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노트북은 노트북이 모바일 기기로 진입하려는 일종의 '신고식'이라고 할 수 있다. 노트북으로서는 놀라울 만한 변화지만 태블릿에 근접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앞으 로 초경량 노트북의 주요 테마는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무게를 줄이고, 배터리 시간을 늘리고 대기시간을 없애고, 쾌적한 사용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에는 어떤 방법과 난관이 있는지 살펴보자.



초경량노트북




노트북에서 무게를 줄이는 것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문제였다. 노트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포터블 컴퓨터와 랩탑을 보면 현재의 노트북은 매우 작고 가볍다. 이런 경량화 를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기술발전이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분야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초기 포터블 컴퓨터에서 가장 많은 무게를 차지한 것은 브라운관 방식 스크린이었다. 액정방식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작더라도 브라운관 스크린이 있어야 했는데 이 부품은 무게를 엄청나게 차지했다. 배터리 소모도 엄청났다. 나중에 액정이 그 자리를 대치하고서야 비로소 배터리로 움직이며 무릎에 올려놓을 수 있는 랩탑이 생겼다.


랩탑에서 많은 무게를 차지한 것은 플로피 디스크, 하드디스크, 광학 드라이브와 같은 외부저장장치 부품이었다. 나중에 서브노트북은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제거하면서 더욱 가벼워졌다. 그리고 현재 초경량노트북은 광학드라이브와 하드디스크까지도 제거하고 반도체 부품인 SSD를 탑재해서 더욱 가벼워졌다. 결국 노트북의 경량화에서 반도 체 부품인 CPU나 램, 기판의 무게는 결정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가장 무게가 나가는 기계적 부품을 제거하는 게 중요했다.


현재의 울트라북, 맥북을 보자. 이들은 이제 모든 기기를 반도체로 대치했다. 기계적 부품은 거의 없다. 이렇게 되면 가장 효과가 많이 나면서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외부 케이스 재질을 가벼운 소재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무엇을 쓰든 장단점을 수반하기에 아직 정답이 없다.


애플은 맥북을 비롯한 대부분 주력제품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있다. 통째로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는 유니바디 타입 가공은 견고함을 주면서도 결합부분을 최소화해서 무게를 줄이고 견고함을 가져다 준다. 옛날 전투기의 재료가 알루미늄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최고의 선택에 가깝다. 단순히 가볍기만 한 게 아니다. 알루미늄은 열을 잘 전달하므로 노트북의 발열에 유리해서 그 자체가 거대한 방열판에 가깝다. 따라서 냉각팬을 적게 돌려 저소음을 실현할 수 있다. 잘 가공한 금속재질이 주는 신뢰성과 고급스러운 품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삼성에서는 현재 항공기 재료인 두랄루민으로 노트북을 만들기도 했다. 알루미늄보다 더 발전한 특성을 지닌 두랄루민은 더욱 이상적인 초경량노트북 소재가 발열도 잘 되고 고급스러우며 단단하다. 다만 생산성의 문제가 남는다. 현재 항공기 재료라는 건 그 만큼 수요도 많고 비싸다는 말이 된다. 알루미늄보다 가공이 더 어렵고 단가가 비싸므로 제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에서는 가끔 모바일 제품에 쓰이는 마그네슘 역시 비슷한 특성을 지니기에 적극적으로 양산제품에 쓰기 힘들다.


LG에서 내놓은 초경량노트북 '그램'은 기본으로 돌아가서 '플라스틱'을 썼다. 플라스틱 역시 좋은 소재다. 애플에서 한 세대 전에 맥북에 썼던 소재이기도 하다. 디자인 언어 ' 스노우화이트'를 기본으로 해서 깔끔하게 가공한 플라스틱 맥북은 내구성과 품격을 잘 만족시켜주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발열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며 신뢰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플라스틱 맥북 역시 상판이 저절로 갈라지는 크랙현상에 시달렸다. 무게는 금속보다 훨씬 가볍지만 그만큼 두께와 발열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금속보다 낫다고 보기가 힘들다.



