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아직도 값은 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제품이란 이미지가 있다. 또한 IT제품에서도 MAID IN CHINA는 독창성이 부족해서 선진국 제품을 베끼거나 모양만 간신히 따라하는 조잡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대륙의~'시리즈 역시 그런 맥락에서 패러디된 농담이다.


그렇지만 중국 전자기업 샤오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중국을 쉽게 단정하지 못한다. 샤오미가 최근 내놓고 있는 제품이 보여준 결과 때문이다. 최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급의 모든 스펙을 가지고 있고 소프트웨어 지원도 충실하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인 제품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스마트TV에서는 거의 3분의 1 가격수준으로도 최신패널을 탑재했다. 이런 도전적인 제품은 내놓자마자 금방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에는 샤오미가 내놓은 정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샤오미는 자사 트위터 계정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시장에 스마트 정수기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정수기의 자세한 스펙과 성능이 예사롭지 않다. 작게는 정수기능의 우수함부터 크게는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설계가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연 어떤 점이 샤오미 정수기를 화제의 대상으로 올려놓은 것인지 살펴보자.



기존 수도꼭지의 연결 - 사용자 스스로 설치



샤오미의 스마트 정수기는 별도의 장치 없이 기존 수도 꼭지에 간편하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정수기 업체가 계약을 맺어 설치기사를 보내고 시공해 왔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설치비용을 아낄 수 있고, 샤오미는 지점 구축과 기사 고용 등 서비스망 구축을 위한 모든 비용을 절감해서 제품값을 낮출 수 있다.



흰 색의 직사각형 기둥 모양으로 크기는 가로 26cm, 세로 20.5cm, 높이 41cm로 A4 한 장도 안 되는 면적을 차지한다. 사용자 스스로도 5분 정도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설치를 끝내면 기본 내장된 필터로 1514리터의 물을 정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뛰어난 정수능력 - 역삼투압 방식


시판되는 정수기가 물을 걸러내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독일 브리타 처럼 하나의 필터를 통해 위에서 물을 부어서 중력의 힘을 이용해 정수하는 중력식이 있다. 가장 간단하지만 그만큼 간단한 정수능력만 가졌다.


이보다 더욱 발전한 것이 중공사막식이다.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실 형태의 구조를 한 0.01~0.1미크론(1미크론은 1,000분의 1mm) 단위의 필터를 놓고 물을 걸러서 일반세균 및 대장균등 오염물질을 걸러준다. 일반 상수도에서 나오는 수도물 압력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수도와 직결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정수량도 많다. 세균과 미립자 같은 불순물, 중금속 등은 제거하지만 유기물질, 화학약품을 걸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역삼투막 필터는 0.0001 ㎛ (1cm의 1억분의 1)정도 크기의 구멍이 수 없이 뚫려 있는 필름 형태의 반투막을 이용한다. 농도차이가 있는 두 용액을 반투막으로 분리해 놓으면 묽은 용액 속 물이 진한 농도의 용액 쪽으로 이동하는 삼투압을 거꾸로 응용한다. 고농도 용액측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하면 삼투현상과는 반대로 진한 농도 용액 측의 물이 묽은 용액 쪽으로 빠져나간다. 


이런 방식으로 물을 거르면 미생물, 중금속, 세균 등이 완전히 제거되어 거의 증류수와 같은 순수한 물을 얻을 수 있다.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하기에 구조가 복잡해지고 시간당 정수량이 작은 편이다. 또한 정수된 후 20퍼센트 정도의 물을 제외한 나머지가 버려지는 단점이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샤오미 정수기가 정수방식으로 역삼투압을 채택한 것이다.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지만 뛰어난 정수능력을 가진 역삼투압 방식을 채택한 것에서 기술적인 자신감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방식을 이용한 제품으로서는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출시함으로서 경쟁우위도 확보했다.



사물인터넷 -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수질체크와 필터교체까지 



또다른 특징은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사물인터넷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관련 앱을 설치하고 연동시키면 사용자는 수시로 수질을 체크할 수 있다. 또한 필터를 교체할 때가 되면 앱을 통해 알림메시지가 뜬다. 필터 교체 시기가 되면 버튼 하나로 필터를 주문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중국 내에서만 가능하다.



샤오미 정수기는 이런 기능과 편의성을 모두 가지고도  1299위안(약 24만원)의 가격에 출시되었다. 일반적으로 책정되는 정수기 가격보다 매우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정수기에 사물인터넷 요소를 도입한 기술적 시도로도 이미 조잡한 베끼기 제품은 아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지니 화제를 모을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해외직구 사이트 몇 군데에서는 구입을 위한 통로를 열어놓았다.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라면 한번 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