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에어2



요즘 태블릿이 위기를 맞았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느 쇼핑몰에서나 확고한 카테고리로 자리잡았고 출시되는 경량노트북들이 저마다 태블릿의 장점을 도입하려고 하는 마당에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블릿 위기론을 말하는 주장도 나름 논리정연하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태블릿의 모델을 제시한 것은 애플 아이패드이다. 그런 아이패드의 판매가 최근에 감소추세에 있다. 또한 기존 PC와 노트북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의 영역을 태블릿이 매출을 늘리며 차지한 것은 아니다. 유행에 따라 태블릿을 구입했지만 정작 생산성 작업을 할 때는 노트북을 쓰고, 콘텐츠를 소비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패턴이 굳어져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태블릿은 시장에서 어느 쪽으로도 자기 위치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두고 또다시 애플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패드가 이전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태블릿의 상업적 성공을 이끌었듯이, 태블릿이 차지해야할 위치가 어디인가를 아이패드가 정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래서 애플이 발표한 아이패드 에어2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사용자의 심리를 읽어내기로는 업계 최고인 애플이 제시하는 태블릿의 역할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플 제품답게 아이패드 에어2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제품의 매력만 말하지는 않으려 한다. 2014년 12월에 국내 출시된 아이패드 에어2를 써 보면서 애플이 무엇을 통해 태블릿을 우리 생활 속에 정착시키려 하는 지 생각해보았다.



디자인 - 끊임없는 진보, 아쉬운 스위치 삭제


아이패드 에어2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인 이후 외형에 대한 애플의 목표는 단 하나의 길이다. 곡선을 준 직사각형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더 얇고, 더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 상태에서 배터리 성능은 더 좋아져야 하며 화면은 더 선명해져야 한다. 마치 반도체처럼 모든 면에서 전 세대 제품보다 더 나아야한다.


아이패드 에어2는 이전 제품보다 18퍼센트 얇아진 6.1밀리미터 두께에 437그램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유니바디는 계속 얇아지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가공과 튼튼한 강도를 제공한다. 사용하기 위해 손에 집어들었을 때 금속이 주는 신뢰성을 느낄 수 있으며 손가락  안에서 가볍게 잡히는 무게는 오랜 시간 써도 피로감을 적게 한다.


이미 정착된 확고한 사용자 경험을 계승했기에 주요 버튼인 전원, 홈, 볼륨 버튼의 모양과 위치는 거의 동일하다. LTE가 지원되는 셀롤러 모델의 USIM 삽입 위치도 같다. 아이패드 제품을 이미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별 문제없이 제품을 켜고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 에어2



달라진 점도 있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함께 해왔던 화면 회전/잠금 토글 스위치가 없어졌다. 그동안 유용하게 쓰는 사람과 아예 쓰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어 유용성 논란이 있긴 했지만 막상 없어지고 나니 불편한 느낌도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애플로서는 아무래도 일부에게 뭐하려 달려있느냐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하는 선택이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익숙하게 쓰던 기자 입장에서는 소리를 없앤다거나 화면회전을 잠글 때 쓰려고 손을 뻗었다가 아무 것도 없는 면을 만지게 되니 아쉬운 느낌이다. 더구나 이 스위치는 아이폰6에 아직 달려있다.



성능 - 더욱 선명해진 화면, 더 빨라진 처리속도


아이패드 에어2

 


화면이 훨씬 더 좋아졌다. 매번 아이패드가 새로 나올 때마다 좋아지는 화면이지만 이번에는 화면 자체를 만지는 듯 깔끔하고 세밀해진  화면이 인상적이다. 9.7인치(246.38밀리미터)의 화면이 2,048X1,536 해상도를 가지기에 약 310만 화소가 있다는 스펙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다. 


3개의 화면 레이어를 통합시켜 화면과 손가락 사이의 들뜬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인 느낌이 훨씬 중요하다. 여기에  반사율을 56퍼센트나 줄인 특수코팅에 힘입어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화면이 사용성을 극도로 올려준다. 화면에 떠 있는 아이콘을 직접 만지는 듯한 느낌이 재미있으며 전자책이나 전자잡지를 읽을 때 높은 만족감을 준다. 



아이패드 에어2

새롭게 추가된 터치 아이디는 태블릿에도 상당한 보안기능을 제공한다. 아이폰을 통해서 개척된 기술이 완전히 안정화되어 아이패드 라인업에 도입되었다. 따라서 초기에 논란이 되었던 지문인식 오류 같은 문제도 완전히 없어졌다. 현재 애플만이 제공하고 있는 터치 방식 지문인식은 편리함과 인식률에서 다른 솔루션과는 격이 다르다.



