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KT가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최초로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부가세 포함 약 3만원 정도인 최저 요금제부터 무선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고는 데이터 용량만을 구분지은 요금제였다. 최저요금제에서 겨우 300MB 정도인 데이터 용량은 아쉽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최초 시도인 만큼 신중한 접근은 필요했다는 평가이다.


발표 당시 KT는 데이터 중심요금제 발표가 자사 이미지를 높이고 기존 고객들의 요금선택 편리함을 도와주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했다. 가입자의 급격한 증가라든가, 이통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을 예상하는 태도는 없었다. 경쟁 이통사인 SKT나 LGU+가 쉽게 따라할 수 없도록 데이터를 이월하고 당겨쓰는 '밀당' 시스템을 고안한 것을 자랑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KT의  시도는 국내 이통시장에 데이터 혜택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통사마다 주력하는 부분이 다르고 가입자층의 사용패턴이 다르기에 SKT와 LGU+ 입장에서는 단순히 KT요금제를 비슷하게 따라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LGU+와 SKT는 데이터중심 요금제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각자 경쟁력을 강화하는 다른 방법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점점 좋아지는 이통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양상을 알아보자.



경쟁 - 비슷한 요금 수준에서 더 많은 혜택 제공


KT의 발표 이후 LG유플러스는 5월 15일에, SK텔레콤은 5월 20일에 새로운 요금제를 발표했다. 두 회사는 늦게 발표한 만큼 보다 나은 조건을 사용자에게 제시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를 빼앗기거나 고객 서비스에 소홀하다는 거센 불만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3만원대 요금제에서 모바일TV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음성통화 무제한에 얹어서 비디오 LTE 시대에 맞춰 조금만 더 돈을 내면 모바일 TV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SK텔레콤은 아예 음성통화에 있어서 접속료 때문에 무제한이 어려웠던 유선 통화까지 포함해 유무선 무제한 제공을 내세웠다.



결국 가장 나중에 요금제를 발표한 SK텔레콤이 가장 유리한 요금제로 떠올랐다. LG유플러스는 무선통화만, KT는 5만원대 이상 요금제에서 무선과 유선통화를 무제한 제공했다. 반면에 SK텔레콤은 모든 요금 구간에서 유무선 통화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SK텔레콤은 3만원 정도의 최저 요금제를 빼면 요금은 경쟁사보다 2,000원 정도 높아도 데이터 제공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데이터중심 요금제는 의외로 사용자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KT는 발표 나흘 만에 10만 가입자를 넘었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은 출시 첫날에 바로 15만명을 돌파했다. 업계 1위 점유율인데다가 나중에 발표했기에 가장 나은 혜택이 사용자를 움직인 것이다.



요금제 재출시 - 데이터 용량 등 혜택 경쟁이 시작되다


사실 여기까지는 데이터중심 요금제라고는 해도 본격적인 경쟁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각 매체에서는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고 했지만 반대로 요금제 자체는 음성통화가 무제한일 뿐 데이터 제공량은 늘지 않았다. 네티즌은 "단무지를 무제한으로 주면서 짜장면 시대가 열렸다고 광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데이터 혜택이 가장 적어보이는 LG유플러스가 요금제 재출시를 했다. 5월 28일에 기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음성과 데이터 제한을 늘린 새로운 요금제였다. '뉴 음성무한 데이터 요금제'는 최저요금 부터 유무선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를 제공량도 늘렸다.


이렇게 되자 가장 혜택이 뒤떨어지게 된 KT 역시 가만있을 수 없었다. KT는 6월 1일에 최저요금부터 무유선 통화 무제한 제공을 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별도 변경 없이 바로 적용시키기로 했다.



또한 KT와 SK텔레콤은 데이터 사용혜택을 강화한 상품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은 하루 6시간 동안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밴드 타임 프리'를 선보였다. 




밴드 타임프리는 월 5000원에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등 데이터 이용량이 하루 중 가장 많은 6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전용 데이터용량을 매일 1GB 추가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다. 데이터 소진 후에도 초당 400kbps의 속도로 추가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KT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하루 3시간 동안 데이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마이 타임 플랜'을 내놓았다. 마이 타임 플랜을 이용하면 월정액 7000원(부가세 별도)으로 매일 3시간 동안 2GB의 기본 제공량을 준다. 기본 제공량 소진 이후에는 최대 3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 가입자는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22가지 시작 시간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월 2회까지 변경 가능하다.


 

전망 - LGU+ , 알뜰폰 업체의 혜택 강화 기대



이렇게 되면 다시 한번 이통 3사 가운데 LGU+의 추가 발표가 기대된다. 이통 3사가 계속 혜택 강화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데이터중심 요금제 가운데 사용자 혜택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통 3사의 경쟁이 부진해 제 4이통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는 가운데 활성화된 경쟁이 반가운 이유다.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사용자를 모은 알뜰폰 업체도 가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업계 전문가는 "알뜰폰 업체는 회선을 임대해서 쓰는 특성상 단순히 저렴하게 하는 것 외에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기 어려운 면이 있다" 면서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인해 알뜰폰 업체도 상대적으로 요금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조만간 새로운 혜택강화 내지 새 요금제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본다" 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