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회사다.
나는 최근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여러 방면의 자료들을 수집해서 읽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애플이란 회사는 연구할수록 흥미롭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애플에는 본래 정상적인 회사라면 있을 수 없는 양쪽 극단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어떨 때 애플은 너무 자유로워서 전혀 회사같지 않다.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다른 기업에서 그토록 중요시하는 최신 인사관리 시스템이니, 정밀한 근무관리 시스템도 없다.

최근 아이폰 때문에 밀접한 관련을 맺은 AT&T가 거래하는 애플 직원에게 최소한 양사직원이 만나는 자리에는 양복을 입고 올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애플 직원의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는 애플이다. 우리는 양복을 입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양복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엄격한 규율을 가진 회사직원이라면 혀를 내두를 답변이다. 이럴 때의 애플은 너무도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해 보인다. 휴대폰 회사가 통신망 사업자를 만나는 자리에서조차도 그렇다.


그러나 애플은 한편으로는 너무도 통제된 회사다.
기밀엄수는 생명이고, 그걸 어기면 그 자리에서 해고당한다. 스티브 잡스와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건 직원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무슨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냐는 질문에 무턱대고 답하다가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야.> 라는 잡스의 한 마디를 듣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그 직원은 자기가 직업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것 역시 정상적인 회사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외국에서도 애플의 성공비결을 분석하는 건 어렵지만 도전해볼 만한 일로 통한다. 여기 최근에 나온 애플 성공의 두 가지 비결을 소개해 본다. 이 두가지는 각각 긍정적인, 부정적인 양쪽 측면을 말해준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처럼 말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7월 26일 인터넷판에서 애플의 전.현직 임직원과 지인 등의 입을 통해 전해진 잡스의 비밀을 소개했다. ( 출처 : 디지털 타임스 ) 관련 내용을 압축해서 언급해본다.

1) 비밀 보호가 최고의 원칙이다.
애플은 항상 경쟁사와 분석가, 블로거, 언론 등에 적합한 의제를 주고 그 수위를 조절하지만, 불투명 유리벽 뒤의 비밀장소에서만큼은 이런 이해 관계자를 잊고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2)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애플은 잡스가 혼자 또는 소수의 수석 매니저들과 마련한 제품 계획을 실무진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해 개발토록 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3) 논쟁을 의식하지 않고 고객에 집중한다.
프로그램 개발자 사이에서 응용프로그램 등록 기준을 제시한 애플의 앱 스토어가 폐쇄적이어서 문제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애플이 앱 등록 관련 규정을 투명하게 밝히면 이런 논쟁은 상당부분 불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수용자가 누구이며, 블로거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앱 스토어가 성공을 거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논쟁은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다.

4) 고객이 왕이다
 애플의 매장인 `지니어스 바(Genius Bar)는 고객이 가져온 어떤 종류의 애플의 기기도 점검해주고 심지어 기술과 관련되지 않는 서비스도 해준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를 하면서 돈을 받지 않는다. 고객이 돈을 내는 것은 보증 기간이 지난 제품을 수리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요소들이 성공의 비밀로 제시됐다. 권위있는 더 타임스의 보도인만큼 이런 요소들은 애플의 성공비결로서 찬사를 보내기 위한 긍정적 측면이다. 이것은 기업운영의 원리일 뿐 정치체제가 아니기에 민주주의가 최고라는 이데올로기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위의 기사를 짧은 문장으로 압축하면 무엇이 될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고객이 만족할 제품을 만들어라.

이것이 애플이 주는 긍정적 성공비결이다. 

그러나 더 타임스가 이런 긍정적 요소 가운데 언급한 한 가지를 잠시 주목해보자.


5) 종교처럼 따를 상징을 만든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마틴 린드스톰은 애플 애호가들이 마치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들과 유사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애플이라는 브랜드는 너무나 강력해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종교와도 같다. 이는 애플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종교적인 열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의 상징주의에 대한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라고 말했다.
아이팟의 흰색 헤드폰과 매킨토시 컴퓨터의 독창적인 부팅음, 맥북 후면의 독특한 모양 등이 바로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하는 상징들이다.