초경량노트북



일부 일본 제조사, 그리고 레노버 등에서는 탄소섬유(카본)를 사용하고 있다. 낚싯대 등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가볍고 튼튼한 것으로 따지면 최고의 소재다. 최첨단 항공기에도 쓰이고 있다. 탄소섬유는 노트북을 획기적으로 가볍게 해준다. 하지만 역시 발열에는 취약점이 있으며 아직은 생산단가가 싸지 않다. 하지만 원가만 충분히 싸진다면 미래의 초경량 노트북 소재로서 가장 유망하다. 어쨌든 당분간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그리고 탄소섬유가 경량화 케이스 소재로서 쓰이게 될 것이다.


사실 외부 케이스 외에 무게를 줄이는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배터리 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반도체 부품의 경량화와 디스플레이 경량화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늦다. 배터리는 부피와 무게에 비해 획기적인 용량을 가진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배터리만 적게 넣으면 바로 무게가 줄어든다. 하지만 노트북에서 갑자기 배터리를 줄일 수는 없다. 이 부분은 초경량노트북의 다른 필수요소인 사용시간, 쾌적한 사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태블릿의 무게가 노트북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가 적게 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태블릿은 노트북보다 배터리 시간이 오래 간다. 그 이유는 성능은 조금 낮아도 저전력 소모를 우선하는 ARM계열 칩을 중심으로 설계가 되었고, 비 교적 작은 화면 크기로 인해 디스플레이 전력소모가 적고, 운영체제와 앱이 낮은 전력에서 쾌적한 사용성을 보장하도록 코딩되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의 경우에 다른 부분에 변화를 주지 않고 갑자기 배터리 용량을 줄이면 당장 사용시간이 줄어든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배터리 시간 1~2시간 정도인 노트북을 선호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 따라서 배터리를 줄이려면 저전력부품을 사용해야 하는 데 자칫하면 전력소모는 적지만 성능까지 낮아져서 느리고 불편한 넷북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배터리를 줄이면서 저전력 칩을 사용하고는 운영체 제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의 경량화가 뒤따라야 한다.


저전력부품에서는 인텔이,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경량화에서는 윈도우즈와 오피스, 코딩을 위한 비주얼 스튜디오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특히 대기시간을 없애는 문제는 SSD 같은 기억매체의 고속화와 운영체제에서의 대기모드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관리하는 애플 매킨토시는 잠자기 기능의 최적화를 앞서서 실천했다. 최신 운영체제인 OS X 매버릭스에서는 아예 전원버튼을 가볍게 누르면 아이패드처럼 대기모드에 들어가고 다시 누르면 순식간에 작업대기로 복귀한다. 윈도우즈 노트북에서도 이 기능을 쫓아가고 있지만 반응성이 좀더 느리다. 각 노트북 제조사 가 서로 다른 부품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일일이 최적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경량노트북이 전체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태블릿에 가까운 대기기능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인텔의 CPU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초경량노트북



마지막으로 쾌적한 사용성은 앞서서 말한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서 가능하다. 부담 없는 부피의 노트북을 가볍게 가지고 다니면서 덮개를 열었을 때 몇 초안에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실행되면서 사용자의 동작에 즉각 반응 해준다면 초경량노트북은 모바일 기기로서 편입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고성능을 갖춘 생산성 기기로서 다른 모바일 기기와의 자유로운 연결이 되면서 사진가공, 문서작성, 각종 콘텐츠 생산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며, 3D 게임 등 성능이 뒷받침된 엔터테 인먼트도 제공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애플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사용자 의 좋은 반응을 얻고 양산화에 성공한 좋은 기술을 노트북인 맥북 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해서 만드는 회사이기에 실제로 나오는 결과물의 질이 대단히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애플도 약점이 있다. 높은 이익률을 추구하는 회사 특성상 원가상승 압박 때문 에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절제한다. 더 많은 메모리를 넣으면 될 것을 일부러 운영체제에 다시 메모리 압축 기술을 도입해서 쓰기도 한다. 이것은 미세하게나마 속도와 쾌적 함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가격에 비해 SSD 용량을 가급적 적게 쓰기도 한다. 높은 이익률을 얻고자 하는 집념이 애플 혁신의 원동력이지만 바로 그 집념 때문에 부품단가를 낮추려는 압박으로 이어져 급격한 혁신을 못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아이패드와 맥북에어의 시장충돌을 극히 염려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고성능 태블릿과 초경량노트북 은 하나로 통합된다는 흐름을 당분간 거부하며 두 기기를 함께 팔려고 할 것이다.



