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요금, 직관적 금액표시가 아쉬운 이유는?
최근 이통통신요금 표기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형마켓이나 각종 점포에서 보는 일반 물건 가격 표기와 통신요금제가 약간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생기는 혼란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과자 하나를 골랐는데 그 아래에 990원이라고 써 있다면 우리는 계산대에 가서 990원만 내면 된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9,900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제품을 클릭해서 결제했다면 정확히 9,900원이 빠져나간다. 이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이통통신 요금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2만 9,900원이라고 표기된 요금제 바로 옆에는 (부가세 별도)라는 표시가 붙거나 (부가세 포함 3만 2,980원)이라는 표기가 뒤따른다. 국내 가격표시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얼마전까지는 일부 커피샵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이런 표시를 썼지만 곧바로 사라지고 지금은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만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런 표시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주에 따라 세금이 없는 나라도 있고 세율도 다르기 때문에 일괄 표기를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일본에서는 소비세가 최근에 자주 바뀌는 편이어서 이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측면이 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 제품은 해외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부분도 고려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 제품은 각 국가마다 다른 세금이 포함되어 최종가격이 결정된다.
그렇지만 이런 사례는 국내와는 해당 사항이 별로 없다. 한국은 철저히 부가세 10퍼센트로 세금이 균일화되어 있다. 어떤 서비스나 물건에도 지방마다 다른 세율의 세금이 붙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이동통신 요금이 다른 세금을 신경쓸 이유는 전혀없다.
문제는 현재 이통사의 마케팅이다. 예를들어 최근에 나온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홍보하면서 2만 원대(2만9900원)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라고 홍보하지만 부가세를 포함하면 실제 사용자가 내는 돈으로 3만원대 요금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행 요금 표기법의 맹점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부작용이다.
물론 마케팅에 상징적인 숫자는 중요하다. 보통 홈쇼핑 등에서 "3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을 때 실제 가격은 3만 9,800원 정도로서 사실상 4만원에서 200원 정도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이 경우는 부가세를 포함해서 내야할 돈이 분명 3만원대에 떨어진다. 반면에 이통사가 말하는 2만원대, 5만원대는 실제로 3만원대와 6만원대에 해당하는 요금을 내야한다. 사용자가 보았을 때는 올바르지 못한 표기법으로 여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동통신사는 앱 등에 표기되는 가격을 예로 들며 이 부분을 해명하고 있다. 통신요금 고지서의 표시 체계를 부가가치세 포함으로 바꾸면 앱 역시 부가세 포함으로 바꾸면서 사용자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한 실제 통신사에 돌아가지 않는 수익인 부가세를 요금에 넣으면 더욱 요금이 비싸게 느껴진다는 우려도 있다.
분명 이통사의 주장도 합리성은 있다. 하지만 그런 합리성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 맹점을 이용해서 실제 사용자가 내는 액수보다 적은 돈을 표기해서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다면 가격표기 하나부터 고객이 이해하기 편하게 표기해야 한다.
요즘 모바일 업계의 최대 화두는 사용자 경험(UX)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보다 직관적이고 쓰기 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추는 것이 경쟁력이 된다. 그렇지만 터치스크린으로 간단히 화면을 조작하는 편의성과 쾌적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런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액수를 가장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우선해야 할 사용자 경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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