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들은 말 가운데 인상깊은 것을 하나 소개해보자. ‘유통을 지배하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 a는 것이다. 이 말을 좀더 쉽게 풀어보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를 직접 대하는 자가 이긴다는 뜻이 된다.


이 말 안에는 모든 긍정적인 뜻과 부정적인 뜻이 전부 들어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물건을 만들거나 발명한 사람을 가장 높이 친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이나 전화를 발명한 사람 말이다. 둘 다 미국 사람인데 라이트형제와 그레이엄 벨이다.





그러나 이런 두 사람이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라이트형제가 그후에 비행기 사업으로 성공했던가? 아니다. 결국 두 사람은 발명자였을 뿐 실제로 비행기로 승리한 자는 직접 그것을 만들어 팔고 승객을 실어 나른 항공사와 여행사다.


벨은 이름이라도 남겼다. 벨연구소는 이후 몇 차례 이름을 바꿔가면서 미국 굴지의 통신사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이후 미국의 독점금지법에 의해 기업이 분해되는 수모도 겪었지만 말이다. 결국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유통을 장악하는 자가 승자가 된다는 뜻이다.


구글이 LG전자와 힘을 합쳐 만든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 넥서스4가 국내에 나오지 않는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나는 문득 유통에 대한 위의 말을 떠올렸다. (출처) 




LG전자가 만든 구글의 레퍼런스폰 넥서스4가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글이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발표할 때 이를 가장 최적화 해 선제적으로 내놓는 것이 바로 레퍼런스폰. 저렴한 가격에 '구글이 보증한 폰'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져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것이 구글 레퍼런스폰이다.


넥서스4는 LG전자가 구글 레퍼런스폰으로 제작한 가장 최신 모델로 16GB 모델 기준 349달러(약 38만원)라는 저렴한 가격이 책정됐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이 100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넥서스4는 이례적으로 저렴한 제품인 셈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이 제품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국회가 나서서 이 제품의 국내 출시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는 아이폰5나 갤럭시노트2 등 최신 LTE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절대 다수이며 3G폰을 찾는 고객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 역시 "지난 해 아이폰4S가 국내에서 출시됐을 때, 기대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였다"면서 "당시 KT는 LTE 마케팅을 시작할 수 없어 아이폰4S 판매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이미 소비자들이 LTE 가입에 앞다퉈 줄을 서는 형국이어서 국내에서는 이미 LTE 시장이 대세가 됐다는 판단을 했다"고 토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레퍼런스폰이란 말그대로 구글의 뜻을 100% 반영한 신제품을 말한다"면서 "옵티머스 시리즈 등 LG전자의 다른 제품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다양한 기술도 투입하고 국내 이용자들의 정서에 맞는 사용자 환경과 경험(UX)을 녹여 제조하지만 레퍼런스폰은 구글의 의지가 반영되기 때문에 제조사의 뜻을 투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병헌 의원은 "통신사와 제조사의 이같은 판단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려한 결정이며, 국내 휴대폰 유통 구조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넥서스4의 국내 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 의원은 특히 "소비자가 100만원짜리 폰을 할인해 30만원에 산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통신요금으로 단말기 값을 대부분 치르고 있다. 전형적인 '보조금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3분기 통신3사의 보조금 지급액이 2조2천억원을 넘어섰는데 이 같은 소모적이고 불투명한 유통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저렴하고 다양한 단말기들이 국내에 보다 많이 출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넥서스7이 나오면 이통사와 단말기 회사 모두가 이익은 없고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독과점에 가까운 구조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며 얻었던 이익구조도 깨진다. 그러니까 들여오지 않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넥서스4, 우리가 싼 스마트폰을 거부한다고?


기업이 이익을 위해서 제품을 팔지 않겠다면 굳이 거기에 대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핑계에 있다. 이통사는 LTE가 없어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건 진실이 아니다. 그들은 이에 대해 어떤 공신력 있는 데이터나 통계도 내놓지 않았다.


진실은 이통사가 넥서스4를 팔 때 소비자에게 비싼 LTE요금제를 권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통사가 무슨 신기술 매니아도 아닌데 소비자가 최첨단 기술을 못 쓰는게 너무나 마음 아파서 출시하지 않을 리가 없다. 더구나 단말기 가격이 워낙 싸고 그게 이미 공개되었기에 엄청나게 깎아주는 것처럼 생색도 낼 수 없다. 돈을 벌 수 없으니까 싫은 것 뿐이다.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넥서스4의 싼 가격이 마음에 걸린다. 그동안 국내 제조사들은 투명하지 못한 가격결정으로 무조건 프리미엄급 단말기에 90만원, 100만원이란 가격을 매겨왔다. 어차피 실제로는 이런 저런 보조금이 붙어서 소비자는 그런 가격에 사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할인구조가 아닌 보조금 경쟁은 결코 소비자에게 이익이 아니다.


넥서스4는 그런 점에서 단말기 제조사의 심기를 건드렸다. 4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사양은 최고급 스마트폰 옵티머스G와도 비슷하다. 이런 단말기를 유통하면 다른 이통사의 거품가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그러니 심지어 이 레퍼런스폰을 만든 엘지도 유통을 거부한 것이다.


어쨌든 위의 말대로 유통을 지배하는 자가 승자다. 구글은 세계적인 회사지만 한국 유통과 관계없는회사이기에 넥서스4를 한국 소비자에게 내밀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진실대로 말하는 게 났지 않을까? 한국 소비자가 싸고 좋은 스마트폰을 거부한다고? 웃기는 일이다. 사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넥서스4에는 지울 수도 없는 이통사의 기본 앱이 없다. 비싼 단말기 할부금을 얹어서 지우는 무거운 요금제도 없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이런 단말기가 단지 3G라서 원하지 않는다는 핑계는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이통사를 비웃는 것은 별로 생산적이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기업이 어떤 경영전략을 취하는 것은 자유다. 분명 비판받는 이통사나 단말기 업체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자유시장경제 법칙에 맞게 소비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평론가로서 그 방법에 대해 다음 글에서 제시해보도록 하겠다.

 

통신비 절감을 위한 경쟁제체를 만들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