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다보면 어떤 일이든 피치못하게 누군가의 허락이나 검토를 받아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일 가운데는 유쾌한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일기장 검사를 당했든가, 중학교때 소지품 검사를 당하며 느꼈던 압박감은 대체로 좋은 추억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사회의 여러가지 시스템 때문에 겪게 되는 이런 규제와 심의는 늘상 우리를 따라다닌다. 영화의 등급제라든가 게임의 사전심의 같은 건 특히 한국에서 더욱 강한 규제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이런 규제에도 정당성과 필요성이란 명분은 있다. 하지만 어차피 당하는 규제라면 차라리 그것을 맡아하는 하는 사람들이 자상하고 현명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한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게임심의란 부분은 참으로 여러가지 모순과 안타까움만 드러내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애플의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의 앱마켓에서 '게임'이란 한국어 카테고리를 보지 못했다. 이것은 게임의 심의제를 규정한 현행 한국법과 사후 검토라는 애플이 적용하는 글로벌한 제도의 모순으로 생긴 결과다. 애플은 한국 게임에만 사전심의제를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게임 자체를 서비스하지 않는 방향을 택했다. 그 결과 한국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한쪽 축을 쓰지 못하는 불편만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불편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출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법안심사 회의를 열고 스마트폰용 게임의 사전 심의를 조건부 면제해주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게임법 개정안은 전체 회의를 거쳐 통과된다.

게임법 개정안 통과로 이르면 상반기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콘텐츠 오픈마켓에 게임 분야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애플은 사전 심의를 문제 삼아 한국만 앱스토어에 게임 분야를 만들지 않았다.

법사위는 이날 셧다운제 조항이 들어 있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의 합의를 내오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법사위는 온라인게임 이외에 스마트폰용 게임이나 콘솔게임까지 셧다운제를 적용할지를 둘러싸고 문화부와 여성부가 팽팽히 맞서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 하나가 유독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다. 바로 청소년보호법을 앞세운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도입하자며 심의폐지에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원 관할인 문화체육부와 논쟁까지 벌였다. (출처)


최영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문화부는 게임업계 영업부장이냐’는 막말을 던졌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9 일 오전 문화체욱관광부의 게임법 개정안과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회의에서 충돌했다. 양 부처는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막는 ‘셧다운제’의 규제 범위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문화부는 PC 온라인 게임만 규제 대상이며, 여성부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실시간 네트워크 게임 전부가 규제 대상이라고 맞섰다.

심사에 앞서 차례를 기다리던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 복도에서 문화부와 여성부가 만났다. 공세에 나선 민주당 소속 최영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향해 “오늘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문화부는 게임업계의 영업부장으로 생각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우리는 잃을 게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여성가족부는 PC 온라인 게임만 막으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옮겨가는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모 차관은 스마트폰용 게임 규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스마트폰 게임에도 셧다운제가 적용되면 서버 설비에만 1억4000만원이 드는 등 1인 창조기업의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화부는 PC 온라인 게임만 규제 대상으로 두고, 모바일·콘솔 등 다른 플랫폼 등은 유예기간을 두자는 입장이다.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 없다. 원래 정보통신부가 맡던 부분인데 이를 넘겨받은 문화체육부의 대처도 미숙하지만,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시비걸듯이 따지는 여성가족부는 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문제의 핵심을 아주 간단히 요약해보자.

1) 문화체육부는 산업발전과 IT문화 발전을 위해 스마트폰 게임규제를 완화하고자 한다.
2) 셧다운 제도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시간 게임을 즐기고 나면 자동으로 게임을 못하게 되는 장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3)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이 게임에 너무 몰입해서 부작용이 날까 무서워한다. 그래서 규제를 완화하자는데  그 안에 또다른 규제조항인 셧다운제도를 넣자고 한다.

문화체육부의 본래 개정안 자체도 정작 스마트폰 게임을 비롯해 게임을 직접 즐기는 소비자의 입장은 별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소비자의 본래 입장은 저렇게 선심쓰듯 해주는 완화가 아니다. 진정으로 한국 게임 소비자를 위한다면 게임심의제 자체를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혁신해야 한다. 그런데 제도는 바꾸지 않고 그저 완화만 하는 미봉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한술 더 떴다. 규제를 없애자고 나선 개정안에 더한 규제를 넣자며 설전을 벌이는 것이다. 도대체 담당자가 게임이란 것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 게임을 해본 적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본래 여성가족부는 지극히 폐쇄적이고 경직된 사고방식을 보여왔다. 이전부터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인 성매수자나 성추행범으로 간주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대한민국의 특정 계층 여성(전체 여성조차도 아니다.)만을 대변하고 있다. 아마도 주로 학부모 수준의 여성만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아줌마'만 대변한다. 20대 이하 여성이나 50대 이상 여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런 아줌마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들이 빠져있는 게임이 얼마나 백해무익하고 밉겠는가. 게임만 아니면 영어 한줄 더 배우고, 공부 한시간 더 할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러니 여성가족부 입장에서는 게임산업 발전이나 소비자 존중은 먼 나라이야기다. 저 위의 기사 가운데 '우리는 잃을 게 없다' 란 말을 보자. 너무도 소름끼치게 맞는 말이다. 여성가족부는 아예 대한민국에서 게임이 다 망하고 사라져버렸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가 주장한 게 부작용이 나서 한국 게임이 망하든, 한국 소비자가 게임을 전혀 못즐기게 되든 무슨 상관인가? 적어도 여성 가족부에 근무하는 아줌마들은 티비 아침 드라마를 즐기지 게임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스마트폰 게임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심의란 건 적어도 공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 논의하고 맡겨야 한다. 이런 게임산업 논의에 여성가족부는 애초에 참여하면 안된다.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는 끊임없이 다른 부처의 업무를 빼앗아오며, 그것도 전혀 공정하지 못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심의인가? 게임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아예 없어지길 바라는 입장의 사람에게 게임 관련 정책을 논하게 한다는 자체가 코미디다.

스마트폰 게임정책의 핵심은 바로 실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유통시켜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비자가 될 생각도 없고 되어 본 적도 없는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사람들은 제발 정책 논의에서 빠져줬으면 한다. 세금을 내는 한국 국민이자 스마트폰 게임을 지금 즐기고 있는 소비자의 한사람으로서 부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