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각종 산업에서 라이벌이던 일본을 제치고 앞서기 시작했다. 일본은 한국 경제발전의 모델이었다. 또한 일본의 각 회사들은 한국 기업의 발전모델이자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한때 '한국이 일본을 못 쫓아가는 이유' 같은 책이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조차 아득히 먼 옛날처럼 생각될 정도이다. 지금은 삼성전자의 이익이 일본 전자업체 전부의 이익보다 많다는 사실이 뉴스로 나올 정도이다.


삼성카메라


이런 발전의 원동력을 해석하는 데는 다소의 시각차가 있다. 한국 스스로는 특유의 근면과 도전을 통해서 발전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세계경제 침체로 일본이 주춤하던 시기에 한국이 과감하고도 모험적인 투자를 했으며 일본 기술자를 받아들여 기술을 훔쳐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굳이 어떤 것이 진실이냐를 따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승자가 된 한국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과 패자가 된 일본에서 상대의 성공요인을 다소 깎아내리는 거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제 3자인 다른 나라의 평가는 어떨까? 다소 냉정한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산업의 흐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에 과감하게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배팅해서 승리했다. 반대로 일본은 우위에 있던 아날로그 기술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기회를 놓친 것이 패인이다. 이것이 대체로 일치되는 판단이다.


실제로 일본이 그나마 지금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분야를 살펴보자. 렌즈를 다루는 광학이나 빛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 촬상센서, 화상과 색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야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분야로서 디지털로 완전히 변하기 힘든 부분이다.


삼성카메라


재미있는 것은 삼성이 바로 이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 뛰어든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두번이나 도전했다가 물러섰다. 한번은 삼성 테크윈이 주축이 되어 광학기술과 카메라 기술을 익혔지만 IMF가 터져 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해 사업을 정리했다. 두번째로 몇 년전에 삼성전자가 광학부문 투자를 대대적으로 하면서 일본의 메이저 카메라 업체를 따라잡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그 결과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뉴스 가운데 재미있는 분석기사가 하나 나왔다. 제목이 '오판 잦아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눈물, 버린 기업이 수천억 흑자!' 같이 자극적이다. 주요한 것은 LED사업에 대한 내용이지만 나는 오히려 부분적으로 있는 디지털 카메라 부문에 주목했다. 우선 뉴스 내용을 보자(출처)


삼성전자가 최근 몇년 사이 '비전이 없다'며 내보낸 사업은 오히려 잘되고, '비전이 있다'며 계열사에서 반강제로 가져온 사업에서는 적자나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는 독특한 경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너무 근시안적 지표 경영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고성장도 잘못된 예측으로 어느 순간부터 가라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2010년 비슷한 방식으로 가져왔던 디지털 카메라 사업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시 디지털카메라는 시장에서 삼성테크윈 주가를 들썩거리게 만들 정도로 유망한 사업이었고, 실제 상당한 성과도 냈으나, 삼성전자로 옮겨진 이후 고전하고 있다. 사업이 삼성테크윈→삼성디지털이미징→삼성전자의 과정을 거치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사이, 국내 디카 시장이 삼성이 본래 경쟁력을 발휘했던 콤팩트(소형휴대용) 카메라 시장에서 고가 카메라 시장으로 옮겨가는 데 대한 초기 대응에 늦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캐논, 니콘, 소니에 이어 4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양대 홍성태 교수(경영학과)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곤 있지만 너무 당장의 성과나 인기 위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발상"이라며 "장기 업황 예측 실패나 근시안적 지표 경영은 일본 소니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메라


삼성에 대한 찬사는 '최고의 추격자' 이다. 앞서 있는 기업을 순식간에 추격해서 1위가 되는 능력은 전세게에서도 손꼽을 정도이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어떤 전자산업에서도 승승장구해왔다. 그런데 왜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는 그게 성공하지 못했던 것일까? 


삼성 디지털 카메라, 도약에 필요한 것은?


삼성이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눈을 돌린 자체는 좋았다. 그리고 렌즈와 각종 분야에 의욕적으로 투자하며 나아간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다. 그것이 그나마 이전에는 완전히 존재감조차 없던 카메라 분야에서 일본 주요 업체에 이어 4위 정도로 끌어올린 원인이라고 본다. 문제는 디지털 카메라라는 분야가 그동안 삼성이 성공해오던 분야의 공통점이던 완전 디지털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카메라


우리가 상당히 고속성장을 했다고 생각하는 일본이 광학을 처음 연구하고 키워오던 시기는 언제일까? 주로 독일 제품을 카피하거나 라이센스 생산하던 시기는 1920년대 이전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약 90년 이상의 역사가 있다. 니콘이나 캐논은 물론이고 지금은 마이너 브랜드인 펜탁스나 올림푸스 같은 업체조차도 그 무렵부터 렌즈를 연구하고 빛이 필름에 미치는 영향과 색을 연구했다. 물론 여기서 일정부분은 전차와 항공기 군함의 조준경 같은 군수부품을 의식하고 생긴 산업이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분야에서는 결코 단기간에 전부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유리로 만드는 렌즈의 정교한 조정과 다양한 라인업, 색을 처리해서 독특한 색감을 내주는 컬러프로세싱, 노이즈의 감소와 각종 아날로그적인 세팅은 1년이나 2년에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빠른 추적자로 나선 삼성이 맞부딪친 최고의 문제였다. 디지털과 다른 아날로그적 특성이란 방벽에 막힌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로 이 부분에 성공의 비결이 숨어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삼성이 일본의 메이저 업체를 이기고 한단계 더욱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런 아날로그적 안정감 확보 노력이다.


삼성카메라


삼성은 마치 한국사회의 축소판처럼 그룹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시킨다. 투자에도 불구하고 몇 년내로 수익이 나지 않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분야가 해체되거나 사장이 물러나게 된다. 그런 철저한 논공행상이 오늘날의 눈부신 삼성발전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산업은 그런 짧은 호흡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결국 디지털 카메라에서의 삼성은 끈기가 부족했다. 세밀하고 지루한 조정을 해야하는 데 그 사이에 성장이 다소 멈추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일본장인의 장점인 고집스러움과 지루함을 참고 견디면서 사소한 공정 하나에도 집착하는 정성스러움이 아날로그 기술의 경쟁력이다. 삼성이 카메라와 광학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점조차도 빠르게 추격해야 진정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