초경량노트북



윈도우즈 노트북 진영은 현실적인 디자인과 흐름에서는 애플을 따라가고 있지만 꿈꾸는 이상은 더 높으며 정답에 가깝다. 레노버 믹스2나 에이서 아이코니아 W4등의 아톰 CPU를 채용한 태블릿은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쓰며 모든 생산성 앱이 잘 돌아간다. 이들은 짧은 대기시간과 긴 배터리 시간, 가벼운 무게와 작은 부피 에서 초경량노트북이 도달해야 할 많은 요소를 잘 충족시키고 있다. 윈도우즈 태블릿이 내세우는 '모든 것을 하나로 처리한다'는 목표는 초경량노트북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목표다.


다만 현재로서 아톰 태블릿은 성능과 반응성이 떨어진다. 무거운 생산성 앱인 포토샵이 나 3D렌더링 툴의 원활한 사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윈도우즈 진영은 정통 노트북을 노리고 만들면 애플 맥북의 기동성을 못 따라가고, 태블릿을 노리고 만들면 아이패드만큼의 간편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톰으로 대표되는 8인치 태블릿은 잘 발전시키면 오히려 맥북에어와 경쟁할 수 있다. 무게가 가볍고 배터리도 오래가는 편이니 외관을 고급스럽게 만들고 좋은 키보드를 붙이면 가능하다. 현재 출시된 레노버의 씽크패드8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초경량노트북이 장애를 뛰어넘고 주어진 과제를 달성해서 모바일 기기가 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우선 재질에서는 알루미늄을 넘어서는 생산성과 발열성, 경량이 가능한 소재를 찾아내 느냐가 관건이다. 흥미롭게도 알루미늄과 두랄루민, 탄소섬유는 모두 역대로 항공기를 만드는 재료였다. 플라스틱이 고급스러움과 발열성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차세대 소재 로 플라스틱만큼의 생산성을 갖추면서 가볍고 내구성과 발열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소재를 시험해봐야 보고 연구하면 더욱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배터리 기술의 진보에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의 리튬이온, 리튬 폴리머 전지 기반에서 벗어나서 연료전지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수소나 에탄올을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배터리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고용량 전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기존 배터리 기술과 결합해서 태양광 충전 등 자체 전력충전기술을 결합하 는 것이다. 초경량노트북이 비교적 넓은 면적의 뒷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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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기술은 가장 쉽게 진보가능한 기술이다. 현재는 전원을 끊으면 기억이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를 주기억장치로 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력을 끊어도 데이터를 기억 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를 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배터리 용량도 늘릴 수 있고 대기모드에서 바로 깨어나는 반응속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여기에 CPU와 운영 체제 기술이 결합되면 운영체제를 처음부터 부팅하는 과정이 점점 필요 없게 된다.


쾌적한 사용성에서는 모바일 기기처럼 간결하고도 빠른 반응을 보이도록 운영체제가 발전할 것이다. 초경량노트북은 비록 PC에서 출발했지만 운영체제를 비롯한 모든 것은 장기적으로는 모바일기기에 통합될 것이다. 초경량노트북과 태블릿과의 경계선이 점차 희미해질 테지만 사용용도에서 약간 다르다.


태블릿이 콘텐츠 소비가 주가 되고 생산성이 보조가 되는 기기라면, 초경량노트북은 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콘텐츠 생산이 주된 목표이고 소비도 할 수 있는 기기로 발전할 것이다. 당연히 가격도 좀더 높지만 그만큼 고성능을 발휘해야 하며 폭넓은 하드웨어 연결성과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 모바일 기기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태블릿과 초경량노트북의 경쟁에 달려있다. 기업의 혁신과 소비자의 선택, 그에 따른 자본의 흐름이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원고를 바탕으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