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애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제품은 무엇일까?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자식이 없듯이 전부 애플에게 애착이 가는 제품이겠지만 딱 한가지를 꼽으라면 아이폰이 될 것이다. PC와 경쟁하고 있지만 점유율에서 압도적으로 뒤지는 맥이나, 태블릿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시장규모가 작은 아이패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뒤진다. 수익구조로 본 지금의 애플은 휴대폰 회사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애플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이폰5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 부에나 센터에서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5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얼마나 매력적인 모습일지 발표되기 전부터 기대하는 마음이 상당했다. 애플이 이전 모델은 일부러 아이폰4에서 아이폰4S라고 부르며 완전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고 칭했다. 그런만큼 정식으로 아이폰5라는 이름을  쓴 제품에 전세계가 긴장하며 기다렸다.

발표된 아이폰 5의 주요 특징을 우선 정리해보자. (이하 사진출처: 인가젯)

1. 더 커지고, 얇고, 가벼워졌다.

그동안 아이폰은 단 한 가지 크기의 스크린을 고집했다. 안드로이드폰이 4인치를 넘어 5인치에 달하는 화면크기로 가도 아이폰만은 달랐다. 차라리 해상도를 늘린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할망정 화면 크기는 늘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아이폰5는 4인치 화면을 채용했다. 아이폰4S와 아이폰4가 동일한 3.5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과 달리 화면크기를 늘린 것이다. 


모든 방향으로 크기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세로 크기만 늘어났다. 따라서 해상도는 960×640에서 1136×640으로 향상됐다. 또한 화면이 넓어짐에 따라 4줄이었던 아이콘 배열이 5줄로 늘어났다. 참고로 갤럭시S3는 1280×720이다.

아이폰4와 아이폰4S의 두께는 9.3㎜였다. 그러나 아이폰5는 7.6㎜로 18%가 더 얇아졌다. 무게 역시 112g으로 20% 더 가벼워졌다.


2. 더 빨라지고 오래 간다.

처리속도를 좌우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업그레이드됐다. 아이폰5에 탑재된 A6는 이전 모델인 A5보다 크기가 22% 작아졌으면서 2배 더 속도가 빨라졌다.


배터리 유지 시간은 약간 늘어났다. 3G 음성통화 8시간, 3G 브라우징 8시간, LTE 프라우징 8시간, 와이파이 브라우징 10시간, 비디오 재생 10시간, 음악 재생 40시간이 가능하다.


3.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해졌다.


아이폰5의 카메라는 800만 화소로 아이폰4S의 성능과 동일하다. 처리속도 개선으로 인해 촬영 속도가 40% 빨라졌다. 대신 새로운 기능으로 파노라마 촬영을 지원한다. 


4. 시리, 이제는 한국어로도 음성인식 기능이 된다.

아이폰4S에는 자유롭게 말하면 똑똑한 비서처럼 내 말을 알아듣고 안내해주던 시리 기능이 있었다. 그동안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던 시리가 드디어 달라졌다. iOS6에서는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5. 실시간 교통정보와 3차원 지도를 볼 수 있다.


새롭게 달라진 iOS의 애플지도에는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알려주고 적합한 길을 안내해주는 기능이 생겼다. 그리고 내비게이터처럼 지도를 3D로 멋지게 그려주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6. 8핀 커넥터 라이트닝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써오던 30핀 커넥터가 8핀으로 작아졌다. 라이트닝이란 새로운 커넥터는 어느 방향으로든 끼워서 쓸 수 있다. 또한 이전 케이블과 호환이 가능한 어댑터도 공개했다.


7. 알루미늄 유니바디로 고급스러운 질감

사실 위의 요소들은 어느 정도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구현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번 아이폰5의 특별함은 절삭기계로 정교하게 깎은 알루미늄 유니바디에 있다. 견고하고도 단단한 금속을 이용해서 마이크론 단위까지의 정밀한 절삭으로 예술품 같은 외관을 만들었다. 


