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왔다는 것은 그저 숫자가 바뀐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바뀌는 숫자를 계기로 시간을 돌이켜보고 삶을 점검한다. 나 역시 '공상제작소'란 블로그를 연 후로 그렇게 해왔다.





2012년 마지막날 집에 작은 선물이 도착했다. CJ에서 보내준 원박스다. 




예쁜 상자안에 CJ 에서 만든 문화혜택과 각종 제품들이 들어있다. 이런 연말 선물을 받게 되자 새삼 지난 한 해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2012년의 내 목표는 블로그를 미디어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2010년에 '니자드'란 필명으로 IT평론 블로그를 연 후에 나는 과분하게도 많은 호응과 많은 영광을 차지했다. IT관련 글을 올린지 한달 반만에 다음뷰 IT분야 1위를 차지했으며 약간의 기복은 있어도 지금까지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지 명예만이라면 순위가 이제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생소한 분야인 IT평론 분야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데는 중요했다.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IT평론 글을 쓰게 되었으며 지금은 이 분야의 좋은 글을 쓰는 많은 블로거들이 있다. 때문에 내가 블로그를 통해 걸어본 길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처음으로 길을 개척했기에 나에게는 그만큼의 보상도 있었다. 2010년에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에서 IT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다음뷰 블로그 대상 IT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도 티스토리의 베스트 블로그로 선정되며 나름 내 역할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내가 전부터 답답하게 생각했던 것은 블로그의 입지였다. 각자 추구하는 바는 약간 다르겠지만 블로그 가운데는 미디어 몫지 않게 좋은 글을 쓰는 곳이 있다. 블로그 세계 안에서는 그런 노력으로 인해 상을 받고 약간의 돈을 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후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그 이상으로는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10년을 파워블로거로 활동해도 얻는 것은 그냥 약간 더 유명한, 행사에 좀더 잘 초대받는 파워블로거란 위치다.


어째서일까? 인생이 정말로 한발짝씩 발전하는 것이라면 블로거로서 영광을 맛본 이후에 보다 큰 목표가 있을 것이고 그 길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뒤의 목표를 미디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았다.


블로그를 미디어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미디어에 비해 블로그가 가지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취재하고 글을 써서 인터넷 공간을 통해 배포하는 것은 동일하다. 차이점이라면 대략 이정도일 것이다.



1. 공신력 : 미디어는 등록된 업체로서 가능한 신뢰를 얻기 위해 애쓴다. 취재과정이나 사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노력이 들어간다. 그런 결과로 그 매체 자체에 대해 대중의 믿음이 생긴다.


2. 책임성 : 미디어는 기분내키는 대로 활동하지 않는다. 미리 기획을 하고 취재를 한다. 기사를 적을 때도 전체적인 방향과 논조를 따져서 최대한 일치시켜서 쓴다. 따라서 일단 나온 글에 대해서 미디어 전체가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보인다.


3. 광고 : 미디어는 공신력과 책임성을 가지는 대신, 어느 정도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법인체 내지는 기업으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는 독자적인 광고를 유치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내보일 수 있다. 



올해 후반기부터는 블로그의 존재감이나 입지가 많이 약화되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데다가 기업들이 블로그 마케팅보다는 SNS쪽으로 마케팅 방향을 돌린 영향도 있다. 하지만 나는 또 하나의 이유로서 성공한 블로그가 성공한 미디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는 복잡하기만 하고 SNS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맞는 말이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이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비해 블로그는 속도도 떨어지고 긴 글을 써야 하기에 귀찮기도 하다. 그러나 블로그는 미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 SNS는 그 특성상 미디어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미디어가 되는 블로그가 많이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블로그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블로그가 미디어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알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과정에서 약간 글을 덜 쓰기도 했고, 활동을 덜 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눈앞의 어떤 이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IT평론가로서 미디어로 향하는 길을 만들고 나아갈 것이다.


2013년 새해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사람들이 새해의 일을 하는 날로서는 오늘이 첫날이다. 나는 현재 '월간 웹'과 'IM' 이란 잡지를 발행하는 웹스미디어에 입사해있다. 미디어뉴스팀 기자란 직함이다. 올해는 여기서 실제의 미디어를 충분히 겪고 기자로서 취재를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블로그가 미디어로 발전하는 길을 발견해서 제시할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내 글을 보고 격려와 지적을 해준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올해 내가 가는 길을 지켜봐주길 부탁하고 싶다. 나는 언제나 아무도 걷지 않는 맨 앞에서 나아가고 싶다. 함께 햇살을 받고 비바람도 맞으며 한국의 블로그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응원해주길 바란다. 이런 응원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