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단연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영학 책은 단연 '애플' 과 '스티브 잡스', '아이폰' 이다.





 애플의 경영철학이니, 스티브잡스의 완벽주의, 아이폰에 담긴 심오한 사용자 배려 정신이니 하는 것이 반짝거리는 책 표지에 강조된 문구로 써 있다. 마치 종교경전처럼 그 안에는 모든 기업과 개인이 추구해야할 진리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론 애플은 현재 최고로 잘나가는 기업이며 첨단 IT회사다. 스티브 잡스는 그 애플의 부흥을 만든 신화적인 CEO이고 아이폰은 모두가 따라하려고 애쓰는 미래지향형 정보기기다. 그러니 분명 근거없는 열풍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모든 유행에 지나치게 과장된 일면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애플을 MS보다 훨씬 좋아하고 스티브 잡스의 인생을 빌게이츠의 인생보다 훨씬 존경한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의 아이폰과 스티브 잡스 열풍은 과장된 허상이다.

80년대 후반에 내가 읽은 '최신' 경영학 책에서는 모두가 입을 모아서 말했다. 미국식 경영방식은 틀렸다. 일본식의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는 인간심리를 통찰한 훌륭한 경영방식이다. 도요타와 소니를 앞세운 일본 회사들은 그런 방식으로 바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이에 비해 멍청한 미국회사는 애써 키운 직원을 자꾸 해고하고 새로 고용하는 낭비를 일삼고 있다. 또한 새로운 원천기술을 열심히 개발하지만 막상 그 상업화에는 실패해서 일본회사에 뒤처지고 있다. 이런 말을 바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경영학 박사들이 했다.

시대가 흘러 일본 경제가 무너지고 미국이 최신 금융기법과 파생상품으로 믿을 수 없는 고성장을 하자 이번엔 서점에 어떤 책이 나왔을까. 일본이 열심히 공산품을 만들어 팔아봤자 미국은 달러화란 기축통화와 발달된 금융을 통해 일본을 더 가난하게 만들면서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즉 재주는 일본이 넘어도 돈은 미국이 챙기는 첨단 금융 및 3차 서비스 산업이 미래의 최고 산업이다. 역시 너도 나도 이렇게 말했다. 이때 빌게이츠가 미래를 내다본 사람이란 칭호와 함께 최고의 경영자 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거쳐 잘나가던 금융기관이 부실로 픽픽 쓰러지자 그런 책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위기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엄청난 순이익과 매출성장을 보이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바로 현재의 아이폰과 애플과 스티브 잡스란 삼위일체의 경영학이 서점가를 장악하고 인터넷에서 찬미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왜 이런 유행은 허상이라고 하는가?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못났다는 게 절대로 아니다. 문제는 전후상황이나 그런 것에 대한 통찰이 없이 현재 성공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가야할 진리라고 생각하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나는 망하기 직전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사를 살렸다는 아이아코카의 자서전과 함께 그의 경영학을 배우자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크라이슬러는 지금 어디 있는가? 아이아코카란 이름을 지금 누가 입에 올리기라도 하는가?

<소니의 세계 제패. 주식회사 일본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이런 책도 본 적이 다. 그 소니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 지금의 일본 기업 가운데 칭송받는 경영으로 유명한 기업이 있기는 한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라는 자서전이라든가,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강조하는 책은 어차피 국내에서만 읽히는 정도의 경영학 책이니 논하지 말자. 하다못해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벤처기업을 세워서 상장만 하면 주식으로 떼돈이 떨어질 테니 기술이 상업성이 있든 없든 무조건 벤처기업을 세워 돈을 벌자는 사기를 부추기는 경영학 책까지 본 적이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내가 본 애플과 스티브잡스의 경영학 가운데 정말로 가치가 있는 본질이란 건 단 한줄 밖에는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원하게 되는) 제품을 만들자.

생각해 보면 이건 너무도 원론적인 이야기다. 다른 기업들이 잘 지키지 못했거나 지키려는 의도는 있는데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이지, 이 문장을 부정하면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나머지 방법에서 애플이나 잡스를 찬양하는 모든 논점은 의미가 없다.

1. 애플의 자유스러운 엔지니어 위주의 회사분위기를 들기도 하는데 성공하는 회사 가운데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곳이 간혹 있긴 하지만(구글 등),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가졌다고 대부분 회사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애플조차도 잡스가 독재자처럼 굴며 무자비하게 해고를 하면서 회사를 정리하면서 끌어왔을 때 성공했다. 반면 존스컬리 체제하의 완전히 간섭없는 자유속에서는 쇠퇴와 표류를 반복했다.

2. 스티브 잡스의  회사 전부를 철저히 통제하는 방식을 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일반론 적인 경영학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회사와 국가란 차이가 있고 결과에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잡스의 리더쉽은 히틀러나 스탈린의 리더쉽과 별로 구분되지 않는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독재자 방식의 경영을 찬양할 수는 없지 않은가?

3. 스티브잡스의 미래지향 비전과 ,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 기술, 설득하는 기술을 꼽는 부분도 있다. 이건 철저히 개인의 역량일 뿐이다. 경영학이나 어떤 일반이론 정도가 되려면 대략 평범한 사람이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야 한다. 특정 개인이 재능이 있어서 일을 잘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그 재능을 배우라고 하면 어쩌라는 것인가? 더구나 이런 종류의 개인 재능과 독선적인 회사운영이 맞물리면 그야 말로 모아니면도 식의 도박이 된다. 크게 흥하거나 아니면 아주 깡그리 망하든가. 애플이 비록 그 도박에 성공해서 최고 기업이 됐다고 해서 나머지 회사더러 너희도 나처럼 되고 싶으면 도박하든지. 라고 말하고 있는게 지금 잡스를 찬양하는 글들의 본질이다.





결론적으로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열풍을 허상이라고 말한 것은 굳이 그 성공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다.

분명 잡스는 훌륭하다. 그의 노력과 재능도 찬양할 만 하다. 그러나 그걸 굳이 따라하려고 할 필요도 없거니와 따라해서 되지도 않을 거란 이야기다.
주위에서 누군가가 아주 우연히 포커을 기차게 잘하는 사람이 외국 카지노에 가서 거부가 돼었다고 치자. 그건 개인의 재능과 운, 또는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인생은 한방이다. 포커를 배우고 카지노로 가서 돈을 벌어 부자가 되자.' 라는 경영학 책을 내면 창피하지 않겠는가?  





혁신기업이란 이야기가 들리는 지금, 애플과 잡스는 미국에서도 오로지 단 하나와 한 명 밖에 없는 기이한 기업과 CEO다. 그런 경우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일반론화 시켜 경영학 이론으로 삼는 건 참으로 안타깝다. 끝으로 단 한가지 가정을 덧붙여 보자.
가능성이지만 머지않아 스티브잡스가 죽고 애플이 활력을 잃고, 아이폰이 폐쇄적인 구조라 욕을 먹으며 점유율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천재에 의존했던 1인 기업의 추락. - 우리는 무너지는 애플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분명 이런 뉘앙스의 경영책이 나오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는가? 
물론 이 모든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당장 내 회사를 애플처럼 키우고 아이폰 같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 혹은 스티브 잡스처럼 되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이어지는 후속편에서는 애플과 스티브잡스의 '경영학' 이 아닌, 장점이라고만 부르기도 힘든 특징을 중점적으로 다루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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