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진정으로 실력이 있는 사람은 도구에 상관없이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명언에 따르면 우리가 진정으로 고수라면 IT도구에 상관없이 자기 능력을 펼쳐야 한다.


뉴아이맥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명필이 아니기에 붓을 가릴 수 밖에 없다. 살아가는 도구로서, 혹은 직업상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서 나는 이제까지 주머니 사정이 허락되는 안에서 좋은 붓을 가지려고 애썼다 그것이 나를 명필로 만들어주지는 못할 지라도 최소한 짜증이 나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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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년 정도 낡은 PC를 쓴 적이 있었다. 내가 스스로 조립한 컴퓨터인데도 전원을 켤 때마다 덜덜 거리는 낡은 팬소음과 삑 하고 울리는 인공적 소음이 무척이나 싫었다. 


그래서 언제나 무엇인가 쿨한 컴퓨터를 쓰고자 하던 가운데 애플에서 새로나온 아이맥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새로 나온 뉴아이맥 27형을 써볼 기회가 생겨서 사무실에서 한달 정도를 써보았다. 여러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이 기기에 대해서 편한 느낌의 사용경험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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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려한 디자인 - 책상 위의 장식품.


종전에 사무실에서 쓰던 컴퓨터는 2년 정도 지난 모델의 흔한 데스크탑PC였다.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능이다. 나름 윈도우XP를 깔고 최적화를 잘했지만 쾌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크게 불편하지 않 은 정도의 사용감이었다.


내가 하는 회사업무는 주로 인터넷 검색과 텍스트 위주의 기사를 쓰고 편집하는 일이다. 거기에 가끔 사진을 간단히 가공하고 도표와 함께 보며 편집해서 웹페이지에 올리게 된다. 거의 대부분의 일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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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외로 뉴아이맥이 내 업무에 준 첫번째 도움은 외관이었다. 멋이라고 찾아보기 힘든 PC와 모니터에 비해 27인치의 커다란 화면이 산화알루미늄에 잘 들어간 모양은 단순하지만 아름답다. 나는 종종 애플의 제품을 보면서 독일 디자인의 특징을 강하게 느낀다. 절제된 기능을 단순하고도 상징적인 디자인이 감싸고 있는 방식 말이다. 


뉴아이맥27형은 크기에 비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잘 어울리는 실내 장식품 역할을 해주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흘끔흘끔 쳐다보며 가는 눈길이 부럽다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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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사가 적고 선명한 화면 - 단점을 없애다.


사실 작년 초에 아이맥 구입을 고려했을 때 들은 단점 이야기가 있었다. 비교적 유명한 아이맥 화면의 검정 얼룩이야기였다. 아이맥의 화면과 그것을 보호하기 위한 전면 패널 사이에 공간이 좀 있는데 그 사이에 먼지가 들어가면 얼룩이 짙게 생긴다. 문제는 분해가 힘든 아이맥의 특성상 사용자가 직접 닦아낼 수 없고 서비스를 요청해야 하는데 해법이 청소가 아니라 액정교환이며 유상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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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해 애플의 해법은 보통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던가 분해를 쉽게 만들어 청소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새 아이맥에 완전히 근본적인 해법을 적용했다. 보호패널과 화면을 완전히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먼지가 들어갈 틈 자체가 없어졌다. 얼룩이 생길 가능성을 0퍼센트로 만들어 단점을 없앴다.


또하나 애플의 시네마디스플레이에도 해당되는 특징으로서 반사문제가 있다. 아이맥의 디스플레이는 표준색감을 잘 내주기에 영상전문가들이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많이 쓴다. 최고급의 에이조 모니터보다 싸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디스플레이는 전문가를 고려하지 않은 광택처리를 했다. 따라서 외부의 빛반사가 심한 편이라 눈에 거슬리는 단점이 있었다. 대부분은 커다란 화면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 거기 비친 자기 얼굴을 같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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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이맥은 이 부분에서도 플라즈마 데포지션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다. 항공기 유리 등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반사를 적게 만드는 최신 가공법이다. 광택처리의 장점인 세련된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중시한 사용자의 요구도 맞춰보자는 것이다. 덕분에 화면을 보면서 반사가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3. 날렵한 사용성 - 편안한 업무경험.


