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IT블로거로서 제법 알려지자 주위에서 가끔 제품에 대해서 물어본다. 이번에 세탁기를 사려는데, 혹은 이번에 스마트폰을 사려는 데 어떤 회사 제품이 좋냐는 것이다. 대부분은 국내 대기업 몇 개 정도의 평가로 갈린다. 내가 냉장고와 세탁기에 대해서 전문가는 절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은 IT와 가전제품조차 제대로 구별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는 집안에서 쓰는 전자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내가 업계를 평가하는 일보다 더 진지한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럴 때 어려운 전문용어와 개념을 말해주는 건 금물이다. 나는 딱 잘라서 개념을 이야기해 준다. 전반적으로 기능이 우수한 제품을 원한다면 삼성이 좋고, 성능이 안정적인 제품을 원한다면 엘지를 쓰라고 말해준다. 사실 이렇게 과다하게 단축하면 예외도 있고 반드시 맞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걸 이해시키면 그 다음에 이야기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예전 피처폰 시절, 두 회사는 브랜드 파워와 제품 성능, 안정성을 놓고 치열하게 세계 시장에서 싸웠다. 1위는 노키아였지만 2위는 삼성, 엘지는 3위까지 차지하며 선전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애플이 일으킨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노키아는 완전히 순위에서 밀려나 버렸다. 또한 삼성은 스마트폰 체제 출발이 늦어버렸다. 엘지는 아예 스마트폰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대응자체를 안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애플보다 약 2년의 격차가 생겼고, 엘지는 그런 삼성보다 약 2년의 격차가 생겼다.


이런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은 필사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인재를 모았다. 그 결과로 놀라울 정도로 빨리 격차를 줄이고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률 가운데 1위는 애플이 2위는 삼성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회사의 이익률은 초라할 정도이다. 



과연 엘지는 뭘 하고 있었을까? 기술적인 연구개발보다는 패션 아이템과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남용 체제하에서 몇 가지 피처폰 히트작에 만족해서는 아예 개발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황급히 내놓은 옵티머스 시리즈는 비교적 우수한 기능이 섞여 있었음에도 늘 한 가지 이상이 치명적으로 빠지거나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엘지도 저력이 있는 회사였다. 당대 최고의 기술을 썼다는 아이폰 신제품에는 늘 엘지의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모듈 등이 들어갔다. 그런 정도로 부품 기술력이 있고 휴대폰의 필수기술인 통신 기술도 많은 엘지였다. 제대로 된 리더가 와서 전사적으로 제품을 개발한다면 안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룹 회장인 구본무의 직접 명령에 따라 만들어진 회장님폰 옵티머스G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엘지의 모든 기술역량을 모은 이 스마트폰이 마침내 미국의 가장 저명한 소비자 잡지에서 최고제품으로 평가받아 1위에 올랐다.(출처)


LG전자가 휴대폰 명가부활을 선언하며 야심 차게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가 미국 최고권위의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 제품으로 평가 받았다. LG전자 휴대폰이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출처)



23일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버라이존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등 미국 1~4위 이동통신업체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성능을 평가한 결과, 옵티머스G가 AT&T와 스프린트용 스마트폰 중에 1위를 차지했다. 이번 평가는 사용 편의성, 화질, 통화, 배터리 사용시간, 카메라, 휴대성 등 10개 항목에 걸쳐 이뤄졌다.

 

옵티머스G는 AT&T 제품 중에 사용편의성, 화질, 메시징, 웹 검색, 배터리 사용시간 등에서 '최우수(excellent)'평가를 받아 총점 79점으로 1위에 올랐다. 옵티머스G는 스프린트용 제품 중에서도 사용편의성, 화질, 메시징, 웹검색 4개 부문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아 1위(77점)를 차지했다.


안정성이 뛰어난 엘지 제품이 제대로 스마트폰에서도 쓸만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LG 옵티머스G, 컨슈머리포트 1위의 의미는?





첫째로 이제야 엘지전자가 제대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었음을 가리킨다. 그동안 본질적인 스마트폰 기능과는 약간 동떨어진 퀴티 키보드라든가 듀얼코어, 3D디스플레이 같은 것만을 내세웠던 엘지가 드디어 종합적인 밸런스를 갖춘 제품매력에서 선두에 오른 것이다. 또한 그동안 어정쩡했던 기업내의 플래그쉽 모델을 확립했다. 앞으로 엘지 스마트폰을 사고 싶은데 가장 좋은 게 뭐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줄 모델이 생긴 것이다.


둘째로 전세계 스마트폰이 그동안의 급격한 혁신시대에서 안정화된 개량의 시대를 맞이했음을 알려준다. 엘지는 가전제품에서도 급격한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동안은 좋은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어느정도 기술 발전이 끝나고 그 제품이 일상재가 되어가는 단계에서 우수하고도 안정적 제품을 내놓곤 했다. 마찬가지로 엘지가 1위 제품을 만들었다는 건 그만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일상재가 되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그동안 안드로이드폰 안에서 경쟁자가 별로 없었던 삼성이 드디어 제대로 경쟁자를 맞이했다는 걸 뜻한다. 에어콘이나 세탁기, 텔레비전에서도 보듯이 두 회사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매우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곤 했다. 앞으로 갤럭시S 시리즈와 옵티머스G 시리즈가 벌일 경쟁이 기대된다. 이 기세로 국내 회사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흐뭇할 듯 싶다.