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를 부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화성인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기괴한 취미나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소개하는 방송입니다. 또한 대단한 특기를 가진 사람을 소개하는 ‘기인열전’이란 방송도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칼날 위에 서는 사람이나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해내는 사람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비행기를 끈으로 연결해 이빨로 끈다든가, 자동차를 배 위로 통과시키는 묘기는 ‘와아’ 하는 탄성이 나오게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방송만이 아닌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그런 재주를 과시하고 열광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군용으로 쓰는 거대한 24인용 텐트를 혼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축제가 열린 것입니다.
 




발단은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생겼습니다. ‘Lv7.벌레란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 한 명이 ‘24인용 텐트를 혼자 세울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니다. 여기에 수많은 네티즌이 ‘허세질’이라는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자 벌레는 못 믿겠다면 직접 보여주겠다고 장담했지요.



 

 

 

 

문제는 이런 검증을 하려면 실제 텐트를 비롯해서 여러 기자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길이 열렸습니다. 아무런 상업적 목적도 이익도 없는 이 행사에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생긴 것입니다.

즉 시 ‘24tent.com’과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화제가 되자 각종 업체가 텐트와 각종 부대시설 및 경품 등을 제공하고, 언론사에서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 행사 자체가 커다란 오프라인 행사로 발전되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커다란 축제로 변신한 것입니다.

여기에 흥이 난 일부 네티즌들은 행사 진행에 필요한 입장권 인쇄와 방송 및 음향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또한 티셔츠, 담배, 군번줄 등 실감나는 의상지원과 꿀, 깻잎 한 박스, 생수, 피자 같은 식품제공 제안도 이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오자 이제는 실제로 이 텐트를 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별 상관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 자체가 모여서 즐기는 소셜 축제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네티즌 벌레는 장담한 대로 24인용 텐트를 혼자 치는 데 성공했을까요?

9월 9일에 ‘T24 소셜페스티벌’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신월동 신원초등학교에서 열린 이벤트에서 벌레는 혼자의 힘으로 24인용 텐트를 완벽하게 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9분부터 텐트를 치기 시작한 벌레는 1시간20여분 동안 텐트를 세웠습니다. 중간에 너무 빨리 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서 일부러 좀 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텐트 꼭대기 용마루에 올라가 드러눕는 세리머니도 펼쳐보였다. 스스로 친 텐트의 튼튼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런 이색 행사에 외국 네티즌들도 큰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인터넷에 미친 사람들이 많네. 그런데 일본은 모니터 안일 뿐인데, 한국은 그걸 현실화시키다니 때때로 한국이 부러워.”라는 식의 댓글도 올라왔습니다.

이 방송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방송도 엄청난 반응을 얻었습니다. 벌레가 용마루를 막 세우기 시작한 순간에는 무려 10만5000여명이 동시접속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방송의 누적 시청자가 80만명을 넘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하나의 축제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이런 일을 통해 세상이 정말로 빠르게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한 소녀가 SNS를 통해 생일이라고 말하자 수천명이 소녀의 집 앞에 몰려들어 축하를 해준 일이 있습니다.

단순한 통신수단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 인터넷과 IT기술이 이렇게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어 줍니다. 단순히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느냐를 넘어서, 요즘 사람들은 무엇인가 정감을 나눌 그럴 축제를 원하는 게 아닐까요?

 


 

 

원문출처:  자유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