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물과 공기 같이 늘 주변에 있고 비용없이 구할 수 있는 것의 가치를 잘 모른다. 당연히 있어왔으니 언제든 똑같은 형태로 충분히 존재할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파괴되는 환경과 함께 마음놓고 마실 물이 없어 생수를 사먹고, 매연으로 오염된 공기에 시달려보면 그제야 이런 것들이 영원히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금 대부분의 개인용 컴퓨터에 있어 마치 물이나 공기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운영체제고 그 가운데 MS의 윈도우 시리즈다. 윈도우XP와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7의 점유율을 합하면 거의 90퍼센트에 달한다. 이건 실로 가공할 숫자이며 다른 운영체제 대부분이 경쟁상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 윈도우는 공공재도 아니고, 무료도 아니며, 정부아 공익기관에서 개발한 물건도 아니다. 물론 산타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신이 내려준 무슨 은총도 아니다. 그저 빌게이츠라는 미국 기업가가 설립한 이윤추구 사기업의 전략제품일 뿐이다.

당연한 걸 왜 이리 심각하게 말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일부러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 점을 잊고 살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런 사기업의 독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 하나를 보자.(출처: 전자신문)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둘러싸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PC방 업주 사이에 저작권 분쟁이 터졌다.

대부분의 PC방이 저작권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새로 윈도7을 구입해야 한다는 한국MS와 윈도7을 팔기 위해 지나친 압박과 불평등한 조건을 내세운다는 PC방 업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양측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큰 파장이 대규모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시작된 한국MS의 저작권 위반 PC방 고발이 100건을 넘어섰다.

한국MS 측은 "현재 대다수 PC방이 쓰고 있는 '윈도XP 홈에디션'은 가정용이므로 PC방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며 "더욱이 저작권 규정에 따르면 PC를 바꾸면 새로 윈도를 사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는 PC방은 거의 없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한국MS는 이 문제 해결 방법으로 PC방에 맞는 윈도7 상품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PC방용 윈도7은 정품보다 50% 정도 저렴한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PC방 업계는 한국MS의 주장이 지나친 처사라고 반발했다. 지난 2003년 구매한 윈도XP는 당시 한국MS가 PC방용으로 제안한 제품이며, 'PC방에서 쓸 수 없는 가정용 제품'이나 '업그레이드하면 윈도를 다시 사야 한다'는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최승재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이사장은 "물건 팔 땐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불법이라고 고발하는 모습은 상도의를 상실한 처사"라며 "일단 고발이 들어가면 PC방 업주들은 무서워서 한국MS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또 "한국MS가 내놓은 윈도7 구입조건도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불평등하다"고 지적했다.




얼핏 봐서는 단순히 돈 때문에 우리와 별 상관이 없는 한국MS와 PC방이 싸우는 정도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무서운 점이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된다.

윈도우XP는 기본적으로 가정용 혹은 개인용이다. 기업용으로는 윈도우2000시리즈가 따로 있다. 그러나 PC방은 개인용 게임이나 각종 웹 이용을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돈을 받는다. 그러기에 윈도우XP를 썼다. 일단 PC방 초기에는 새로운 업종이었기에 MS도 별 문제없이 그냥 개인용 제한버전과 같은 조건으로 운영체제를 팔았고 사용을 승인했다. 세계적으로 어차피 이런 PC방 개념은 한국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PC방이 성공하고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 업체가 PC방을 압박하며 시간제, 종량제 과금이나 한달 정액제등의 과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판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운영체제 패키지 약간 더 팔려좋아했지만 생각해보니 훨씬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MS는 기업 마음대로 복잡하면서 모호하게 정한 운영체제의 약관을 토대로 지금 PC방을 형사고소해서 처벌하겠다는 위협을 하면서 그 욕심을 실현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아예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거의 온라인 게임이나 마찬가지에, 자사 독점을 강화하는 조건까지 끼워 넣기에 이르렀다. 뉴스를 끝까지 보자.



한국MS의 윈도7 구입 조건은 △계약 기간은 1년 △인터넷 실행 초기 화면은 MSN, 검색엔진은 빙(Bing)으로 설정 △윈도7의 양수·양도 불가능 △규정 위반 시 계약 일방 해지 등을 뼈대로 한다. 이 조건은 윈도7 구매 시에는 알 수 없고, 인터넷으로 이용자 등록을 할 때 비로소 고지된다.

