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은 과연 감성적이지 못할까?
2011. 7.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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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e-book), 미래를 말하자.
나는 최근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사진 찍는 법과 사진예술에 대한 책을 폭넓게 읽었다. 줄잡아 한달 정도의 기간에 30여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사진을 접하다보면 뚜렷이 느껴지는 어떤 균열이 보인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란 수단 사이에 놓여있는 미묘한 갈등이다.
최초에 사진은 종이에 뚫은 구멍과 필름으로 시작됐다. 나중에 구멍 대신 유리나 플라스틱을 연마해서 만든 렌즈가 쓰이고 커다란 필름은 작은 두루마리 형태로 변했으며 자동 노출계와 전자식 셔터가 달리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현대적인 카메라다. 여기까지는 별로 문제가 없다. 빛을 다루는 렌즈나 필름 등 핵심부품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디지탈카메라가 나오면서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렌즈까지는 아날로그지만 필름이 아닌 CCD, CMOS 를 써서 메모리 카드에 그래픽 파일 형태로 기록하는 카메라, 그 중에서도 DSLR은 수많은 사진가들의 도구를 변화시켰다. 바야흐로 디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편리하고 필름값이 들지 않으며 포토샵이란 컴퓨터 도구를 통해 무한정의 변형이 쉽게 가능해지자 사진은 이제 전문가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대폭 내려왔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 일부 사진가들이 소극적인 반기를 들었다. 디지털이 가져다 줄 수 없는 아날로그의 따스함이 있으며, 그것이 바로 예술에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아날로그인 필름 카메라를 고집한다. 필름의 따스한 느낌은 절대 디카로 구현할 수 없다는 논리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를 떠나서 아날로그란 자체가 보다 감성적이라는 그들의 말은 어쩐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까지 느껴진다.
전자책에 와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전자책 단말기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전자잉크식 단말기는 종이와도 상당히 비슷하다. 또한 눈도 비교적 편안하다. 하지만 종이책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런 전자잉크 단말기조차도 기계적인 냄새가 짙고, 책장을 넘기는 맛이 없다고 하며 따스함을 추구한다. 디지탈에 대한 아날로그 감수성의 저항이다.
세상은 지금 모두 디지탈로 가고 있다. 영상기기, 음향기기, 휴대폰을 비롯해서 아이들 장난감 마저도 디지털 부품이 들어갔다. 아날로그는 이제 자동차 계기판나 수도계량기 정도에서나 볼수 있을 뿐이다. 직접 표시되는 숫자에 맞춰 바로 보면 되는 디지탈은 너무도 편리하며, 구현 비용도 싸다. 그에 비해 아날로그는 불편한데 값까지 비싸다.
반대로 한때 우리의 손목을 점령했던 디지털 전자시계가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한창 때는 계산능력과 메모장 기능까지 붙은 전자시계가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머무 흔해져 도로 아날로그 시계가 각광을 받는다. 사람들이 너무 싸고도 흔한 전자시계를 감성이 없다고 외면해버려서 그렇다. 오히려 비싼 아날로그 시계가 부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필름사진과 종이책은 감성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최후로 자기 영역을 지키겠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자책은 과연 감성적이지 못할까?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전자책은 감성이 부족할까?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은 필름에 비해 감성이 덜 느껴질까? 종이책을 넘기는 느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까? 필름으로 현상한 색감은 디카가 절대 낼 수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점점 필름 카메라의 고유영역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색감조정과 여러 기술을 통해 이제는 필름보다 오히려 따스한 느낌을 내기도 한다. 아날로그 필름만이 낼 수 있다는 느낌이란 객관적이 아닌 그저 주관적인 선입관에 불과하도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오디오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랜지스터가 낼 수 없는 진공관의 따스한 느낌, 시디 플레이어가 낼 수 없는 레코드의 그윽한 느낌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발전된 트랜지스터와 음향기술이 클래식의 그 감성까지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다.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나 종이책의 가독성, 편리함을 가지고 특유의 감성이라 정의한다고 해도 결국 발전한 기술이 대부분을 비슷하게 구현해 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면 더이상 전자책이 감성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탈은 단지 구현방식의 차이일 뿐 그 최종목적은 모두 인간에게 완벽한 경험을 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흐름의 가속화는 점점 두려움도 안겨준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와 다른 점은 조작과 편집이 극도로 쉬워지고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듯 디지털 기술이 만드는 '가상'과 '허구'는 실제로 존재해야 할 것까지도 그저 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인간과 사회와 사랑까지 디지털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종이책의 감성을 전자책이 전부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오싹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 역시 약간의 구세대 사람인가 보다.
