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는 평가라는 건 무섭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사람은 이성만이 아닌 감정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단순히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종종 꿈이라도 아름답게 표현되지만 실상은 과대평가에 불과할 수 있다. 다소 냉소적으로 보자면 사람들이 어떤 기업에 품은 기대는 충족시키면 칭송을 자아내지만 실망시키는 순간 비판으로 바뀌는 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거품' 이다.

 

 

요즘 한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애플이란 회사 자체는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애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20퍼센트 정도가 하락했다. 또한 애플의 혁신이 끝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도 해외언론에서 제기되었다. 애플의 수익은 여전하지만 그 수익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없다. 


그러니까 그것은 요컨대 '애플신화' 가 흔들리는 것이다. 우선 이에 대한 기사를 하나 보자(출처)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던 애플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쓴소리가 국내외에서 연일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겨냥한 특허소송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낀 데다 최근 선보인 신제품들이 잇따라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으면서 애플의 혁신이 고갈됐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25일 발간한 '규모 경쟁을 가치 경쟁으로'보고서를 통해 "최근 1년 사이 출시된 애플의 제품을 보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애플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고객 및 부품업체 등과의 관계까지 소원해지면서 애플이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 매체들도 잇따라 강도 높은 '애플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 플로리다주 일간지인 올랜도센티넬은 24일(현지시각) 칼럼을 통해 "애플이 디자인 특허를 이용해 소송을 승리할 경우 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애플이 무기로 내세우는 디자인 특허는 기능적 측면을 보호하는 상용특허와 달리 장식적인 요소를 보호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칼럼을 쓴 브라이언 짐버만은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배심원 평결을 통해 삼성전자에 10억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물린 사실을 언급하면서 "애플은 얇고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전자기기에 대한 특허권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이런 특징을 가진 제품을 최소 20개는 사용해왔다"며 "과연 배심원단은 다른 사람들이 해당 디자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한을 애플에 준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독일 유력 주간지 디차이트도 지난 8일 "애플의 혁신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가 보인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고츠 하만 경제담당 편집자는 "지금까지 애플은 세금을 적게 내고 아동 노동을 방관했다"며 "지금 당장 아이폰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향후 애플의 제품을 사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인 일간지 ABC도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1위로 오른 비결을 분석하는 기사를 통해 "애플의 강점인 고객 충성심이 동요하고 있다"며 "머지 않아 애플의 시장 주도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애플에 대한 비판이나 실망은 이전부터도 종종 있어왔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다음에 내놓은 스티브 잡스의 혁신제품으로 인해 틀렸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폰4S 때부터 시작한 목소리가 아이패드 미니에 와서까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어째서일까? 떨어진 애플의 주가는 단순히 과도한 기대치가 빠진 것이며, 세계 경제 위기나 미국 불경기의 영향일 수도 있다. 다음에 애플이 좋은 제품을 내놓거나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으면 금방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흔들리는 애플신화, 원인은 무엇인가?


첫번째로 솔직히 말해보자. 당신은 그동안 정말 애플을 믿었는가? 아니면 그저 스티브 잡스란 인물을 믿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애플이란 회사는 그렇게 튼튼한 믿음에 보답한 회사가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없던 애플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가며 구입했던 제품은 나온 적이 없다. 또한 이익률은 높았을 망정 혁신이라 감탄했던 제품이 나온 적도 없다.

 

 

그런데 그때는 어디선가 돌아올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기라도 했다. 그런데 지금 스티브 잡스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러니까 믿음의 대상이 스티브 잡스라면 더이상 그에게 '유작' 이라거나 '마지막으로 손댄 작품'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혹시 모르겠다. 제갈공명이 어려울 때 열어보라며 준 세개의 비단 주머니처럼 스티브 잡스가 자기의 구상이 담긴 제품 설계도를 은행금고에라도 보관했을지도. 그래서 애플이 위기에 처하면 열어보라고 했다면 모를까. 이제 그런 건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두번째로 솔직히 말해보자. 애플 제품이 나 말고도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마치 수건이나 양말처럼 흔하게 쓰고 있다면? 그게 얼마나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애플 제품은 그 편리함과 디자인의 아름다움 외에도 다소의 진귀함과 신비함을 품고 있었다. 마치 명품을 쓰고 있다는 쾌감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애플 제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만큼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가격의 제품이 많아졌다. 아이패드 미니는 이제 329달러다. 조만간 반값 정도의 저가 아이폰이 나올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런 흔해진 애플 제품에 당신은 정말 익숙한가?


마지막으로 솔직히 말해보자.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애플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지는 않았을까? 예전 네덜란드의 튤립구근 파동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그때 사람들은 툴립 구근에 대해 계속 거품 가격을 붙였다. 물론 튤립구근은 그 자체로도 분명 내려갈 수 없는 최저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다. 또한 그것을 키워서 해외에 수출했을 때의 이윤을 생각한 프리미엄도 헛된 거품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열기에 들떠서 서로 호가를 부를 때 결국 그런 합리적인 프리미엄 외에 과다한 이윤에 대한 기대치란 거품이 분명 작용한다.

 

지금 애플에 대한 기대 가운데 상당수는 불투명한 기대가 많다. 애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갑자기 아이티비를 들고나오면 단숨에 세계 티비 시장의 판도가 바뀔거라든가, 아이카를 내놓으면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변할 거라는 기대가 이미 주가 일부에 반영된 것이다. 이것이 잡스 시대가 아닌 관리의 팀쿡 시대를 맞아 점점 이뤄지기 힘든 기대라고 판명될 수록 꺼질 것은 당연하다.


흔들리는 애플신화는 결국 이런 많은 방면에서 사람들이 만든 허상이 사라져가는 징조라고 볼 수 있다.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너무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기대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더구나 잡스가 없는 애플에게는 건실한 회사로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 나는 애플에서 사람들이 딱 보여준 만큼만 믿는 그런 정도가 될 때 진정한 애플의 가치가 정해질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