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유료콘텐츠 성공의 길은?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는 붐 현상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동안 정체되었던 관련 산업이 한꺼번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스마트폰이 그랬고, 카카오톡 게임이 그랬다.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던 해당분야는 지금 치열한 경쟁과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한쪽에만 쏠리는 관심 때문에 크게 보고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박탈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잘될 때는 돈을 싸들고 와서 묻지도 않고 투자하던 사람들이, 반대로 붐이 끝나고 관심이 식고 나면 잘 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업에도 투자를 꺼린다.
유료콘텐츠, 그리고 카카오페이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런 붐 현상을 잘 알아야 한다. 마침 얼마전 내가 매일경제의 기자와 인터뷰 했던 내용이 포함된 좋은 기사가 나왔기에 우선 소개한다. (출처)
10년 전부터 디지털 콘텐츠 제값 받기 캠페인을 펼쳤지만 번번이 실패한 국내 시장에서 드디어 유료 콘텐츠가 팔리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웹툰 유료화의 선봉장에 섰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 들어 몇몇 인기 작품(‘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강유경 다음 매니저는 “연재 당시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나 단행본 판매량이 높은 작품이 온라인 판매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다음은 약 50편의 완결 작품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움직임은 글로벌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구글은 유튜브 일부 채널을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채널이라고는 하지만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부터 코미디, 스포츠 등 50개 채널에 이른다. 구글은 이용료로 월 기준 0.99달러(약 1100원) 이상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콘텐츠 공급자가 정하는 대로 이용료는 달라진다. 앞으로 유료 채널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료 콘텐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위해선 콘텐츠 품질이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무료와 유료 콘텐츠의 차이가 없으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안병도 IT칼럼니스트는 “일부 낙관론자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모바일 인프라가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유료 콘텐츠 판매가 늘 것이라고 보지만 사실 콘텐츠 유료화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 웹하드를 통해 공유되는 무료 콘텐츠의 품질이 높아서일 수도 있고 유료 품질이 낮아서일 수도 있다. 우선은 유료 콘텐츠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거래되는 콘텐츠는 건당 최저 500원, 월정액은 2000원이다. 소비자에게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한 달 서비스를 진행한 결과 카카오페이지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구글플레이 누적 다운로드 수는 고작 10만명.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카카오 측에서 해명하고 나섰다. “카카오페이지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도 안 좋을 수 있다. 첫 경험이 부정적이다 보면 추가 방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버그 등 문제점을 해결하고 완성도를 높이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는 게 카카오 관계자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향후 플랫폼 완성도를 높이고 신규 콘텐츠를 보강하면 카카오페이지가 국내 유료 콘텐츠 시장을 활짝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차현나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자생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한 플랫폼을 보면 콘텐츠 제공자와 소비자에게 편리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플랫폼과 콘텐츠 제공자에게 애착을 형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처음부터 유료콘텐츠만을 취급하겠다고 밝히고 야심차게 시작한 카카오페이지의 행보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소비자들을 무료콘텐츠로 유인해서 점차 유료콘텐츠를 사게 만드는 비즈니스모델이 보다 성공확률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유료만 취급하겠다는 방침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대로 정공법을 택한 카카오페이지를 높이 평가하고 애니팡의 성공을 들며 커다란 성공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약간의 시간이 흘러 카카오페이지가 나온 지금, 일단 초기의 대성공은 없었다.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고 그만큼 관심도 부족하다. 사람들이 일단 카카오페이지라는 것이 있는지, 혹은 그 안에 어떤 매력적인 콘텐츠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료콘텐츠만을 취급하는 상황이다. 초기 붐 현상을 일으키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카카오페이지는 실패했다고 단정지어도 될까? 나아가서 한국의 유료콘텐츠 시장은 아직 힘들다고 해석해야할까?
카카오페이지, 유료콘텐츠 성공의 길은?
그렇지는 않다. 저 위에서 내가 주장한 말을 다시 한번 제시해보자.
사실 콘텐츠 유료화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 웹하드를 통해 공유되는 무료 콘텐츠의 품질이 높아서일 수도 있고 유료 품질이 낮아서일 수도 있다. 우선은 유료 콘텐츠 품질을 높여야 한다.
카카오페이지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도구를 통해 콘텐츠 자체의 내용을 중시하는 전략을 취했다. 순수한 콘텐츠 품질만으로 팔리는 것을 지향한 것이다. 그런데 쉬운 툴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플랫폼에 갓 뛰어드는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 공급자일까? 대부분 실력이 검증되지 않거나, 유명세가 없는 생산자이다. 그들에게 쉬운 창작도구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유료콘텐츠의 완성품질을 낮게 보게 마련이다.
애니팡을 비롯한 카카오톡 게임은 어쨌든 게임이다. 기초적인 코딩인력과 기획능력이 있어야 하기에 완전히 저품질이 나오기 힘들다. 진입장벽이 일종의 거름막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는 그 벽을 완전히 낮췄다. 그 결과로 그동안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던 좋은 콘텐츠 제작자가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유료콘텐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이 그저 돈이 된다니까 만들어보는 지원자도 많아졌다.
유료콘텐츠는 무료콘텐츠에 비해 훨씬 우월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에는 블로그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제공되는 합법적 무료콘텐츠의 질이 상당히 높다. 심지어 불법으로 P2P등에서 거래되는 스캔본 만화책이나 소설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들에 비해 돈을 내고 구입할 가치가 있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팔리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그런 차별은 모바일의 특성구현에서 비롯된다. 페이지를 넘길때 경쾌한 진동과 소리가 나는 등 넘기는 재미가 있다든가, 언제든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게 한다든가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넘어간 것이 현재의 카카오 페이지의 쉬운 도구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도 그저 기존의 잡지나 책, 블로그 콘텐츠를 잘라붙이면 될 것으로 알고 있다. 바로 이것이 유료콘텐츠를 실패하게 만드는 안이함이다.
모바일소설은 종이 소설과 달라야 한다. 너무도 당연하다. 카카오톡 게임이 하트시스템을 통해 기존 캐주얼 게임과 차별성을 준 교훈을 되새겨보자. 유료콘텐츠 성공의 길은 차별성과 품질에 있다. 카카오페이지가 보다 진보된 창작도구를 내놓고, 생산자들이 보다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을 내놓을 때 유료콘텐츠는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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