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출간 (자음과 모음)

본국검법 2부

                    - 화풍검영花風劍影 -

서기(西紀) 1560년,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일본.
폭풍우가 치던 여름날 그 곳에 한 명의 조선인이 표착(漂着)했다. 가지고 있던 모든 것과 과거의 기억마저 잃어버린 그에게 남은 것은 '성준(成俊)'이란 이름뿐이었다.
그런 준이 화려한 미모와 얼음장같은 차가움을 지닌 무사 하나기리(花切り)에게 구해진 것이 모든 운명의 시작이었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일어난 파문처럼……. 피와 벚꽃을 몰고 다니던 하나기리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천황가의 핏줄이란 이유로 권력의 희생물이 되려던 공주 나쯔히메(夏姬)의 삶이 변했다.
준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변화는 급기야 일본을 정복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던 종교조직 흑련종(黑蓮宗)의 몰락을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또한 준이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발견한 ‘본국검법(本國劍法)'은 일본 최고의 검술가를 칭한 ‘삼검신(三劍神)' 가운데 한 명을 수도 교토에서 패배시켰다. 세상사람들은 이 사건을 ‘교토의 낙신(落神)' 이라 불렀다.
그리고 벚꽃이 다시 피었을 때…… 새로운 운명이 바람에 휘날리는 붉은 꽃잎처럼 모두에게 다가왔다.



화풍검영을 마치며.
  약 8개월 동안 써 온 본국검법 2부 ‘화풍검영’이 마침내 끝났습니다.
  사실 본국검법 1부 ‘사라진 기억’의 원고종료시점으로부터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구상도 했고 직접 써 본 것도 꽤 됩니다. 하나기리의 과거 이야기를 담은 중편이나 몇 가지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그린 단편을 쓰려고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1부의 인상이 워낙 강렬한 편이어서 그들에게 각자 새로운 역할을 시키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항상 제 생각을 막았습니다. 1부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독자분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2부는 쓰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잘못하면 좋았던 기억만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제가 2부를 마침내 쓰게 된 데는 작지만 아주 중요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이 책의 표지를 그려주신 만화가분과 함께 알고 지내는 여자 분에게서 생일선물로 본국의 후속작 단편 하나를 선물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분도 본국검법의 팬이었습니다. 부담감에 사로잡혀있었지만 그럭저럭 승낙을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써야한다는 생각에 우선 전부터 생각했던 명제-하나기리가 하는 일이 무조건 옳기만 한 것일까? 하는 문제를 다루며 시선을 다른
데 돌린 작품을 하나 썼습니다. 그것이 바로 화풍검영의 맨 처음에 나오는 ‘비운의 검사’ 이며 모든 이야기의 시초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단편을 완결지으면서 2부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그래서 곧 이제까지 썼던 모든 글을 통합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주제로 화풍검영을썼습니다.
  ‘비운의 검사’에서 이어지는 하나기리의 과거 이야기는 전에 써두었던 중편 ‘하나기리’란 소설을 편집해서 넣었습니다. 앞의 부분에 대한 하나기리 쪽에서 본 ‘변명’ 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벨라하드의 사카이 상륙에서 시작되는 본격적인 스토리는 역시 전부터 구상해두었지만 쓰기 망설이던 주제였습니다. 일개 검술의 힘이 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인가? 준이 검술만으로 과연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이런 주제를 놓고 다소 무겁게 쓴 글입니다. 부드럽게 완화시키는 요소로 남만구(야구)를 재미있게 도입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근본적으로 화풍검영은 무거운 소설입니다. 1부보다는 훨씬 그렇죠. 이를 통해 저는 다소 거부감이 있더라도 1부를 내던 시점인 1997년에서 지금 2002년에 제가 어디까지 발전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예전에 좋아했던 저연령층 만화보다 차츰 멜러물이나 액션영화, 때로는 전쟁영화나 철학영화를 좋아하게 되듯 저 역시 작가로서의 취향이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싫어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이것 역시 저의 모습이며 이런 의도에 따라 작품속에서의 준과 하나기리도 나이를 먹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먹은 나이는 1살 뿐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약간 억울합니다. 5살이나 먹은 게.
  어쨌든 화풍검영이 끝남에 따라 본국검법은 일단 어느 정도 휴식에 들어갑니다. 모든 것을 2부에서 끝내고 완전히 끝을 내고 싶었지만 모든 의문과 복선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종결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를 위해 몇 가지 복선과 의문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것들은 향후 정말로 시리즈 완결을 목표로 하게 될 3부에서 다룰 내용들입니다.
  첫 번째로 과연 준의 원래 검인 백호검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오던 도중 난파당한 배에서 흑련종 상인과 대결할 때까지 있던 이 검이 에치젠 해변에 왔을 때는 없습니다. 바다에 가라앉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히 끝낸 거라면 제가 일부러 몇 번을 강조하며 복선으로 제시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 될까요?
  두 번째로 이건 좀 역사적, 지리적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는 의문입니다. 당시에 조선에서 일본에 갈 때의 항로는 부산포 등 조선 남부 해안에서 쓰시마 섬을 거쳐 규슈로 이르는 항로가 유일합니다. 그 외의 항로는 없습니다. 그런데 준이 표착한 에치젠은 한참 동쪽에 위치한 해안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왜 항로에도 없는 길로 준이 탄 배가 진입했을까요? 더구나 엄청나게 멀리 벗어난 그 바다로.
  세 번째로 천명노인과 준의 관계입니다. 물론 화풍검영에서 어느 정도 설명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어째서 이 노인이 그렇게 목숨을 걸고 준을 보호해 주는지 이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과연 이 노인과 준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던 걸까요?
  마지막으로 가장 모든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 하나기리가 과연 남자인지 아니면 여자인지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미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짐작하시는 분도 있고 열심히 저에게 특정성별로 하라고 강요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차마 바로 그 분이 표지그림 그린 분이라고는 이야기 못합니다만) 아직 작가로서 제가 결론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언젠가 나오게 될 3부에서 결말을 짓겠습니다. 물론 금방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짧게 잡아도 1년 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쓰겠다는 겁니다. 저는 결말을 내지 않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서 여러분을 뵙기를 바랍니다. 이제까지 애독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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