지녔던 맥이 폐쇄적인 정책으로 인해 IBM PC와 윈도우즈에 점유율을 빼앗겼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각오인 것이다. 애플은 예전의 애플이 아니다. 힘을 가지고 있으며 한층 영리해졌다.

끝으로 애플이 이전의 애플과 달라진 근거를 하나 들어보자.

“애플의 역사는 길고도 복잡하며, 그 과정에서 숱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특히 폐쇄형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야기한 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 리 클로, 애플의 홍보사인 TBWA CEO(이며 ‘1984’ 광고 제작자 중 한 사람), 2003년 12월 15일 <에드에지> 인용.

즉, 애플은 아이폰을 폐쇄적 시스템으로 유지해서 안드로이드나 윈도폰7의 독점을 야기하지 않겠다는 각오인 것이다. 애플은 옛날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과연 역사는 되풀이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P.S : 웅진 갤리온 블로그에 <위기의 한국전자책, 생존법을 찾아라.> 란 별도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