정리하면 아이폰5의 매력은 우수한 성능과 좋은 기능을 월등한 디자인의 유니바디에 담았다는 것이다. 예술품처럼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스마트폰, 이것이 아이폰5의 매력이다. 일단 여기까지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정성들여서 발표한 애플에 대한 칭찬과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스티브 잡스 이후로도 애플은 분명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체성을 잃지 않은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폰5가 보여준 애플의 스마트폰 전략은?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티브 잡스 이후. 이 단어가 상징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에 어떻게 대처하는 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제품에도 더이상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관여했습니다.' 란 말이 붙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팀쿡과 아이브를 비롯한 남아있는 사람들의 독자적인 행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잡스의 후광이 없는 이들의 원래 능력을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지난번 아이폰4S의 가장 큰 강조점과 경쟁력은 시리와 카메라였다. 그런데 이번 아이폰5의 가장 큰 강조점은 알루미늄 유니바디이다. 다른 회사가 당분간은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애플만의 요소이다.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의 철학과 감성이 가장 잘 반영된 좋은 구상이며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1년만에 내놓는 새로운 제품 경쟁력의 모든 것이 금속 바디라는 건 애플의 향후 스마트폰 전략이 어떻게 갈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 나는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미래에 대해 예측한 바 있다. 예측이란 본래 틀릴 것도 가정하고 하는 도전이다. 거기서 나는 팀쿡이 추구하는 애플은 이전의 혁신요소들은 조금씩 개량해서 무난하게 팔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조나단 아이브가 추구하는 애플은 하드웨어 경쟁력이 아닌 제품의 외관 디자인을 명품화하는 브랜드 상품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내 예측은 슬프게도 반만 맞췄다. 팀쿡이 내놓은 아이폰5는 다른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발전과 보조를 맞추는 정도로서 적당한 개량이 가해진 제품이다. 4인치 스크린의 어설픈 유행따라가기가 그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여기까지가 딱 팀쿡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소심한 혁신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애플은 이것만으로는 불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조나단 아이브의 방향인 명품 브랜드 제품의 방향도 첨가했다. 그것이 바로 알루미늄 유니바디이다. 마치 보석과도 같이 정밀하게 가공한 당신만의 케이스! 이런 건 사실 애플이 아니라 돌체 앤 가바나, 에르메스, 샤넬 같은 회사들이 하면 더 어울릴 컨셉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중동의 부자들이 종종 황금 아이폰을 만들듯이 아이폰을 가지고 특별 제작을 해도 된다. 바디가 결정적인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 앞으로 애플은 초고급 브랜드 회사로 변신할 셈인가?


나는 이전에 팀쿡과 아이브의 협력관계에 대해 걱정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애플이 이렇게 고급브랜드화 + 점진적인 개량 으로만 간다면 아이브는 계속 껍데기 디자인만 주력하고 팀쿡은 하드웨어만 트랜드에 맞춰 따라가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협력이 아니라 각자 분업일 뿐이다. 최근 하드웨어 디자이너인 아이브와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인 스콧 포스탈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는 것도 이런 각자 분업의 결과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이폰5가 보여준 애플의 스마트폰 전략은 '뒤지지 않는 스펙의 고급 브랜드 스마트폰' 이다. 엄청나게 앞서갈 필요도 없고, 무리해서 실패위험성이 높은 시도도 절제한다. 이렇게 되면 분명 아이폰5는 잘 팔릴 것이다. 회사로서의 애플의 이익은 늘어나고 경영상태는 당분간 계속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애플이란 회사가 추구하던 정신이었을까? 돈 많이 벌고 무난하게 직원에게 월급주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스티브 잡스가 원하던 목표였을까? 아이폰5의 미래는 밝다. 잘 팔릴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 애플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혁신이란 곧 도전이다. 유니바디 케이스가 유일한 도전이 된 아이폰5의 모습은 애플의 현재 모습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