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한국에서 출시행사하면 어땠을까?
흔히 한국을 IT강국이라고 부른다.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의 홍보자료에서도 볼 수 있고 각 언론 기사에서도 등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 보급된 초고속인터넷망과 메모리 등 반도체 관련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굳건한 위치를 차지한 온라인 게임업체도 있는 점에서 이유있는 호칭이다.
하지만 점점 이 호칭이 주는 무게감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망과 관련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은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단지 '인터넷 속도만 빠른' 나라가 되어간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기업을 만드는 기업은 점점 순이익이 줄어들고 온라인게임 업계는 셧다운제를 비롯한 규제 에 비틀거리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인구규모나 지역적 위치로 볼 때 한국이 세계 IT업계를 주도해왔던 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을 일컬을 때 IT업계에서는 '최고의 테스트베드' 라고 말한다. 빠르고 집약된 네트워크망이 깔리고 첨단기기에 대한 소비욕구가 매우 강하며 일정한 인구와 경제규모가 형성된 상황에서 높은 기술수준을 가진 제조기업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중국, 인도처럼 거대한 시장은 되지 못해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험해보고 개량해 나갈 때 시범 서비스를 하기에는 알맞다.
삼성전자는 8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에서 결제 서비스인 '삼성 페이' 출시를 알렸다. 그리고 출시지역을 꼽으며 한국에서 8월 20일, 미국에서 9월 28일이란 일정을 밝혔다.
삼성 페이는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상품이나 서비스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보통 카드 결제기로 결제 정보를 전달하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과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전달하는 방식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해 기존 카드 결제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7월부터 한국에서 일부 카드사와 함께 삼성 페이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 왔다.
단지 삼성전자가 한국 회사라는 것 말고도 삼성페이가 한국에서 처음 테스트를 해서 얻는 이점은 많다. 높은 신용카드 결제율과 카드 결제기 보급률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통신망으로 인해 서비스 확산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또한 첨단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기에 이점만 명확하다면 빠른 보급이 가능하다. 거기에 기술적 요소에 밝은 사용자도 있어 사용상 오류나 기술적 단점도 빨리 피드백 받아 수정할 수 있다.
삼성 페이는 이번에 발표된 갤럭시 S6 엣지+와 갤럭시 노트5에 기본 탑재된다.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에도 국내에서 8월 20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공된다. 삼성전자가 자사 최신 단말기에서만 쓸 수 있게 한 것도 마케팅전략으로 볼 수 있으며 큰 무리는 없다.
아쉬운 점은 최초로 출시되는 국가인데도 따로 한국에서 최초 발표행사를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페이는 이번에 발표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에서만 쓸 수 있는 종속서비스가 아니다. NFC기능만 있으면 이후 출시되는 어떤 삼성단말기에서도 쓸 수 있는 별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갤럭시S6 이후 삼성의 모든 단말기에서 지원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최고의 테스트베드로서 한국을 미국보다 한달이나 먼저 서비스한다면 그에 맞는 의미를 붙여주면 어땠을까?
미국쪽 발표가 끝나가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별도 발표장을 연결해서 삼성페이의 출발을 보다 화려하고 극적으로 알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 최우선 출시하듯이 삼성이 전세계 사용자에게 IT강국 한국에서 삼성페이를 최초 서비스한다고 말하며 한국의 앞선 인프라와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국가홍보와 함께 삼성전자가 확실한 한국기업이라는 자부심도 국내 사용자에게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나라사랑'은 꼭 어딘가에 태극기를 달고 국가를 부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한국기업이라는 것을 내내 강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제품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입장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이미지 가운데 좋은 점을 이용하고 그 가운데 다시 한국 사용자가 삼성전자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을 굳이 피할 이유도 없다. 최초 서비스 개시국으로 한국을 꼽은 결정은 객관적으로 봐서도 한국이 삼성페이 같은 첨단 서비스에 가장 알맞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보다 한국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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