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논란은 바로 '폐쇄성'이다. 한쪽에서는 애플이 폐쇄적이며 독재적인 리더쉽에 의존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점은 큰 결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 반대쪽에서는 애플이 그렇게 폐쇄적인 기업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폐쇄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바로 애플이 성공한 비결이라고 반박한다.


애플 폐쇄성


왜 이 문제가 그렇게도 논란이 되는 것일까? 심지어 이미 몇 번이나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조차도 되풀이되는 애플의 폐쇄성 지적에 대해 답변해야 했다. 특히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와 주고받은 페쇄성과 개방성 논란은 잡스의 공식전기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마침 유명한 경영전략가 탭스콧 박사가 애플에 대해 논의한 기사가 있어 잠시 소개한다.(출처)


애플 폐쇄성


‘패러다임시프트(Paradigm Shift)’, ‘위키노믹스(Wikinomics)’의 저자이자 세계적 경영전략가인 돈 탭스콧(Don Tapscott) 박사는 초연결 시대의 키워드를 ‘개방’으로 정의하면서 “기업은 혁신을 위해 더 폭넓은 개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탭스콧 박사는 2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LG CNS 주최 '엔트루월드 2013' 컨퍼런스서 ‘급격한 개방, 그리고 스마트세상’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더 이상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개방된 사회, ‘오픈 월드’의 네 가지 원칙으로 협력, 투명성, 지식재산의 공유, 힘의 분산을 제시했다. 


소비자를 경계 밖의 영역에서 끌어들인 ‘프로슈머’처럼 경계를 허무는 사례, 글로벌 제약업계가 특허권 소멸로 수익의 25%를 잃을 상황에서 서로 임상실험 데이터를 공유해 공동성장을 꾀한 사례 등을 들었다. 


탭스콧 박사는 “한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 역시 당시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과 수용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애플에 대해서도 “애플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개방적인 기업”이라면서 “기술적 폐쇄성은 있지만 개방이란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세대의 협업 체계는 사람, 소셜네트워킹, 예측분석 중심의 시스템이 될 것”이라면서 “초연결 사회를 통해 새로운 힘의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연결 사회로 가는 ‘패러다임 시프트’는 이미 진행중”이라면서 “리더들이 변화를 이끌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탭스콧 박사는 현재 컨설팅그룹 탭스콧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토론토 로트먼경영대학원 초빙교수다. 201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50위 중 9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방된 사회와 힘의 분산이 바로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탭스콧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애플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개방적인 기업' 이라고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애플 폐쇄성


나는 예전에 애플의 폐쇄성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그것이 바로 애플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폐쇄적이다.'라고 말해도 그 안에는 수많은 단계가 있다.


완전히 있을 수 없는 양 극단인 폐쇄성 100퍼센트와 개방성 100퍼센트의 사이에서 보자. 폐쇄성 70퍼센트여도 사람들은 폐쇄적이라고 말한다.폐쇄성 90퍼센트여도 폐쇄적이라고 말할 적이다. 그러니까 탭스콧이 말한 의미를 아주 쉽게 비유하면 애플의 기술적 폐쇄성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90퍼센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70퍼센트 정도라는 뜻이다. 


사실 탭스콧 입장에서도 애플 이야기는 곤란한 질문이다. 개방이 진리라고 말하는데 그 앞에서 당당하게 폐쇄적이라고 알려진 미국기업 애플이 번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탭스콧도 애플 제품 한 두개를 쓰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애플은 개방적이다.' 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저렇게 대답한 것이다. 솔직히 위에서 탭스콧 오픈 월드’의 네 가지 원칙으로 든 협력, 투명성, 지식재산의 공유, 힘의 분산 가운데 엄밀하게 따져서 애플이 잘 하고 있는게 있는가?


하지만 이 기사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왜 미국이 이처럼 개방을 말하고 폐쇄성을 걱정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잘나가고 있는 자국기업 애플을 옹호하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폐쇄적인 것이 더 좋다. 혁신은 폐쇄성에서도 올 수 있다.' 라고 시원하게 말해버리면 되지 않을까?


애플의 폐쇄성, 논란이 되는 이유는?


폐쇄와 개방에 관한 이런 논란은 다분히 미국의 생성과 발전역사와 관련이 있다. 즉 사실은 눈에 보이고 검증된 현상때문에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애플 폐쇄성


미국은 대륙인 영국이 종교의 자유를 억누르고 폐쇄적인 영국국교회를 강요하는 게 싫어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온 이주민의 후예다. 이주민은 개인이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개방된 사회를 원했다. 또한 독재자인 왕이 없이 개인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했다. 그리고 그런 이념하에 미국의 제도를 만들었고 발전시켰다.

 

유럽은 폐쇄적인 내셔널리즘이 일으킨 1차대전과 배타적인 파시즘이 일으킨 2차대전으로 인해 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그런데 히틀러가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고 전혀 개방적이지 않은 독일은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놀라운 국력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과학기술도 수없이 개발했고 전쟁에서도 가진 자원에 비해 굉장히 강했다. 독재국가 일본도 전쟁 초기에 그들이 가진 역량 이상을 진주만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개방된 국가 미국은 자유와 개방을 부르짖으며 이들과 싸워 이겼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시선에서 본 해석이다. 실제로 냉정하게 보자면 그 전쟁은 미국이 개방적이어서 이겼다기 보다는 엄청난 생산력이 뒷받침된 물량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고 해석하는 쪽이 많다. 하지만 어쨌든 미국은 자유와 개방이 이겼다고  말하고 있다.


이후 미국은 분명히 말했다. 전범국들은 독재를 했고 개방적이지 못했기에 악해졌으며 망했다고. 미국은 도덕적으로도 자유를 보장하고 개방적이기에 승리했다고 말이다. 이런 생각은 바로 기업경영에도 이어졌으며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며 미국의 이런 생각에 확신을 주어 전세계에 자유와 개방을 퍼뜨렸다.


그런데 애플을 비롯한 몇몇 기업이 독재적 리더쉽과 폐쇄적인 기술방침으로 성공했다. 그렇다고해서 미국이 갑자기 '독재라고 나쁜 것이 아니다. 독재는 본질적으로 좋은 것일수도 있다.' 라든가 '개방이 뭐 그리 중요한가? 폐쇄적이어도 성공만 하면 된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것은 미국의 근본 가치관에 해당되는 문제인 것이다. 


애플 폐쇄성


애플은 그래서 아무리 성공해도 끊임없이 기술적 개방성과 자유로운 리더쉽을 요구받고 있다. 아무리 여기서 애플이 폐쇄적이지 않다. 라든가 폐쇄적인 것이 성공의 원천이라고 말해도 논란은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비유해보면 이데올로기 싸움이다. 미국이 믿고 있는 신념과 애플이 믿고 있는 신념이 충돌하는 지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