자사 브랜드를 단순한 <명품>이 아니라 <십자가 비슷한 성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과연 긍정적인 면만 있는 요소일까? 나는 <피에르가르댕>이나 <에르메스> 같은 세계적 브랜드조차도 그것이 종교상징과 비슷한 열정을 유발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것은 현재 애플 만이 가진 고유요소라는 이야기다.

그럼 다른 측면의 성공비결을 소개한다. 

미언론계에서 다수의 오피니언 리더를 확보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Atlantic의  테크전문 알렉시스 마드리걸기자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 종교의 다양화: 애플이 신격화되는 이유? >

이 글에서 마드리걸은 학계의 연구대상인 <애플 전설>에 대해 뉴욕대와 샌프란시스코주립대, 텍사스 A&M대의 세 교수가 작성한 <신의 반열에 오른 아이폰>이란 논문을 인용해 애플 전설과 그 문화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1. a creation myth (반문화적 정서에 기초한 애플 맥의 창조)
2. a hero myth (기업 지배 구조에 놓인 피씨 세계에 항거하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쉽 )
3. a satanic myth ( 맥 추종자의 반대편을 대표하는 MS와 빌 게이츠 )
4. a resurrection myth ( 파멸직전의 회사를 위해 나타난 스티브 잡스의 부활)

그는 과학적으로는 입증할 수 없는 위 네 가지 전설에 대한 <믿음>이 오늘의 애플과 아이폰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안테나게이트는 바로 애플추종자들에게 잡스에 대힌 영웅 전설과 부활의 전설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 이벤트라고 규정했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정확히 신약성서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일치한다. 즉 애플 팬보이들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대중을 구원하기 위해 몸소 피를 흘리고 부활한 예수와 스티브 잡스, 애플을 동일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글은 위에서 긍정적으로 보도한 더 타임스에서 언급한 종교적 상징을 더 확대했다. 애플이 초래한 문화현상이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어쨌든 애플은 종교법인이 아니고, 스티브 잡스는 교주가 아니다. 애플은 어떤 구원도 약속하지 않으며, 예배도 찬송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종교와 비슷한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것이 자칫하면 <맹목>과 <배타적 공격성>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그런 현상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았던 커스터머 리포트는 안테나 문제를 들어 아이폰4를 추천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애플 팬보이 가운데 일부는 관련 게시판에 항의문을 올리는 동시에 이 잡지의 정기구독을 끊겠다고 압박했다. 컴퓨터 업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잡지인 PC매거진 역시 아이폰4를 추천대상에서 제외하자 비슷한 항의에 직면했다.

지난 오랜 시간동안 다른 상업지와 다르게 공정한 테스트와 추천으로 신뢰를 확보했던 잡지였다. 단지 애플 제품의 결함을 지적했다는 이유 하나로 애플 팬보이에게 신뢰할 수 없는 잡지로 취급되었다. 애플 팬보이들은 예전부터 특정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려는 노력으로 신뢰를 쌓은 이 잡지보다는, 이익당사자인 특정 회사 애플이 발표한 모든 회사가 똑같은 문제가 있다는 말을 더 믿고 있다. 이런 굳건한 믿음하에 기꺼이 돈을 주고 제품을 사는 사람이 많다면 그 어떤 회사라도 애플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즉 애플 성공의 다소 부정적인 비결 역시 단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제품 속에 종교적 믿음을 주는 요소를 넣고는 끊임없이 은유적으로 강조하라.
 

이상으로 현재 외국에서 분석한 애플 성공의 두가지 비결을 소개했다. 이것이 옳은 지 그른 지는 이 글을 읽는 각자 판단하기 바란다. 나는 다만 다양한 정보를 묶어서 관점을 제시할 따름이다.

첨단전자기술에 빠진 이상주의자 스티브 워즈니악과 인도까지 가서 유명한 종교교주를 만나고 동양의 선 사상을 배워온 혁신주의자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가 애플이다. 이 두 사람의 장단점을 모두 계승했기에 애플은 이런 빛과 그림자 두 가지 비결을 안고 세상을 굴러가고 있는게 아닐까. 어쩐지 이것 역시 우리 세상이 가진 아이러니의 하나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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