아이맥은 거의 모든 면에서 종전에 쓰던 맥북에어와 비슷하다. 소음이 거의 없고, 열도 나지 않으면서도 운영체제가 빠르고 안정적이다. 디잉 하는 재미있는 소리와 함께 부팅되는 속도도 빠르다. 그래도 맥북과의 차이는 있다. 우선 커다란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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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이맥 27형은 27인치라는 넓은 화면을 자랑한다. 최신형 IPS방식을 채택했기에 밝고 선명하면서도 시야각에 따른 색감변화가 없다. 거기에 해상도 역시 뛰어나서 27인치 화면을 이용하면 웹페이지 두 개를 나란히 놓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이다. 


다중 작업을 할 때 특히 편리한 넓은 화면은 업무용으로도 훌륭했다. 웹페이지 하나와 워드프로세서, 메모장과 각종 앱을 한 화면에 놓고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건 큰 화면이 주는 혜택이다. 시야가 넓을수록 사물을 좀더 다양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커다란 모니터에서 한꺼번에 자료를 보며 글을 쓰게 되면 어쩐지 시야가 좀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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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이맥27형은 데스크탑에 들어가는 쿼드코어의 i5를 쓰고 8기가의 용량을 자랑한다. 윈도우PC에서도 쾌적하게 쓸 수 있는 성능이다. 더구나 맥의 운영체제인 OS X 마운틴라이언은 훨씬 가볍기에 모든 프로그램이 몇초도 안되어 열리고 닫힌다. 웹 페이지 창을 많이 펼쳐놓아도 느려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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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 정도로는 이 하드웨어의 한계를 볼 수 없었다. 하긴 내가 벤치마크 테스터는 아니니까 그럴 일도 없다. 업무용으로 쓴 아이맥은 승차감이 아주 뛰어난 중형세단에 탄 느낌과 비슷하다. 커다란 용량과 크기의 그래픽 파일을 편집할 때도 막힘없이 부드럽게 작업이 이뤄졌다.



4. 높은 가격과 둔감한 마우스의 감도 - 1퍼센트의 아쉬움. 


한달 정도 뉴아이맥 27형을 써보면서 어느새 내 생활속에 깊이 파고드는 매력을 느꼈다. 아이맥은 맥 운영체제가 익숙해지기만 하면 상당한 정신적 만족과 조작의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이 제품이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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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난한(?) 소비자가 접하기 어려운 비싼 가격이 있다. 현재 이 제품은 다나와 최저가로 220만원이 조금 안되는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환율과 애플의 가격정책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책상 위에서만 쓸 수 있는 컴퓨터로서는 선뜻 구입할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단순히 PC로 따지면 절반 가격이면 조립PC로 이와 비슷한 스펙을 갖출 수 있다.


무엇이든 세상에는 대가가 따른다. 뉴아이맥에서 접할 수 있는 정신적인 편안함과 쾌적함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그런 부분에 얼마까지 지출할 각오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한도에 아이맥이 들어온다면 구입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어쨌든 가격이 높아서 손에 넣기가 부담스럽다는 건 성능과 별개로 상당한 핸디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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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잘한 부분이지만 아이맥에 딸려온 애플 무선 마우스는 다양한 성능과 고급스러운 질감에도 불구하고 감도가 다소 떨어진다. PC에서 쓰던 로지텍 마우스와 비교하면 커서 움직임이 둔한 편이라 조절하기 힘든 면이 있다. 또한 맥은 마우스 감도의 상세한 조절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세밀한 그래픽 도트작업을 하기에는 이런 느린 감도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사무에서 느린 커서움직임은 좀 불편하다. 사용자마다 다른 감도설정이 가능하도록 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이맥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제품이니 1퍼센트의 아쉬움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뉴아이맥 27형은 매우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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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을 작업하는 사람이 여유가 있다면 뉴아이맥 27형은 정신적인 편안함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볼 가치가 있다. 사무용으로서 간단한 문서와 웹작업에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좀 더 깊은 그래픽 성능과 전문작업에서의 능력은 다음 기회에 써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