최 이사장은 "한국MS는 고발을 무기로 소상공인인 PC방 업주에게 윈도7 판매만을 고집하면서 대화 창구는 닫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는 물론이고 회원사들의 법적 권한을 위임받아 민사, 업무 방해 등의 형사 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국내 PC방은 2만1547개며, 보유 PC 합계는 111만4195대다. 전체 PC가 개당 18만원의 PC방용 윈도7으로 교체되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나온다.

기존의 가정용 보다 훨씬 비싸게 팔면서도 그게 끝이 아니고 겨우 1년 사용권을 얻게 해놓았다. 게다가 사서 마음대로 쓰지도 못한다. 실행 초기 화면과 검색엔진 조건에 양도 불가능, 일방해지 가능이라니 이런 횡포적인 조건이 어디 있을까. 싫으면 쓰지 말라는 배짱인데 사실 누구나 알겠지만 윈도우 시리즈를 쓰지 않고는 PC방은 물론 개인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리눅스에 능통하거나 맥만 쓰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MS 윈도우, 언제든 우리를 고소할 수 있다?

나는 PC방 사장도 아니고 PC방 업주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곧이어 일반 개인 소비자에게 확산되는 경우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윈도우XP와 비스타, 윈도우7의 약관과 제품규정, 제한 사항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때로는 경계가 모호한 부분도 있으며 불합리한 규제나 말도 안되는 가격제도가 있기도 하다. 윈도우7만 해도 스타터, 홈 베이직, 홈프리미엄, 프로페셔널, 울티메이트 등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지도 모를 제품이 빽빽하게 다른 제한과 가격을 가지고 포진해있다.



그럼에도 우리들 대부분은 그냥 대기업 컴퓨터나 노트북을 살때 딸려오는 이 운영체제를 그냥 쓰거나, 불법복사를 통해 쓰는 탓에 잘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알지도 못한다. 또한 MS는 아직까지 개인사용자를 대상으로 까다로운 약관적용이나 불법복사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건 그냥 MS가 우리를 봐주고 있는 것 뿐이다. 우리가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쓰고 있는게 아니라 그냥 MS의 자비에 기대고 있는 거란 뜻이다.

만일 경영실적이 악화되든지, 최고 경영자가 미치든지 어떤 이유로든 MS가 개인소비자를 대상으로 약관을 원칙대로 적용하면서 동시에 모호한 약관과 제품분류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기로 작정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1) 우리는 컴퓨터 부품 몇 가지만 바꿔도 윈도우 운영체제를 다시 등록, 신고하든가 돈을 내고 사야 한다. 또한 개인용으로 구입한 것을 친구나 가족의 컴퓨터에 깔아주는 것은 불법으로 형사고소된다.

2) 만일 우리가 가정용으로 구입한 윈도우를 이용한 컴퓨터로 어떤 종류든 영리행위-개인 상점의 회계처리라든가, 판매목적의 프로그램이나 앱을 만든다든가 하게 되면 그것 역시 MS의 제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신중히 살펴야 한다. 역시 자칫하면 제품분류 위반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3) 가장 심한 경우로 MS가 정말 강경하게 나온다면 어떨까. 우리는 집집마다 경찰을 대동한 조사원이 방문해서 불법복사 윈도우를 쓰고 있지 않는지 가택조사를 당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복사를 한 사람은 당연히 고소당하든가 막대한 합의금을 내야 할 것이며, 심지어 윈도우를 구입했지만 모르고 규정된 용도 이외로 쓴 사람도 고소당할 수 있다. 법이란 건 모르고 저질렀다고 해도 정상참작만 되지 무죄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것은 매우 극단적인 경우다. 아마도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절대로 없으란 법도 없다. 결국 지금 약관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채 윈도우를 쓰는 개인 사용자와 불법 복사 윈도우 사용자 대부분은 그저 MS의 자비심과 아량에 목을 매달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것이 싫어서 얼마전부터 우분투 리눅스를 쓰며 전환하려고 하고 있지만 완벽한 전환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윈도우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하며 불법복사나 용도제한 외 사용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로 인해 MS가 우리 목줄을 쥐고 있다는 이런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당당한 권리가 아닌 외국 사기업의 아량에 의해 우리 일상 가운데 한 가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 너무도 위험한 일이다.

윈도우의 약관을 바로 알고 그에 맞는 정품을 구입해서 딱 정해놓은 용도만 쓰던가, 아니면 다른 대안 운영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 혼자 해야할 일이 아니다. 자국국민을 쓸데없이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개인 사용자 몇 십만명 정도가 무더기로 윈도우 불법복사 및 불법 사용으로 MS에 고소당하는 사태가 나오면 대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 처벌할 것인가? 아니면 합의금을 다 내줄 것인가? 부디 모두 현명한 대비를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