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선 인터넷 정액제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용자는 무제한 요금제를 더 많이 원하고 있다.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종량제는 사업자에게는 편리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요금이나 소진되는 사용량을 보며 가슴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익을 내야하는 사업자는 이런 사용자의 바램을 맞아 적절한 가격에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게 된다.


2004년, KT는 월 10만원에 음성통화를 무한 제공했던 ‘무제한 정액 요금제’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그때는 음성통화가 대부분이고 데이터 이용이 거의 없었기에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려면 이 정도 가격을 매겨야 했던 것이다. 



2015년 5월 7일, KT에서는 데이터 선택요금제를 출시했다. 요금제와 상관없이 음성 통화와 문자는 무한 제공하고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파격적인 요금제이다. 10년 전보다 70퍼센트 낮아진 3만원 정도 금액부터 무제한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 요금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데이터 중심 - 데이터 이용량을 기준으로 5천원 단위로 금액 설정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모든 요금 구간에서 음성과 문자메시지를 무한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차별되는 요소인 데이터 제공량만 선택하면 된다. 최저 요금은 월 29,900원을 내는 요금제이며 여기서 월 49900원 요금제까지는 통신사 관계없이 무선-무선 통화를 무한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54,900원 이상 요금제에서는 유선 - 무선간 통화도 무한으로 제공된다.

 


기존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 데이터 사용량을 전부 반영하다보니 요금제가 복잡했다. 음성통화가 많아서 높은 정액 요금제를 쓰는 고객은 데이터가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에 선보인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가 무한으로 제공된다. 데이터 이용량 기준으로 보다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이 가능하며 약정과 위약금이 없는 순액 구조를 채택해 고객들이 이해하기 쉽다. 버라이즌, 구글 등 해외 사업자가 1GB당 데이터 요금을 구간에 따라 약 1만원으로 설정했지만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5천원 이하로 설계되어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59,900원 이상 요금제에서는 유무선 통화 및 데이터가 무한으로 제공된다. 데이터 무한은 기본 제공량 소진 이후에도 1일 2GB가 속도 제한 없이 제공된다. 2GB 소진 후에는 최대 3~5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무한 이용할 수 있다.

 


혜택도 강화했는데 49,9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는 고객에게는 87개의 실시간 채널과 8만 여 편의 고화질 VOD를 감상할 수 있는 ‘올레tv 모바일(월 5천원)’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데이터 선택 요금제’ 전 구간에서 보이스톡 같은 mVoIP 서비스를 사용량 제한 없이 전면 허용했다.



세계적 추세가 점점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분명 이러한 KT의 새로운 요금제는 신선하고도 좋은 개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는 나이든 세대가 음성통화를 많이 쓰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음성보다 데이터를 훨씬 많이 쓴다는 점에서 볼 때  사용자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간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밀당 - 데이터 이월과 당겨쓰기도 가능


새로운 요금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밀당' 기능이다. 연애에서의 밀고당기기를 뜻하는 밀당에서 따온 이 시스템은 기존 KT에서만 제공하던 데이터 이월하기를 ‘밀기’에 비유해서 다음 달 데이터를 최대 2GB까지 ‘당겨’쓸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밀당 기능을 통해 남거나 부족한 데이터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기본 제공량 대비 최대 3배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매월 데이터 사용량이 불규칙한 사용자가 이에 따른 혜택을 보게되며  요금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 데이터를 6GB로 제공하는 ‘데이터 선택 499’ 가입 하해서 ‘밀당’ 기능을 이용하면 전달에서 가져온 6GB, 이번달 용량 6GB, 그리고 다음월에서 당겨온 2GB를 합해 한 달에 최대 약 14GB까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밀당은 무한히 밀거나 당겨쓸 수 없다. 이번달로 넘어온 지난 달 데이터는 다 쓰지 않으면 다음달로 넘어가지 않고 사라진다. 당겨쓰기에도 최대 2GB 제한이 있으므로 완전히 데이터 한도 압박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또한 ‘올레 패밀리박스’를 통해 가족끼리 데이터 공유는 물론, 매월 인당 데이터 100MB를 추가 제공 받을 수 있다. 올레멤버십 포인트로도 부족한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으며 2년 이상 장기 가입고객에게는 분기별로 나눠서 연간 4GB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 혜택 - 월간 3,600원 통신비 절감 효과


KT는 이 요금제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편의성 뿐만 아니라 큰  경제적 혜택을 준다고 강조했다. 요금 자체는 글로벌 사업자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최근 화제가 된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와도 비교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요금제에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얻을 수 있는 요금 20퍼센트 할인을 합하면 더욱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구글같이 안쓰는 데이터를 환불해주는 정책 같은 건 없지만 데이터당 요금은 절반 이하라는 점에서 경제적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KT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도입으로 사용자가 실제 데이터 이용량에 가장 적합한 요금을 선택할 수 있기에 과도한 요금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1인당 평균 월 3,590원, KT LTE 고객 1천만명 기준 연간 총 4,304억원의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고 예측했다.


사용자 요금절감은 반대로 기업에게 가입자당 순이익 감소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음성통화 때문에 고가요금제를 쓰던 사용자가 중저가형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다른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도 요금제를 변경해서 쓸 수 있다. 약정 기간내에 있더라도 심플코스 제도를 통해 높은 요금제에서 낮은 요금제로 갈 경우 할인분을 반환하기만 한다면 가능하다. 


KT는 이번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경쟁사가 따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밀당과 관련된 시스템에 특허를 내놓기도 했고 데이터 이월 등을 위해 복잡한 고객정보 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중심이라는 요금제 자체는 비슷하게 갈 수 있어도 부가적으로 붙은 밀당과 올레 TV 무제한 등은 따라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또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사업자로서 수익증가를 위한 요금제가 아니고 세계적 추세에 맞추면서도 고객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는 목소리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는 표본으로 든 299 요금제가 가진 300MB라는 작은 데이터 양에 한계가 있다. 음성통화 비중이 큰 고연령 사용자나 특수 사업자를 빼면 매력이 적다는 의미다. 실제로 KT에서도 사용자가 49,900원 요금제를 가장 많이 선호할  거란 예상을 내놓았다. 


어쨌든 이번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다른 통신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KT와 LGU+도 비슷한 요금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해놓은 상태이다. 세계적 추세와 사용자의 취향변화를 반영한 더 합리적이고 좋은 요금제가 많이 나와서 사용자의 선택지를 풍부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