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힘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드는 것은 운영체제 'MS 윈도우'와 게임기 '엑스박스'이다. 이 두 개는 현재 전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널리 보급된 플랫폼이다. 특히 윈도우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를 맞은 지금도 생산성이 중요한 데스크탑PC와 노트북 컴퓨터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업무용 도구인 MS오피스라든가 코딩 툴인 비주얼 스튜디오 역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MS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승자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한 시장에 들어가서 판을 뒤엎고 1등 제품이 되기 때문이다. 윈도우는 애플 매킨토시의 우위를 뒤집었다. 엑스박스는 일본업체끼리의 경쟁만 있던 콘솔게임기 시장에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우위를 이겨냈다. 그 과정에 MS의 첫 제품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고 두번째 제품도 간신히 경쟁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세번째 정도에 오면 확실히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것으로 'MS는 세번째가 가장 무섭다' 라는 말도 생겨났다.



모바일 시장은 어떨까? MS가 태블릿과 노트북의 융합을 주장하며 내놓은 제품 서피스는 서피스RT, 서피스 프로2까지는 그다지 사용자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세번째는 달랐다. 2014년 5월, MS는 서피스 프로3에 와서 드디어 사용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서피스 프로3를 써보며 느낀 점 가운데 다음 버전인 서피스 프로4에 바라는 개선점을 정리해보았다.



디자인 - 메탈은 환영, 무게는 더욱 가볍게


서피스 프로3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고급 태블릿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제품으로 노트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과 경쟁하기에 서피스 프로3는 고성능이고 고가이며 무게도 무겁다. 그럼에도 아이패드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메탈재질을 썼으며 매력적인 디자인과 좋은 만듬새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서피스 프로3는 손에 쥐고 쓸 수도 있고 바닥에 내려놓고는 기본 장착된 스탠드를 펴서 세워놓을 수도 있다. 스탠드는 메탈 재질이므로 얇지만 충분한 강도로 본체를 지지해준다. 냉각에 있어서도 뒷면을 완전히 덮은 금속 전체가 방열판 역할을 해주면서 안정적으로 열을 식힐 수 있다. 좋게 말한다면 맥북에어 수준의 고성능 기기를 아이패드 정도 크기에 넣어서 들고 쓸 수 있다고 비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아이패드 정도의 가벼운 태블릿 수준의 콘텐츠를 즐기는 데 맥북에어 정도 무게의 기기를 들고 써야 한다는 불편이 될 수 있다. 애플은 한 가지 용도에 집중해서 나머지 것을 쳐내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MS 서피스 프로3는 두 가지를 전부 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 가능한 작고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서피스는 더욱 가벼워져야 한다. 서피스 프로3로 태블릿으로 가볍게 들고 전자책을 보거나 앱을 쓰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쓸 수록 손목과 손가락에 느껴지는 묵직함은 내가 지금  태블릿이 아니라 노트북을 들고 억지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던졌다. 


서피스 프로3의 두께는 9.1 밀리미터이고 무게는 800그램이다.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메탈 재질을 계속 적용한 상태로 두께는 더 얇아져야 하고 무게는 더욱 줄여야 한다. 그래야 태블릿이라는 용도로 쓰면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성능 - 소음을 만드는 냉각팬을 없애라


성능으로 보면 서피스 프로3는 태블릿이 아니다. 12인치 화면에 2,160×1,440해상도를 가진 화면은 초고해상도 태블릿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메인 CPU로  인텔 i3, i5, i7 프로세서를 탑재한 태블릿은 없다. 또한 메모리 4기가바이트와 8기가바이트를 장착한 태블릿도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품 구성으로 볼 때 서피스 프로3는 노트북PC이다.



따라서 노트북으로 쓸 때는 가볍고도 성능이 부족하지 않다. 모바일용 아톰칩 등을 쓴 태블릿PC와 다르게 비교적 무거운 포토샵 등 생산적 도구를 쓸 수 있다. 4K 동영상이나 3D 게임도 어느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태블릿으로 본다면 손에 들고 쓸 때 가볍게 느껴지는 진동과 냉각팬 소음이 신경쓰인다. 


아예 냉각팬이 없는 태블릿과 달리 서피스 프로3는 운영체제 업데이트 등을 할 때 열이 나면서 냉각팬이 최대속도로 도는 경우가 있다. 가벼운 뉴스 앱이나 계산기 앱을 쓰고 있는데 손에 잡힌 기기에서 선풍기 소리가 나며 따스한 바람이 느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루머에 의하면 서피스 프로4에는 이번에 나온 애플 맥북 12인치 모델에 사용 된 코어M 브로드웰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코어 M은 예전 셀러론 프로세서 같은 위치로서 냉각을 위한 팬이 필요없다.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다면 서피스 프로4에서는 소음이나 진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자경험 - 모바일과 데스크탑 모드가 융합되어야


서피스 프로3는 윈도우 8.1의 모바일 앱과 기존 PC용 소프트웨어가 전부 실행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인터페이스 안에 두 가지 모드가 들어있다. 모바일 모드에서 작은 타일 형태로 보이는 데스크탑 모드를 터치하면 익숙한 마우스 기반의 PC 윈도우를 볼 수 있다. 여기서 다시 윈도우 키를 터치하면 모던 인터페이스로 돌아온다.



문제는 이 두가지 모드가 너무 구별되어 있어서 마치 두 가지 기기를 교환해가며 사용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한 기기 내에서 매끄럽게 두 가지 경험을 하는 게 아니라 전환할 때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듯 모든 것이 달라진다. 


서로 다른 운영체제라고 해도 방법에 따라서는 인터페이스를 조금씩 일치시키거나 전환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 하나의 화면에서 두 종류를 구동시키는 것처럼 통합 모드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맥에서 윈도우를 쓸 수 있게 해주는 가상머신 패러렐즈는 최신버전에서 유니티 모드를 통해 마치 맥 운영체제 안에서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듯한 모습을 구현했다. 서피스 프로3 역시 이런 통합적 사용자경험을 추구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서피스 프로3도 이제 발표 후 1년 주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새로운 서피스 프로4는 더욱 경쟁사에 두려움을 주는 매력적인 기기로 나오기를 바란다. 직접 써 본 서피스 프로3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것을 실현시킬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