아이패드 에어2



아이패드 에어2의 핵심을 이루는 칩인 A8X는 모든 면에서 iOS 기기 가운데 최고 성능을 보장한다. 64비트 아키텍처에 아이패드 에어보다 2.5배 빠른 그래픽 성능, 40퍼센트 빠른 처리능력을 가졌다. 배터리 성능을 가장 신경써야하는 아이폰에 비해 크기에서 여유가 있는 태블릿인 만큼 봉인을 한 단계 해제한 듯한 고성능을 보여준다. 안투투 벤치마크에서 보여준 성능은 아이폰6를 능가했다.


아이패드 에어2


이런 고성능은 특히 게임에서 눈에 보이는 발전을 가져온다. iOS8의 그래픽 지원 능력과 결합하니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PC에서나 가능한 게임을 아무런 무리없이 아이패드 에어2에서도 즐길 수 있었다. 더구나 시끄러운 냉각팬 돌아가는 소리도 없고 뜨겁게 열을 뿜어내지도 않는다. 게임 플랫폼으로서 아이패드의 가능성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카메라 - 넓은 스크린을 통한 쓸만한 카메라


아이패드 에어2

 

처음 나온 아이패드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았다. 그 뒤에도 아이패드의 카메라는 항상 아이폰보다 성능에서 뒤졌기에 그다지 자랑할 요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패드 에어2에서는 아이패드 카메라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8백만 화소의 아이사이트 카메라는 3,264X2448 화소 이미지와 HD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120프레임의 슬로모션 동영상과 타임랩스 기능도  탑재되었다.


빛이 잘 들어오는 야외는 물론이고 빛이 다소 약한 실내에서 촬영한 사진도 제법 쓸 만하다. 피사체가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 재빨리 반응해서 최적의 촬영조건을 찾아주는 과정이 매우 잘 짜여졌고 얼굴 인식 기능도 강력하다. 몇 개의 얼굴이 겹쳐있어도 모두 파악해서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 준다. 사진품질이 아이폰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SNS와 인터넷에서 활용할 일반적인 경우라면 아이패드 에어2로도 충분하다.



연속성 - 아이패드에서 하던 작업을 맥에서 이어받는다


아이패드 에어2

단순히 개별 성능이 올라간 것만으로 태블릿의 매력을 높이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한없이 노트북 성능에 가까워진다고 해서 태블릿이 노트북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를 비롯해서 노트북 역시 태블릿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는 내지 못하는 상태다. 지금 사람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을 전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중이다.


애플은 여기서 아이패드 에어2에 적용된 iOS8을 통해 '연속성'이라는 기능을 제시했다. 개별 기기로 떨어진 이 기기들을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클라우드를 통해 이들 기기를 마치 하나처럼 이어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폰에서 문자를 받으면 아이패드에도 신호음이 들리며 메시지가 뜬다. 아이폰으로 전화가 오면 아이패드와 맥에서도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아이패드 에어2


이것은 사용자의 중요한 작업을 하게 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생산성을 위한 문서작성, 도표 그리기, 발표자료 구성을 할 때 아이패드에서 작성한 글을 따로 옮기고 스크롤할 필요가 없다. 어디서든 맥북을 열면 그대로 하던 곳에서 다시 이어서 작업을 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 보던 키노트 역시 언제든 맥북에서 이어서 작업할 수 있다. 태블릿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문에 애플은 이렇게 연계해서 사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통해 자유롭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아직 연속성 기능은 일방통행이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 시작하면 맥에서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맥에서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실시간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이어서 할 수는 없다.



총평 - 높은 만족감과 긴밀한 연속성을 갖춘 태블릿


아이패드 에어2



태블릿은 과연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에도 확고하게 존재할 수 있을까? 넷북처럼 한 때의 유행에 그치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태블릿에도 이런 회의적 시각이 제기된다. 아이패드를 통해 제일 먼저 태블릿의 방향을 제시한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2를 통해 미래의 태블릿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아이패드 에어2는 더욱 부담없이 휴대할 수 있으면서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덧붙여 이미 활용하고 있는 맥와 연동해서 어디서든 일을 하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연속성' 있는 기기가 되었다. 태블릿을 분명히 필요한 도구로서 발전시키려는 의도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 아이패드 에어2는 태블릿을 유용하게 쓰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