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네틱 무브먼트



한 때 열광적인 혁신붐을 일으켰던 스마트폰이 빠르게 일상용품으로 변하고 있다. 한때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던 기존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를 애플, 삼성, 구글 등이 채웠지만 현재는 저가를 무기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기업 스마트폰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은 이제 웨어러블 기기로 눈을 돌렸다. 시계나 목걸이, 안경과 같이 몸에 늘 지니고 다니는 기기에 IT기술을 불어넣어 새로운 혁신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만 다시금 사용자들이 기술에 열광하며 비싼 제품을 기꺼이 사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스마트폰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시계다. 이미 삼성이 갤럭시 기어, 기어핏 등을 내놓으며 도전했다. LG도 G워치를 선보였으며 구글은 안드로이드웨어란 전용 운영체제를 만들어 이런 업체들을 지원했다. 모토로라도 모토 360의 컨셉과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건 애플이 내놓게 될 아이워치다. 먼저 출시된 웨어러블 기기들이 매력이 떨어지는 디자인과 부족한 쓰임새를 지적받으며 사용자의 선택을 별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경험을 가장 중시하는 애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과 활용성, 미래 지향적 기술까지 모든 면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다. 단순히 애플을 좋아하는 팬들 뿐만 아니라 경쟁기업조차 애플이 어떤 모습으로 스마트워치를 매력있게 만들 지 궁금해하고 있다.


루머에 의하면 애플이 우선적으로 신경쓰는 분야는 디자인인 듯 싶다. 고급 시계의 대명사인 스위스 시계 장인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소식이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의 아이워치가 일반 시계처럼 둥근 디자인이며 최소한 남성과 여성용 2개 모델로 나온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나인투파이브맥 등 애플 소식을 주로 전하는 해외 매체에서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에서 판매부서 부사장을 맡았던 파트리크 프루니오가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처럼 대체로 애플 아이워치가 다른 제품과 차별점으로 디자인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과연 디자인이 중심일까?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가 디자이너로 정평이 나 있지만 엄밀히 말해 애플은 디자인 회사가 아니고 IT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혁신적 기능이 딸려 있지 않다면 굳이 애플에서 만든 평범한 '전자시계'를 구입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애플은 기존 업체들이 잘 풀지 못했던 사용성을 강화하는 데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넘어서 여러가지 혁신적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스마트워치의 핵심문제가 되고 있는 배터리시간을 해결할 기술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워치는 손목에 차는 작은 기기란 특성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갈 수 없고 교체형으로 만들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시계이기 때문에 매일 같이 충전해야 한다는 귀찮음을 사용자에게 지울 수 없다.


애플 아이워치는 무브먼트 기술을 도입해서 충전횟수를 줄이는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다. 특히 팔목에 차고 움직인다는 시계의 특징을 이용한 '키네틱 무브먼트'를 쓴다면  배터리수명을 늘려서 사용자경험을 높일 수 있다.



키네틱 무브먼트



키네틱 무브먼트는 1987년 일본 시계업체 세이코에서 개발된 시스템으로 전지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자동 충전식 무브먼트다. 물리적 운동에너지를 이용해서 전기 에너지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기본 원리로 내장된 충전용 전지를 오토메틱 시계의 원리를 이용하여 충전한다. 우리가 걸어가는 등 손목을 움직일 때 나오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서 로터가 돌아가며 그로인해 충전이 이뤄진다. 이론상으로는 12년 정도 전지 교환 없이 사용이 가능할 정도다.


애플은 일본 기술에 상당히 호의적인 편이기에 초기 아이폰에는 일본업체의 부품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초기 아이워치에 일본 업체인 세이코의 키네틱 무브먼트가 적용된다면 수시로 충전에 급급한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획기적이란 찬사를 받으며 확실한 제품차별화가 가능하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애플 역시 충전기술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뉴욕타임스가 애플이 아이워치에 탑재되는 자기유도 방식의 무선충전 기능과 태양광 충전 기능을 시험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선충전은 결국 사용자가 시계를 풀어놓아야 하고, 태양광 충전은 날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 완벽한 기술은 없지만 어쨌든 애플은 노력할 것이고 디자인 이외의 기술적 혁신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  아이워치가 사용자의 인기를 얻는다면 다시 한번 혁신의 선구자로서 애플의 진가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공식발표될 아이워치가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 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