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 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을 보다 정교하게 만든 것입니다. 크게 어렵지도 않고 고객의 기변고민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외국 글로벌 업체와 수출 계약도 진행중입니다"


2014년 4월 24일, KT 기자실에서 KT 박현진 상무는 스폰지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상무는  "고객의 평균 휴대폰 사용이 5시간 정도입니다. 조기에 소모되어 교체하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약정과 할부금 고민이 많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잔여할부금 반을 소모하게 되면 반납하고 나머지를 면제해 줍니다" 고 글로벌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결국 자사 고객을 지키려는 것이다. 보통 고객들이 기기를 바꾸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은 가입후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때 기존 단말기 할부금도 남아있기에 함부로 바꾸지 못하고 다른 이통사에서 고액 보조금을 투입한 새 단말기로 이 고객을 유혹한다. 이럴 때 이통사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혜택을 주는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이 있다면 기존 고객을 잡아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면 손익은 어떻게 맞출까? KT는 그 손익 분기선을 세심하게 평가한 결과 70만원 정도로 잡았다. 스폰지는 잔여 할부금을 흡수하면서 단말기도 흡수한다. KT는 그 단말기를 리사이클링 해서 수출도 하고 재활용해서 저렴한 중고폰으로 싸게 가입할 수 있게 한다.


보통 고객들이 기존 단말기를 중고시장에 내다파는 경우가 많은데 출고가와 사용기간에 따라 형성된 1년 지난 단말기 가격을 면밀히 계산한 결과다. KT에서는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요건을 만족시키게 되면 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려줄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서 혜택을 보는 이용자는 얼마나 될까? 자세한 가입정보는 회사 기밀에 속하지만 3사 평균해서 무제한 요금제는 가입시장에서 25퍼센트 정도다. 67요금제가 일반적인데 KT는 금액이 5만 1천원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업계 전체적으로 70퍼센트 이상의 신규 가입자가 혜택을 보게 된다.


다만 기존 가입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새로 가입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현재는 특별히 해당 단말기를 지정하지 않고 KT에서 취급하는 모든 단말기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 가입자도 단말기를 바꾸면서 새로 이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다.


불법 보조금 논란에 대해서 KT측은 "가입시점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교체 시점에서는 제일 비싼 폰이 87만원 정도인데 1년후에 잔여 할부금이 43만원 정도 남는다. 1년 지난 단말기는 보통 중고시장에서 30만원 한다"라고 전제하고는 "계산해서 차액으로 비교해보면 대충 16~17만원이다. 이 정도를 보조하는 것은 합법적인 수준이며 앞으로도 규정된 법 테두리 안에서 시행할 계획이다"라고 해명했다.


확실하지 않는 건 이 프로그램이 단말기 출고가 책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KT측은 결국 이 프로그램이 단말기 가격 인하효과를 가져올 거라 주장한다. 70만원이라는 기준선이 있는데 출고가가 매우 높을 경우 KT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극단적으로는 초고가 단말기는 이 프로그램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고 경쟁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든다.


거꾸로 본다면 아직은 없지만 앞으로 출고가 70만원 이하의 단말기가 나오게 된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다지 효용가치가 없다. 따라서 단말기 회사들이 70만원 근처에서 출고가를 더 낮추지 못하게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출고가의 몇 퍼센트 같이 유동적인 수치가 아니라 '70만원'이라는 절대 금액을 기준으로 잡았는 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결국 단말기 출고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함부로 전망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결국 KT의 이번 프로그램 발표는 영업정지 이후에 의욕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신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신규 가입자에게 어느 정도 편리하지만 획기적인 것은 아니고 이익을 양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말기 출고가와 통신요금을 낮추라는 최근의 사회적 압력과 정부정책에 대해 이 프로그램이 어떤 효과를 낼 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