최초에 사진은 종이에 뚫은 구멍과 필름으로 시작됐다. 나중에 구멍 대신 유리나 플라스틱을 연마해서 만든 렌즈가 쓰이고 커다란 필름은 작은 두루마리 형태로 변했으며 자동 노출계와 전자식 셔터가 달리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현대적인 카메라다. 여기까지는 별로 문제가 없다. 빛을 다루는 렌즈나 필름 등 핵심부품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디지탈카메라가 나오면서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렌즈까지는 아날로그지만 필름이 아닌 CCD, CMOS 를 써서 메모리 카드에 그래픽 파일 형태로 기록하는 카메라, 그 중에서도 DSLR은 수많은 사진가들의 도구를 변화시켰다. 바야흐로 디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편리하고 필름값이 들지 않으며 포토샵이란 컴퓨터 도구를 통해 무한정의 변형이 쉽게 가능해지자 사진은 이제 전문가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대폭 내려왔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 일부 사진가들이 소극적인 반기를 들었다. 디지털이 가져다 줄 수 없는 아날로그의 따스함이 있으며, 그것이 바로 예술에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아날로그인 필름 카메라를 고집한다. 필름의 따스한 느낌은 절대 디카로 구현할 수 없다는 논리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를 떠나서 아날로그란 자체가 보다 감성적이라는 그들의 말은 어쩐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까지 느껴진다.
전자책에 와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전자책 단말기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전자잉크식 단말기는 종이와도 상당히 비슷하다. 또한 눈도 비교적 편안하다. 하지만 종이책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런 전자잉크 단말기조차도 기계적인 냄새가 짙고, 책장을 넘기는 맛이 없다고 하며 따스함을 추구한다. 디지탈에 대한 아날로그 감수성의 저항이다.
세상은 지금 모두 디지탈로 가고 있다. 영상기기, 음향기기, 휴대폰을 비롯해서 아이들 장난감 마저도 디지털 부품이 들어갔다. 아날로그는 이제 자동차 계기판나 수도계량기 정도에서나 볼수 있을 뿐이다. 직접 표시되는 숫자에 맞춰 바로 보면 되는 디지탈은 너무도 편리하며, 구현 비용도 싸다. 그에 비해 아날로그는 불편한데 값까지 비싸다.
반대로 한때 우리의 손목을 점령했던 디지털 전자시계가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한창 때는 계산능력과 메모장 기능까지 붙은 전자시계가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머무 흔해져 도로 아날로그 시계가 각광을 받는다. 사람들이 너무 싸고도 흔한 전자시계를 감성이 없다고 외면해버려서 그렇다. 오히려 비싼 아날로그 시계가 부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필름사진과 종이책은 감성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최후로 자기 영역을 지키겠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자책은 과연 감성적이지 못할까?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전자책은 감성이 부족할까?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은 필름에 비해 감성이 덜 느껴질까? 종이책을 넘기는 느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까? 필름으로 현상한 색감은 디카가 절대 낼 수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점점 필름 카메라의 고유영역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색감조정과 여러 기술을 통해 이제는 필름보다 오히려 따스한 느낌을 내기도 한다. 아날로그 필름만이 낼 수 있다는 느낌이란 객관적이 아닌 그저 주관적인 선입관에 불과하도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오디오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랜지스터가 낼 수 없는 진공관의 따스한 느낌, 시디 플레이어가 낼 수 없는 레코드의 그윽한 느낌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발전된 트랜지스터와 음향기술이 클래식의 그 감성까지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다.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나 종이책의 가독성, 편리함을 가지고 특유의 감성이라 정의한다고 해도 결국 발전한 기술이 대부분을 비슷하게 구현해 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면 더이상 전자책이 감성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탈은 단지 구현방식의 차이일 뿐 그 최종목적은 모두 인간에게 완벽한 경험을 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흐름의 가속화는 점점 두려움도 안겨준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와 다른 점은 조작과 편집이 극도로 쉬워지고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듯 디지털 기술이 만드는 '가상'과 '허구'는 실제로 존재해야 할 것까지도 그저 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인간과 사회와 사랑까지 디지털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종이책의 감성을 전자책이 전부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오싹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 역시 약간의 구세대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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