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SNS에서 한차례 폭풍이 불고 지나갔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가정용 무선전화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바탕 소동이었다.






핵심은 간단했다. 예전에 널리 판매되던 일부 아날로그 무선전화기가 쓰는 900MHz 전파의 이용기간이 올해로 끝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불법전파기기로 변하게 되어 사용하는 것만으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교통신호위반 등을 저지를 때 내는 5만원 남짓 과태료와 비교도 안되는 높은 액수다.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는 그 편리함 때문에 휴대폰이 나온 후에도 가정에서 많이 사용했다. 2003년부터 판매되었고 총 560만대가 팔렸다. 지금도 일부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아직 약 10만여명이 사용하고 있다.

10만명이라는 숫자가 우리나라 인구수에 비해 작아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만일 이들이 전부 범법자가 된다고 치면 엄청난 숫자가 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요언론들은 이번에 새로 배정된 이동통신 LTE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가운데 900메가헤르츠 대역이 이  무선전화기의 주파수와 겹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무선전화기를 사용하게 되면 해당지역에서 휴대폰을 이용하는 데 혼신이나 통화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선전화기가 편리함을 위해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들기만 해도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사용하지 않다가도 무심코 전화가 걸려올 때 전화기를 드는 것만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 된다. 샤이니의 종현은 이 문제에 대해 "자전거도 조심해서 타야겠다”며 “어느 날 갑자기 자전거 도로 이용이 금지됐는데 내가 모르고 타다가 벌금 낼지도 모르니까”라며 재치있게 비판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대안 마련과 정책이다. 일단 주파수 가운데 효율적인 영역을 많이 쓰는 서비스에 주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에 쓰던 사람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홍보는 부족한데 무조건 법과 과태료를 앞세워 겁을 주는 형국이 되었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10월 12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900MHz 아날로그 무선전화기 일명 코드리스폰 이용종료 건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언론과 SNS에 회자됐다”며 “과태료 부과와 같은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으로 일단 과태료 논란은 끝났다. 다만 이것은 법률적인 유권해석이나 판례가 아니다. 전파법 위반이지만 집행기관이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후에 문제가 될 소지는 있는 셈이다.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쓰는 무선전화기로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일이며 현재 정부나 기업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어떤 지원도 해주고 있지 않다.

이런 경우에 대한 좋은 예로 지상파 아날로그 티비방송이 송출을 끝내고 전면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할 때의 사례를 보자. 지속적으로 방송종료를 안내하고, 수신기 구입을 보조하는 정책도 있었다. 이번 무선전화기의 경우에도 정부의 이런 주의깊은 노력이 있었으면 이런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그 점이 매우 아쉽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부가 이렇게 임의조치로서 행정을 해나가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예측 가능한 절차를 예고하고 그에 따라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위법이 되지만 단속은 않을 것이란 말은 그냥 재량이다. 국민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재량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건 아무리 봐도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