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내가 포스팅에서 말한 것이 있다. 성공한 외국리더를 무조건 만들어내려는 한국의 특성상 분명 조만간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한국의 빌게이츠를 키우자는 운동부터 무수히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니나다를까, 드디어 실제로 그런 계획이 세워지고 추진되었다. 정부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런 계획은 대개 예산획득과 그 집행이 목적일 뿐 실속있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을 위한 인재를 키워보자는 취지는 참 좋았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탁상행정이 만든 이 계획은 결국 코미디 아닌 코미디를 낳았을 뿐이다. 다음 뉴스를 보자.(출처)

한국의 스티브 잡스 예비후보 'SW마에스트로' 연수생들이 창업보다는 취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SW마에스트로사업은 능력과 열정을 겸비한 젊은 인재들의 창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SW마에스트로들도 창업 대신, 안정된 봉급생활자를 선택했다.

지난달 지식경제부가 1기 연수생 최종 10인을 국내 SW 최고 인재로 인정하는 'SW마에스트로 인증식'을 연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대학 및 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이뤄진 이들 젊은이는 세상을 놀라게 할 창업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 이들 대부분은 일반 대기업 취업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아직 대학재학 중인 학생이 많아 확실한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창업을 강제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SW산업 국가인재로 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산하기관 관계자는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오기란 하늘에 별따기”라며 “창업 경험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용'이 돼가고 있는 세태에서 연수생들도 한국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적 환경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창업을 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바라고 키웠는데 거의 모두가 취업을 희망하더라. 하늘을 나는 매가 될 줄 알고 알을 품어봤더니 죄다 닭이더라. 이런 비유면 알맞을까?

문제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원인을 아는 것이다. 그것에는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과 안정을 희망하는 젊은층의 심리, 중소기업의 암울한 미래등 복합적인 현상이 있을 것이다. 아주 크게는 이런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좀 더 작고 간단하게 보자. 이것은 선발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 양성, 실패한 이유는?

농담삼아 내가 가끔 하는 말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사법부가 정말로 정의로운 사람들이 모여서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기관이 되기를 원한다면 사법고시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처럼 사법고시 합격자 한 명에 가문과 마을이 목을 메고, 준비과정에서 그저 얼굴이 핼쓱해질 때까지 법전이나 달달 외워야 하는 시험으로 뽑아서는 가망이 없다. 


진정으로 범죄를 추상같이 고발하는 검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담력을 위해 번지점프도 시켜보고, 윗사람의 부당한 명을 거절하는 용기도 시험해봐야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판사를 만들려면 오로지 원칙을 지켜서 부당한 폭력이나 외압을 견딜 수 있을 지 관련되는 품성에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검사와 판사, 변호사가 나올 것이다. 법전 지식은 두번째가 되어야 마땅하다.

스티브 잡스가 왜 성공했을까? 그가 지식이 많거나 학력이 높았는가? 아니다. 그는 모든 일에 왜 그래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일을 따내고 만들었다. 안정되게 남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해본 적도 없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 양성계획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인재 선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 점은 지식이나 학력이 아니다. 그 사람이 정말로 사물의 근본을 고민하는가? 기회를 잡아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벌일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게 없다면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결국 대기업 사원으로 끝날 것이다. 욕심이 없고 안주하는 성격의 사람이 지식만 많다고 잡스가 될 리가 없다.

정말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도 선발과정에서 서류부터 탈락했을 게 뻔하다. 즉 행정기관이 보는 ‘최고 인재’ 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취적인 개성’ 이 더 중시되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진취성이 없는데 공부만 잘해서야 어떻게 스티브 잡스가 나올 것인가?

해당 뉴스의 마지막 부분이 내 기분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SW마에스트로 최종 10인이 아닌 전체 100인의 연수생 중에서는 두 건의 창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졸업생인 이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취급하는 '에이아이무브먼트(AI Movement)'와 CRM을 다루는 '크리스컨설팅'이라는 회사를 각각 창업했다.


기준이 애초에 틀렸다는 반증이다. 오디션 합격자보다 탈락자가 오히려 더 진취적인 스티브 잡스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적지않는 정부예산이 들어갔을 이런 좋은 프로젝트를 대하는 일선 공무원과 담당자의 닫힌 마인드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지 아주 잘 알려주는 사례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아마도 저 100명에도 들지 못하고 떨어진 사람 가운데 더욱 스티브 잡스에 가까운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는 우려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과연 스티브 잡스를 원하긴 할까? 혹시 우리는 하늘을 나는 매를 갖고 싶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닭장에 자진해서 들어가서 모이나 쪼는 ‘무늬만 매’를 원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